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Watch 上] 성범죄 논란 김준기, 또 오너 리스크[더시그널]
子 밀어내고 경영권 빼앗은지 9개월만

| 서울=한스경제 신연수 기자 | 자신의 아들인 김남호 명예회장을 밀어내고 경영권을 빼앗은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이 복귀 9개월 만에 지배구조 리스크를 일으켜 재계 안팎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그는 10년 넘게 자신이 지배해 온 계열사를 재단 및 재단회사로 둔갑시켜 DB그룹과 관련이 없는 것처럼 숨기고 지배력 유지와 사익편취를 위해 조직적으로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김준기 창업회장은 가사도우미 성폭행 및 비서 성추행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구속된 바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 영향력 강화
현재 DB그룹은 오너 일가가 DB아이엔씨와 DB손해보험을 양대 축으로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아이엔씨가 DB하이텍을 통해 DB기술투자, DB월드 등을 지배하고 있다. 금융 계열사 최상위 회사는 DB손해보험으로 DB생명보험·DB금융투자·DB캐피탈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김남호 명예회장이 DB아이엔씨와 DB손해보험의 개인 최대주주이지만, 실질적인 지배력 측면에서는 아버지 김준기 창업회장에 밀리는 형국이다.
구체적인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김남호 명예회장은 DB아이엔씨 지분 16.8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김준기 창업회장(15.91%)과 장녀 김주원 부회장(9.87%)의 지분을 합하면 25.78%에 달하고, 우호지분 3.7%까지 더해지면 김준기 창업회장 측 지분율이 앞선다.
DB그룹은 지난달 9일 재단회사 산하 삼동흥산과 빌텍을 특별관계자로 편입시켰다. 삼동흥산은 DB아이엔씨와 DB하이텍 지분을 각각 2.21%, 2.17% 보유하고 있고 빌텍은 1.49%, 1.35%를 갖고 있다. 양사 보유 지분은 김준기 창업회장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DB손해보험도 같은 상황이다. 역시 김남호 명예회장(9.19%)이 개인 최대주주이지만, 김준기 창업회장(6.07%)과 김주원 부회장(3.21%), DB김준기문화재단(5.1%) 지분을 모두 더하면 15%에 육박해 김남호 명예회장을 앞선다.

◆공정위, 그림자 경영 김준기 고발
문제는 김준기 창업회장이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재단 및 산하 회사들을 통해 불법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고 사익을 편취했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김준기 창업회장이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하면서 동곡사회복지재단과 재단 산하 15개 회사를 제외한 혐의를 적발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재단회사는 1999년 11월 DB그룹 계열사 현황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약 2010년부터 총수일가 지배력 유지와 사익 확보를 위해 재단회사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했다. 특히 2016년부터 이들 회사를 관리하는 직위까지 설치해 본격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했다.
재단회사들은 DB하이텍에서 김준기 창업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리거나 계열사에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부동산을 매입하고 유상증자에 동원되는 등 해결사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준기 창업회장은 재단회사들을 동원하는 거래를 기획할 때마다 공정위가 주목할 것을 우려해 위장 계열사 리스크를 수차례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정황도 포착됐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2021년 개인 용도로 재단회사 중 하나인 빌텍으로부터 220억원을 빌렸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중도 상환과 취소를 반복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도 상환 수수료도 내지 않았다. 공정위는 김준기 창업회장과 장녀 김주원 부회장의 주력 계열사들이 재단회사들로부터 수년간 자금·자산을 거래한 내역을 다수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가 DB그룹의 위장 계열사를 찾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내부 고발' 덕분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식 문서나 회계자료로 위장 계열사를 찾기 어려웠지만, 지난해 들어온 내부 제보를 통해 조사 실마리를 마련하고 긴 작업 끝에 법 위반 행위를 입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DB그룹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에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검찰 조사 과정에서 최대한 회사의 입장을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성범죄부터 경영권 분쟁까지 리스크 지속
DB그룹 지배구조 및 오너 리스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지난 2021년 5월 가사도우미와 비서 성추행 혐의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또한 김준기·김남호 부자는 현재 그룹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발단은 2021년 DB하이텍 매각설이다. 당시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호황 속에서 김남호 명예회장은 DB하이텍 매각을 독자적으로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회사 매각은 무산됐지만, 김준기 창업회장은 아들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2022년 DB김준기문화재단을 통해 지주사 DB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같은 해 장녀 김주원 DB하이텍 미주법인장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갈등의 골은 지난해 6월 인사에서 더 깊어졌다. DB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재 도입을 위해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을 신임 그룹 회장으로 선임했고, 김남호 명예회장은 불과 50세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재계에서는 아버지가 아들을 밀어내고 자신의 오랜 측근을 그룹 총수 자리에 앉힌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당시 인사는 김준기 창업회장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부자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무게가 실렸다.
이 외에도 김준기 창업회장이 김남호 명예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할 때 20년간 증여받은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계약에 따라 김 창업회장은 2대 주주로 물러났음에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DB그룹은 김준기 창업회장의 주식 증여 후에도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계약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DB그룹이 오너일가 보유 주식의 의결권 행사 제약 사항을 주석으로 기재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금감원에 고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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