코스피 뚝뚝 떨어지는 게 국채 금리 탓?…다 이유가 있다 [세모금]
미 국채 금리 상승, 기술주 밸류 직접 압박하는 이유
달러 강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국장 ‘이중 부담’
120년 역사 속 버블 붕괴 모두 금리 상승이 방아쇠
그런데 그는 대화를 이어가다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다만 미국 10년물 금리가 4.5%를 넘기 시작하면 한번 다시 생각해 보려 합니다. 예상보다 더 크게 출렁일 수 있어요.”
![[챗GPT로 생성]](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0/ned/20260520214156346uavz.png)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반도체 실적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왜 미국 국채 금리가 튀어나올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소 의아할 수도 있는 장면이다.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 금리가 왜 한국 주식시장, 그것도 삼성전자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걸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사실 이 연결고리가 자연스럽다. 주식의 핵심은 결국 ‘위험을 감수하고 얼마나 더 벌 수 있느냐’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이라고 부른다. 계산도 단순하다. ‘자산 기대수익률 - 무위험수익률.’
돈은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익을 주는 곳을 향해 움직인다. 쉽게 말해 투자자들은 항상 비교한다. ‘굳이 위험한 자산을 들고 있을 이유가 있나.’
이 질문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미국 국채 금리다. 특히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사실상 ‘기준 수익률’처럼 여겨진다. 미국 정부가 망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기 때문에 시장은 미국 국채 수익률을 ‘무위험 수익률’에 가까운 기준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A라는 주식에서 연 10% 정도의 기대수익률을 예상한다고 가정하자. 이때 미국 국채 금리가 2%라면 투자자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추가로 8%포인트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져 미국 국채 금리가 5%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어떨까. 이제 주식 투자로 추가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은 5%포인트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그러면 시장은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특히 금리 상승기에는 성장주가 크게 흔들린다. 성장주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 기대를 먹고 움직이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플랫폼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지금 당장 돈을 많이 버는지보다 앞으로 몇 년 뒤 얼마나 크게 성장할지가 주가를 결정한다.
문제는 금리가 오르면 미래가치(FV)의 현재가치(PV)가 급격히 낮아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받는 1억원과 100년 뒤 받을 1억원은 같은 돈이 아니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미래 돈의 가치는 기하급수로 줄어든다.
만약 금리가 사실상 0%라면 100년 뒤 받을 1억원의 현재 가치도 이론적으로는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할인율(금리)이 연 5%만 적용돼도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금융 이론상 100년 뒤 1억원의 현재 가치는 76만원 수준으로 급감한다.
즉,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큰 기업일수록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도 더 크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증시에 미치는 파장도 클 수 있다.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술주의 비중이 매우 높다. 미국 장기금리가 뛰면 글로벌 기술주 투자심리가 흔들리고, 그 충격이 한국 시장에도 거의 동시에 전해진다.
금리 상승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투자심리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 전체 유동성 자체를 줄여버린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도 오르고 회사채 금리도 오른다. 은행 대출금리 역시 함께 상승 압력을 받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위한 돈 빌리기가 비싸지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굳이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결국 시장을 떠받치던 ‘돈의 힘’이 약해진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오르면) 그땐 ‘실적은 좋다’는 외침도 소용없다”며 “‘금리상승’은 실물시장도 타격하며 ‘AI 투자’마저 먹어 치울 것”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환율 변수까지 더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더욱 민감해진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미국 자산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글로벌 자금 입장에서는 달러 자산의 매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한국 시장에서는 흔히 ‘고환율 = 외국인 매도’ 공식이 나타난다. 외국인 투자자는 결국 달러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10% 수익을 냈더라도 같은 기간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15% 하락하면 실제 달러 기준으로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먼저 줄이는 경향이 나타난다. 특히 미국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은 신흥국 증시에 가장 부담스러운 환경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 참가자들이 ‘미국 10년물 금리 4.5%’ 같은 숫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글로벌 자금 흐름과 위험 선호 심리를 뒤흔드는 분기점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아봐도 금리는 반복해서 시장 버블 붕괴의 방아쇠 역할을 해왔다. 1929년 대공황 직전에도, 195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 때도, 2000년 닷컴버블 붕괴도 금리 상승이 시장 균열의 시작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은택 연구원은 “금리는 모든 자산의 ‘중력’이기 때문에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며 “증시에서도 ‘버블국면’ 후반부에선 모든 신경을 ‘금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20년 동안 3번의 증시 ‘버블 붕괴’는 모두 ‘금리상승’이 촉발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채금리는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3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한때 7bp(1bp=0.01%포인트) 오른 5.20%까지 올랐다. 30년물 금리가 5.20%에 도달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세계 채권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도 한때 10bp 상승한 4.69%까지 치솟았다.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다. 10년물 금리는 지난 15일 강력한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4.5% 선을 돌파한 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채권 시장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 18일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는 2.8%까지 상승, 약 30년 만의 최고 수준을 보였다. 같은 날 10년물 영국 국채 금리는 5.18%까지 올라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다만 그렇다고 버블이 바로 터질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버블이 터지려면 현재의 금리 상승이 기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시장에 생겨야 한다. 그리고 이 확신이 퍼지려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한 증거가 필요하다.
이은택 연구원은 닷컴버블 당시를 예로 들며 “긴축이 시작된 것은 1999년 6월이었는데, 이땐 단기 조정에 머물렀고, 이후 나스닥은 무려 2배나 상승했다”며 “진짜 버블이 붕괴된 것은 2000년 이후에 단행된 금리 인상이었다”고 설명했다.
긴축이 시작됐음에도 낙관론은 약 1년 동안 시장을 지배했고 충격이 나타난 것은 금리 인상이 실제로 단행된 이후였다는 설명이다. 현재의 증시 낙관론도 보다 오래 시장을 감쌀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유가가 임계점(120달러)을 돌파하고 증시가 발작하면, 트럼프는 또다시 ‘타코’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오히려 최악의 상황에서 투자 기회가 생기는 어려운 일들을 투자자들이 또다시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승환, ‘대관 취소’ 구미시장에 항소…“의미있는 선례될 것”
- “작은 기적 찾아와”…이다해·세븐, 결혼 3년 만에 경사
- ‘BTSX조성진’ 혹시 이 조합 기대? “매일매일 전쟁, 1년에 연주만 100번”
- “가족력도 없는데” 의사가 밝힌 ‘유방암’ 걸린 환자 공통점
- 류호정 “‘국회의원이 목수 전직, 쇼 아냐?’ 나도 색안경끼고 봤을 것”
- “비 오는 날엔 소주였는데”…흠뻑 젖은 정준하 ‘우중런’ 포착
- 대비가 중국제 저가 만년필을?…‘21세기 대군부인’ 이번엔 中 만년필 논란
- 검찰, ‘김수현 명예훼손 혐의’ 김세의 가세연 대표 구속영장 청구
- 폭력 시달리다 외도한 아내에 ‘수면 방해·비번 바꾸기’ 보복한 남편…“이혼 청구할 수 있나요”
- “탁 치니 억” 李대통령 비판에…무신사 “큰 잘못, 진심으로 사죄”, 또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