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네이버 치고 나가는데…'물류 강자' 한진의 반성, 클라우드로 이어진 사연

강신길 한진 미래성장전략실장 전무가 AWS의 연례 클라우드 컴퓨팅 컨퍼런스 're:Invent 2022'가 개막한 2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AWS코리아)

'물류 강자' 한진이 이커머스 시장이 격변하는 가운데 클라우드를 도입한 것은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내부 인력의 IT 역량을 강화하며 변화하고자 하는 몸부림의 일환이다.

한진은 종합물류기업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택배를 비롯해 육상운송·항만하역·해상운송·창고운영 등의 물류 사업을 펼치며 국내 물류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쿠팡과 네이버를 중심으로 물류 시장에도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쿠팡은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며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을 선보이며 변화의 중심에 섰다. 네이버는 쇼핑 플랫폼 '스마트스토어'를 내세워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CJ대한통운과 손잡으며 배송속도도 끌어올렸다. 오픈마켓·인터넷 기업이 물류 시장의 변화를 주도한 가운데 한진은 기존 물류 사업자로서 반성했다. 변화를 이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진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바로 서비스에 적용하는 구조를 갖춰야겠다고 판단했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도 필요했다. 이를 위해 IT 인프라의 변화가 절실했다. 한진의 선택은 클라우드였다. 기존 온프레미스와 달리 클라우드 시스템은 상황에 따라 IT 인프라를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고 구성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시스템에 접속해 업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프레미스란 서버와 스토리지 등 IT 인프라를 사내 전산실이나 데이터센터에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운영하는 IT 인프라 형태를 말한다. 클라우드는 외부 전문 사업자가 구축해놓은 IT 인프라를 빌려 쓰는 형태다.

한진은 클라우드 인프라를 빌려주는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로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낙점했다. 다른 CSP도 있었지만 AWS의 기술력이 가장 앞섰다고 판단했다. 한진은 단순히 온프레미스 환경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전사적으로 IT 역량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것까지 포함한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인프라 전환 작업은 2021년부터 시작됐다. 약 10개월의 개발기간을 거쳐 택배 기사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앱과 화주들이 쓰는 포털부터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됐다. 외부에서 주로 이용하는 부분부터 전환하면서 변화를 확인하고 그 다음에 물류 핵심 엔진과 정산 등으로 단계적으로 새 시스템을 오픈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었다.

한진의 클라우드 도입과 기술 혁신 계획.(이미지=AWS코리아)

AWS의 연례 클라우드 컴퓨팅 컨퍼런스 're:Invent 2022'(이하 리인벤트)가 개막한 2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강신길 한진 미래성장전략실장 전무는 AWS의 클라우드를 도입한 후의 변화 사례로 택배 시스템의 스마트화를 꼽았다 한진은 전국에 200여개의 터미널을 보유했다. 터미널이란 전국으로 배송되는 택배 물건들을 모아주는 곳으로 전국 주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기존에는 택배를 보내는 곳과 받는 곳에서 각각 엑셀에 모은 데이터를 시스템에 올리는 수작업을 통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도입으로 이 부분이 자동화됐다.

택배 기사들이 배송을 시작할 때 확인하는 당일 동선도 자동으로 보여주도록 했다. 일일이 일정을 확인할 필요가 없어진 택배 기사들은 예전보다 출발 시간이 약 30분 앞당겨졌다. 택배 운송장 인쇄도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가능하게 됐다.

한진이 이러한 시스템 변화와 함께 공을 들인 부분이 임직원들의 IT 역량 강화다. 기존에는 내부 개발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외부 IT 서비스 기업에게 주로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을 맡겼다. 당장은 전문 개발자들이 만들어준 시스템으로 불편이 해소됐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외부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우려가 있었다. 내부 인력은 시스템의 운영 역량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진은 내부 인력 역량 강화도 AWS와 함께 했다. 단순히 기능에 대한 교육이 아닌 현업 직원들이 프로젝트에서 직접 서비스 구축에도 참여하도록 했다. 강 실장은 "현업 직원들이 SQL문도 직접 활용하며 새로운 서비스 구축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까지 IT 역량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진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직원들의 역량을 증진시킬 방침이다.

회사의 이같은 계획은 창립 80주년을 맞는 오는 2025년까지 물류 인프라와 IT 플랫폼 등에 총 1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의 일환이다. 한진은 올해 6월 노삼석 한진 대표이사 사장과 조현민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풀필먼트 및 인프라에 8000억원 △글로벌 네트워크에 1500억원 △플랫폼·IT·자동화에 1500억원을 각각 투자해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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