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국 앞 졸망스런 처사·현무-5는 기형 달구지”…김여정, 국군의 날 행사 원색적 헐뜯기 의도는?

정충신 기자 2024. 10. 3. 22: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北 김여정 ‘허무한 광대극’ ‘들개무리 힘자랑’ 비야냥 담화
“윤석열 좀 천진, 불안초조 심리 여과없이 노출… 대결 악청은 종말 앞둔 자의 최후 비명”
북한 전문가들 “南 국방력 폄훼, 남남갈등 유도 의도”
與 유용원·임종득 의원 “민주당, MBC 북한 도발엔 침묵, 국군의 날 시가행진 비난·폄훼 참담”
2022년 8월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캡처/ 연합뉴스

북한의 실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3일 건군(建軍) 제76주년 국군의 날 행사를 "잡다한 놀음", "허무한 광대극"이라며 조롱과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김 부부장의 담화는 우리 국방력을 폄훼함으로써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들개무리의 힘자랑인가, 식민지고용군의 장례행렬인가’란 제목의 담화에서 "대한민국의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지켜본 소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부장은 "한국은 국군의 날을 기념한답시고 어중이떠중이들을 잔뜩 불러다놓고 그 무슨 기념식이니, 시가행진이니 하는 잡다한 놀음들을 요란스레 벌려놓았다"면서 "여기에 3축 타격체계와 유무인 무기체계를 포함한 80여 종에 달하는 각종 무장장비들을 다 꺼내놓고 온갖 미사려구(미사여구)로 강한 국군의 모습이니, 대북 억제력의 과시니 하며 떠들어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놀음에 대해 굳이 한마디 한다면 들개무리가 개울물을 지나간 듯 아무런 흔적도 여운도 없다"고 헐뜯었다.

특히 미 공군의 초음속 전략폭격기인 ‘B-1B’가 우리 군의 전투기 ‘F-15K’의 호위를 받으며 비행한 데 대해 "세계 열병사에 두번 다시 없을, 혼자 보기 아까운, 오직 식민지 한국에서만 연출할 수 있는 명장면"이라며 비꼬았다.

또 국군의 날을 맞아 최초 공개된 고중량 초위력 탄도미사일 ‘현무-5’와 자신들의 방사포를 비교하며 "쓸모없이 몸집만 잔뜩 비대한 흉물"이라고 비아냥 거렸다. ‘현무-5’를 실은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대해선 ‘기형 달구지’라고 조롱하며, 크기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우리 방사포 1대의 투발 능력은 재래식 탄두의 폭약량으로 환산하면 900t의 폭발력과 맞먹는 것으로 계산된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이 보유한 현무-5는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미사일로, 탄두 중량만 8t이 넘어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탄두를 장착, 소형 전술핵미사일에 버금가는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지대지 미사일 ‘현무-5’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차라리 실물을 공개나 하지 않았으면 ‘신비한 유령무기’로 더 선전 효과가 컸을 것"이라며 "힘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아무리 조급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해도 핵 보유국 앞에서 졸망(拙妄·옹졸하고 잔망하다)스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으며 비(非)핵 국가의 숙명적인 힘의 열세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한국이 아무리 재래식 탄두의 중량을 키워도 전술핵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전략사령부 창설에 대한 기대를 표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안보를 상전에게 통채(통째)로 내맡기고 그것을 믿고 우쭐렁거리는 가관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좀 천진스러워 보이기도 했다"면서 "비극은 이번에 벌려놓은 그 모든 추태가 자멸의 시간표만을 재촉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조롱했다.

이어 "이번에 윤석열이 전쟁열에 잔뜩 들떠 돋구어댄 대결악청(악을 써서 지르는 목청)은 종말을 앞둔 자의 최후 비명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허세 부리기에 열을 올렸지만 불안초조한 심리의 여과없는 노출이였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공식적인 대남 메시지는 약 두달 만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북 수해 지원 의사 표명, 새 통일담론 ‘8·15 통일 독트린’ 등의 대북 메시지에도 그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아왔다.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종득·강선영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진보좌파진영 언론이 전쟁 억제를 위한 국군의날 행사에 대해 비난과 비방만 일삼았다"며 "특히 지난해 9월9일 등 북한 열병식 보도에선 별다른 비판적 평가 없이 북한 측 영상을 그대로 소개해오던 MBC는, 지난 9월27일부터 국군의날까지 지속적으로 국군의날 행사를 비난하고 비방했다. MBC는 어느 나라 방송인가. 국민과 국가, 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유용원 국민의 힘 의원은 SNS에서 "일부 언론과 야당 의원들이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펼친 것을 연일 강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어 참담하다"며 "하루가 멀다고 쓰레기 풍선을 날려 보내고 협박하듯 수시로 미사일을 쏴대는 북한의 파렴치한 행태에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이 침묵하면서, 북한에게는 점잖은 경고를 국민에게는 안심의 메시지를 현시한 우리 군을 폄훼하는 일에는 어찌 그리 신이 났느냐. 군인을 홀대하고 폄훼하는 나라의 미래는 불보듯 뻔하다"고 질타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