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총상위 20곳 중 6곳, 빚 30% 이상 늘어.."증가 속도도 너무 가팔라"

김기혁 기자 2022. 6. 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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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유동부채 눈덩이
삼바 214%·카카오 86%·LG엔솔 45% 치솟아
중기 부채비율 내려갈때 대기업은 되레 3.3%P↑
'빚 못갚는 대기업' 급증 우려.."체질개선 시급"
[서울경제]

“배터리에 많은 돈과 연구개발(R&D) 노력을 투입했습니다. 여전히 돈을 잃는 중이고 자본지출(CAPEX) 규모가 엄청나 가끔은 그 숫자가 정말 두려울 때도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배터리 사업과 관련해 이같이 토로했다. 그룹 내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이 미국 포드와 대규모 합작공장을 추진하는 등 미래 전망이 밝지만 당장에는 적자를 내고 있어 투자 확대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실제 SK온의 부채비율은 올해 3월 기준 196.9%를 기록하며 재무 상태 우려 수준인 200%에 육박했다.

다른 배터리 업체도 상황은 매한가지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올 상반기 중 미국 애리조나주에 착공할 예정이던 1조 7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경영 환경 악화에 따른 투자비 급등으로 투자 시점·규모·내역 등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유동부채는 지난해 3월 7조 1662억 원에서 올해 3월 10조 3831억 원으로 44.9% 증가했다.

30일 서울경제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금융회사·한국전력 제외)의 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1년 3월 대비 2022년 3월 기준 유동부채 증가율이 30%를 넘는 기업은 SK하이닉스(000660)·LG에너지솔루션·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삼성SDI(006400)·카카오(035720)·현대중공업(329180) 등 6곳에 달했다. 신규 투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플랫폼 업종에 집중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익성이 확실하지 않은 기업일수록 금리 인상에 취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산업의 경우 매출 성장률은 높지만 리튬·니켈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거나 적자를 내는 실정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익성이 좋은 기업은 금리 상승에 따른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배터리 외에 바이오·플랫폼 대기업들도 부채가 비교적 크게 늘어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동부채는 지난해 3월 5574억 원에서 올해 3월 1조 7481억 원으로 1년 만에 214%나 뛰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인수 및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재원 약 3조 2000억 원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늘었다. 카카오는 같은 기간 3조 336억 원에서 5조 6498억 원으로 86.2%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저금리 속에 사업을 대폭 확장해온 바이오·플랫폼 업종이 금리 상승기에도 견뎌낼 수 있도록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의 미래를 이끌 것으로 평가된 미래 업종의 투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 전반으로 봐도 빚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164조 8000억 원으로 최근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벌어들인 수익을 투자와 배당에 지출한 뒤 남은 현금이 충분하지 못하자 차입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채비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22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2020년 말 78.2%에서 지난해 말 81.5%로 3.3%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같은 기간 57.4%에서 54.6%로 2.8%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은 부채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면서도 “최근의 금리 상승 추세는 기업 부담을 크게 키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빚을 못 갚는 대기업이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올 5월 전경련은 금리가 3%포인트만 인상돼도 대기업의 35% 이상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7.6%였는데 8%포인트가량 급증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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