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에 붙잡힌 개미가 죽을 때 나는 냄새를 발산하는 희한한 꽃이 발견됐다. 식물의 기상천외한 생존전략을 보여주는 이번 성과는 일본 연구팀이 거뒀다.
도쿄대학교 생물학 연구팀은 2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일본 고유의 박주가리과 식물 타치가시와(학명 Vincetoxicum nakaianum)의 놀라운 생태를 소개했다.
이번 연구는 작은 의문점에서 출발했다. 도쿄대 부설 닛코식물원을 둘러보던 연구팀은 타치가시와의 꽃에 유독 노랑굴파리가 많이 내려앉는 점에 주목했다.
모치즈키 코 부교수는 “150시간에 걸친 조사에서 타치가시와의 꽃가루에 거미에 포식된 개미의 냄새가 포함됐음을 알아냈다”며 “노랑굴파리 중에는 거미가 사냥한 개미의 체액을 도둑질하는 종이 있는데, 타치가시와는 해당 냄새를 이용해 파리를 끓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즉 타치가시와는 꽃가루를 널리 퍼뜨릴 매개체로 노랑굴파리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땅에 뿌리를 박고 사는 식물은 종의 번성을 위해 꽃가루를 꿀벌이나 파리, 나방 등 매개자를 통해 퍼뜨린다.
연구팀에 따르면, 타치가시와의 꽃과 잎에서는 26가지 유기화합물이 검출됐고, 특히 중요한 5가지 성분이 특정됐다. 이들을 실제 꽃과 같은 비율로 재현한 합성혼합액을 뿌리자 얼마 안 가 노랑굴파리가 몰려왔다.
모치즈키 부교수는 “특히 흥미로운 것은 5가지 성분 중 데실아세테이트와 6-메틸살리실산”이라며 “이 두 가지는 단독으로는 거의 효과를 내지 못하지만 조합하면 상당히 많은 노랑굴파리를 끌어들였다”고 전했다.

이어 “타치가시와가 내는 냄새는 개미가 특정 상황에서 분비하는 것과 같을 것으로 추측했다”며 “타치가시와의 자생지 주변에서 개미와 갑충, 노린재류 등 곤충 38종류를 채집해 분석했더니 거미에게 잡아먹힌 검은불개미나 매미가 내뿜는 냄새와 흡사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추가 실험에서는 포식된 개미가 노랑굴파리를 유인하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런 점에서 연구팀은 타치가시와가 포식된 개미의 냄새를 흉내 내 꽃가루매개자인 노랑굴파리를 유혹한다고 결론 내렸다.
모치즈키 교수는 “개미에 대한 의태 자체는 동물의 세계에서 잘 알려져 있다”며 “다만 식물이 개미의 냄새를 이용해 꽃가루를 매개하는 구조가 구체적인 실험에 의해 파악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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