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퇴직금 50억’ 곽상도 징역 15년 구형···곽, “내가 뭘 했나 황당”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주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23. 연합뉴스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 대해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곽 전 의원은 “처벌받을 만한 행동을 했는지 재판에서 드러난 사실이 없는데 황당하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곽 전 의원에게 징역 15년형과 뇌물 수수액의 2배인 벌금 50억여원을 선고하고, 뇌물 25억여원 추징을 명령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서는 징역 5년,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남욱 변호사에 대해선 징역 1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 “대장동 비리사건에서 중요한 부패의 한 축”

곽 전 의원은 대장동 일당의 사업에 도움을 주고 화천대유에서 일한 아들의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2월 기소됐다.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3~4월 남욱 변호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행은 김만배씨가 지방자치 권력과 유착해 천문학적 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곽 전 의원과 또 다른 유착관계를 형성해 부정을 저지른 것”이라며 “대장동 비리 사건에서 중요한 부패의 한 축”이라고 했다.

이어 “곽 전 의원의 범행은 현직 국회의원의 금품수수 범행 중 직접 취득한 액수로는 전례가 없는 25억원에 달하고, 수수한 방법도 아들 성과급 등 명목으로 교묘하게 받아 죄질이 불량하다”며 “사회 통념상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을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해 반성의 기미가 없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피고인들 “직접증거 하나 없는 검찰, 공소사실 입증 못해”

대장동 민간개발업자 남욱 변호사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30. 연합뉴스

피고인들은 검찰이 공소사실에 대해 아무런 입증을 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사업 공모 당시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하나은행이 잔류하도록 영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김만배씨 측 변호인은 “김씨가 공통비 부담 문제 때문에 곽 전 의원에게 50억원을 줘야한다는 허언을 했는데, 화천대유에서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이 우연히 50억이다 보니 허언이 진실처럼 보인 것뿐”이라며 “검찰은 직무관련성과 대가관계 중 어느 것도 증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남욱 변호사 측은 2016년 곽 전 의원에 건넨 5000만원은 정치자금이 아니라 변호사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증거 중 공소사실을 직접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검찰이 이 사건 공소사실 틀에 맞춰 억지로 기소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곽상도 “하나은행 문턱도 안 넘어”…김만배 “허언이 낳은 끝 없는 오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30. 연합뉴스

곽 전 의원도 최후변론에서 “아들이 다니던 회사에서 성과급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버지를 형사처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뭘 했나. 구치소에서 6개월간 수감돼 있으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처벌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며 “왜 수감됐는지, 왜 재판받고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석방 후 발언을 아껴온 김씨는 이날 “제3자 시각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으리라 생각하지만, 조카처럼 생각해오던 곽 대리(곽 전 의원 아들)가 회사를 위해 일하다 큰 병을 얻어 미안함이 컸다”며 “격무에 시달리다 병을 얻은 직원에게 회사가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한 일일 뿐, 곽 전 의원에게 단 한 번도 뇌물을 주려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동생들(남욱·정영학)에게 운영비 등을 공통비 명목으로 부담시키고 제 역할을 과시하고자 허언한 게 끝없는 오해에 오해를 낳았다”며 “오로지 제 허언과 잘못된 언어습관으로 법정에까지 서게 된 곽 전 의원에게 죄송하단 말을 드린다”고 했다.

곽 전 의원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내년 1월25일 열린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