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선 현장을 바꾼 기술, HD현대삼호 ‘로봇 자동화’ 혁신

류상훈 HD현대삼호 자동화혁신센터 담당임원(상무)이 14일 전남 영암 사업장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사진=HD현대삼호

최근 글로벌 조선업이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생산 효율성 향상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로봇 자동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거대한 선박에 정밀한 공정이 요구되는 조선업의 특성상 자동화 기술의 성공적인 적용 여부가 향후 업계 판도를 결정할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

HD현대그룹은 선제적인 투자와 철저한 현장 맞춤형 개발을 통해 로봇 자동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HD현대삼호의 자동화혁신센터가 있다. 로봇 자동화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는 류상훈 자동화혁신센터 담당임원(상무)을 만나 HD현대삼호가 조선 로봇 자동화 성과를 이루기까지의 과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14일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 조선소에서 만난 류 상무는 로봇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조선업의 로봇 자동화에 대해 상당히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류 상무는 한양대 전기공학 학사, 부산대 전기공학 석사를 졸업하고 1993년 HD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2021년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을 지냈으며 2022년부터 HD현대삼호 자동화혁신센터 담당임원을 맡으며 HD현대그룹의 로봇 자동화를 이끌고 있다.

그는 HD현대그룹에서 30년 이상 로봇과 자동화 분야를 전담하며 수많은 장비 개발을 주도했다. 과거 국내 조선업의 기술력이 확보되기 전에는 전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기술들을 벤치마킹하며 필요한 기술은 국내 상황에 맞게 국산화했다. 조선소에 있는 대부분의 장비들이 류 상무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고 한다.

HD현대삼호는 2022년 자동화혁신센터를 설립하며 회사 내에 흩어져 있던 생산기술 관련 조직을 통합했다. 고도화된 기계화·자동화 기술과 제품화된 신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자동화혁신센터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도 조선 건조의 자동화다.

류 상무는 “조선업의 로봇 자동화는 6년 전부터 연구·개발이 시작됐는데 당시에는 산업용 협동 로봇으로 개발돼 조선업에는 제약이 많았다”며 “산업용 로봇은 단순한 작업은 자동화하기 쉽지만 수직과 수평의 교차점이 되는 지점 등 정밀한 부분에는 용접을 잘하는 전문가의 손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현업에서는 10%, 20%만 작업 성능이 나오지 않아도 결과물의 품질이 하늘과 땅 차이었다. 협동로봇은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작업 조건과 불규칙성을 커버하지 못해 효율성이 떨어졌고 회사 내에서도 ‘반쪽짜리 장비’라는 지적이 있었다.

HD현대삼호 조선소 판넬공장에서 용접로봇이 배의 중간부분에 들어가는 철판을 용접하고 있다. /사진 제공=HD현대삼호

일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조선업에서 쓰일 수 있는 강건성, 내구성 등을 고려한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만드는 것도 숙제였다. 류 상무는 끊임없는 커스터마이징과 실험을 통해 성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렸다. 국내외 유수의 업체들을 찾아 제품의 커스터마이징부터 내부 부품까지 협의해 설계했고 이를 해결했다.

HD현대삼호의 가장 큰 장점은 현업에 적합한 로봇을 커스터마이징하는 기술이다. 이를 담당하는 조직이 자동화혁신센터다. 자동화혁신센터는 연구소와 생산 현장의 간극을 줄여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현장에서 실제 사용하는 실무자들의 애로사항과 기술력을 반영해 연구원이 최적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류 상무는 “용접 전문가는 기능직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어떤 부분이 키포인트인지 잘 알고 있다”며 “이 기술을 공식화시켜서 코딩화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한데 자동화혁신센터가 감독의 역할 맡아 현장에 적합하게 커스터마이징하고 로봇에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HD현대삼호는 약 80대의 로봇을 운영 중이며 작업자 한 명이 최대 6대의 로봇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덕분에 노동 강도가 대폭 감소했고 생산성은 현저히 높아졌다.

다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내업에서 자동화 공정은 70% 가량 이뤄졌지만 대형 선박을 건조하는 외업에서는 10% 수준에 불과하다. 규모 측면에서 선박의 용접을 완전 자동화하기도 어려우며 아직 관련 기술 개발도 더딘 상황이다.

그는 향후 로봇 자동화의 방향성에 대해 “완전 무인화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부분 자동화’ 전략을 제시했다. 자동화혁신센터는 이미 AI를 활용해 로봇의 이동성을 확보하고 비전인식 기술을 현장에 접목하기 위해 연구중이다. 이를 활용해 청소, 배제, 선별 등 조선소 전 공정에 걸쳐 로봇 자동화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류 상무는 “앞으로 3년 내 외업 자동화 비율을 현재의 10%에서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로봇 자동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산 효율 향상과 작업자의 안전 및 편의성 증대”라고 강조했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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