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는 금지, KBO는 논의 중'… '대포 카메라'의 운명은?

박승민 인턴기자 2025. 8. 2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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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최근 KBO에 구장 내 '대포 카메라' 반입 금지 요청... KBOP 이사회서 논의 예정
MLB 사무국은 "선수와 코치진의 초상권 및 저작권 문제"로 금지, 각 구단 규정 명시
잠실야구장

(MHN 박승민 인턴기자) 스타가 등장하면 관중석이 술렁인다. 우르르 몰려든 팬들은 자리 약속을 무시한 채 촬영에 몰두한다. 아이돌 공연장이 아닌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풍경이다.

최근 LG트윈스는 구단 1대1 게시판을 통해 "KBO에 구장 반입 금지 물품으로 대포 카메라를 추가해 달라"는 요청을 남겼다는 답을 남겼다. 구단 관계자는 "야구장 내 물품 반입을 총괄하는 KBOP는 이사회를 통해 이 사안을 다시 논의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의 발단 : 잠실야구장 두 차례 소동

지난 6일 잠실야구장.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 출연자들이 클리닝 타임 공연을 펼치자 일부 팬들이 안전요원을 밀치며 무단 이동해 촬영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시야 방해와 동선 마비가 일어났고, 공연 종료 후 이들은 빠르게 자리를 떠난 뒤 쓰레기만 남겼다.

지난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클리닝 타임 공연을 가지는 보이즈 2 플래닛 출연자들을 '대포 카메라'를 든 관객들이 감싸고 있다.

20일 경기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시구자로 초청된 그룹 엔믹스(NMIXX) 해원을 촬영하기 위해 일부 팬들이 본인의 지정 좌석을 벗어나 중앙 테이블석으로 무단 진입했다.

해원이 8회 경기장을 나서자 이들 역시 좌석을 빠르게 비웠다. 선수 출입구 앞에서 퇴근길에 나서는 해원을 촬영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지난 20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 vs LG 트윈스 경기에서 시구자로 나선 엔믹스(NMIXX) 해원

구단의 입장

야구 관람을 위해 찾아온 야구 팬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할 프로야구 관중석에서 이런 상황이 반복 된 것이다.

LG 관계자는 "대포 카메라 문제는 이전부터 이사회에서 논의되던 사안이다. 다만 최근 관람객과 근무자들이 직접적인 불편을 겪으면서 논의를 재점화하자는 차원에서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 일정이나, 관련 논의가 언제 진행될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LG에서 자체적으로 카메라 반입을 금지하거나 하는 부분에도 어려움이 있으니, 10개 구단이 모이는 KBOP 이사회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라 밝혔다.

LG가 나선다기보다는, 10개 구단 모두 비슷한 고충을 안고 있으니 안건을 재점화하겠다는 것이다.

소위 '대포 카메라'로 불리는 대구경 망원 줌렌즈 카메라

팬들의 엇갈린 시선

'대포 카메라'와 관련한 팬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한 프로야구 팬은 "최근 생겼던 문제는 특정 집단의 문제이지, 대포 카메라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야구장에 방문했을 때 옆자리에 '대포 카메라'를 든 관객이 있었다. 하지만 관람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너를 지켜가며 촬영했다"고 말했다. 타 관람객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대포 카메라' 반입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반면 또 다른 팬은 "선수들의 고화질 사진이 공유되는 건 좋지만, 다른 팬들에게 피해를 크게 주는 사례도 있다. 시야 방해를 당했던 적도 있다. 현실적으로 '대포 카메라'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 생각한다"라며 '대포 카메라' 반입 금지에 대한 찬성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야구 종주국인 미국 메이저리그(이하 MLB)와 일본 프로야구(이하 NPB) 구단들은 '대포 카메라'라 불리는, 대구경 망원 줌렌즈(렌즈교환용)를 장착한 촬영 장비의 도입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해외 구단들의 대응

MLB 사무국은 MHN스포츠 질문에 "쾌적한 관람 문화 조성과 선수단의 프라이버시 및 초상권 보호 차원에서, 미디어를 제외한 일반 관중의 경기장 내 망원렌즈와 삼각대 등 고가의 카메라 장비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MLB 각 구단에서도 관련 규정을 두어 반입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본지 취재에 응답했다.

샌프란시스코가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오라클 파크와 이정후

이정후가 활약 중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오라클 파크) 구단은 "관람객의 카메라와 비디오 장비의 반입이 허용되지만, 장비가 타 관람객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구단은 불가피한 경우 관람객으로부터 촬영 장비를 철수를 요청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뉴욕 양키스(양키 스타디움)는 "입장 및 반입 정책을 통해 반입 금지 물품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셀카봉, 삼각대 등 전문가용 카메라 장비, 비디오카메라 및 녹화 전용 장비가 모두 포함된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구장인 체이스필드

시애틀 매너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길이와 상관없이 분리형 망원렌즈의 관람객 사용을 금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가디언스(프로그레시브 필드)는 "관람객에 100mm 이하의 렌즈만 허용된다. 100mm를 넘어가는 규격의 렌즈는 반입이 불가하며, 이에 불응하는 관중을 퇴장시킬 권리를 가지고 있다."

LA 다저스의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

김혜성과 오타니 쇼헤이가 활약하고 있는 LA 다저스는 "8인치(약 200mm) 이하의 렌즈만 사용할 수 있으며, 삼각대와 같은 촬영 보조 장비 역시 반입이 불가능하다."고 전해왔다. 

즉, MLB는 '규격 제한 + 보조장비 금지'라는 명문화된 규정을 통해 문제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쾌적한 관람 환경'과 '관람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선수와 코치진의 초상권' 보호와 촬영을 기반한 '상업적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고성능 촬영 장비를 금하고 있는 것이다.

NPB 소속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홈구장 카메라 반입에 관한 별도 규제가 없다. 하지만 망원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가 타 관람객에 방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사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NPB 구단 역시 쾌적한 관람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대포 카메라'를 막아야 관람 질서가 유지된다는 주장과, 촬영 문화가 새로운 팬 유입에 기여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KBOP는 MLB처럼 명확한 기준을 세울 것인지, 구단별 재량에 맡길 것인지. KBOP 이사회가 내릴 결정에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MHN DB, 연합뉴스, 인터넷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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