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맨·깜짝 봉사…김동연 경기지사의 '이색 휴가'

▲ 김동연 경기지사가 31일 오전 파주 한 임대아파트에서 짜장면을 이웃에게 나누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너무 기쁩니다. 휴가여도 현장에서 도민들과 함께하고, 각종 정책적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짜장면 일일 봉사원'을 자처한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처럼 말하며 뿌듯해했다. 31일 오전 파주시 동패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인근. 붉은색 앞치마를 두른 김 지사가 쟁반을 들고 분주히 움직였다. 쟁반에는 맛깔난 모양새로 그릇에 한껏 담긴 짜장면이 있었다.

식사 장소인 천막 테이블에 간 김 지사는 주민 한 명 한 명과 인사를 나누며 음식을 전달했다. 배식만 아니라 차량에 올라 다른 봉사자들의 조리 과정을 돕기도 했다.

이 같은 시간은 차량을 통해 짜장면을 만든 뒤 어르신, 장애인 등 이웃에게 나누는 '사랑의 짜장차' 행사에 김 지사와 배우자 정우영 여사가 참여하며 이뤄졌다.

정 여사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사랑의 해당 봉사를 시작해 2년 동안 이어가고 있다.

김 지사는 아내와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 김동연 경기지사가 31일 짜장면을 도민들에게 전달하는 모습.

전날 김 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파주에서 짜장면 번개 예정'이라는 공지를 게재, “나랑 같이 짜장면 봉사활동 할 수 있고 내가 직접 만든 짜장면 먹을 수 있다”고 알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봉사현장은 환한 웃음 소리로 가득찼다. 김 지사를 반갑게 맞은 한 노인은 “죽기 전에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인데 이렇게 만나니 좋다”며 기뻐했다. 짜장면을 먹고 나온 주민은 “특별한 행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임대 아파트를 찾아와 좋은 일을 하니까 진정성이 느껴진다. 도지사라는 거리감도 별로 없다”고 칭찬했다.

김 지사는 이날 “경기도민들께 봉사하는 마음으로 왔다. 중증 장애인들도 한 50명이 있는데 그분들은 여기까지 올 형편이 되지 못해 50인분 넘는 짜장면을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현장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공공기관 이전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주민 소통도 이어갔다.

▲ 김동연 경기지사가 '사랑의 짜장차'에 올라 조리를 돕고 있다.

그는 “22대 국회에서 북부특별자치도 법안이 여러 개 발의가 됐다.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하지만 투표를 포함해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것은 중앙정부의 결정이다. 도는 이미 지난해 9월 정부에 요청했지만, 한 발자국도 안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경기북부 발전을 위한 여러 다양한 패키지를 빠른 시간 내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29일 휴가를 출발한 김 지사는 '홍보맨'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가평·양평·동두천·양주·파주 등 경기북부로 각종 관광지와 맛집을 SNS에 올렸다.

경기북부로 정한 이유는 최근 비가 많이 내린 데다, 남북관계 불안까지 겹친 지역이라 민심을 두루 살피고자 하는 의지였다.

하루 1만원 대로 경기도 전역의 관광지, 체험시설, 식당 등 140여 곳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기투어패스'의 장점도 SNS를 통해 홍보했다. 이런 행보는 직원들의 정무적 판단 없이 김 지사가 모두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 SNS 댓글에는 “지사를 쉽게 만나는 경기도가 부럽다”, “지사 덕에 경기투어패스를 알게 됐다”, “휴가 중에 봉사도 하시냐”, “너무 정겹다”는 등 호평이 자자하다.

8월 1일 도정에 복귀하는 김 지사는 주민 의견 청취 결과와 체험에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경기북부 발전 방안 등을 구상할 예정이다.

/글·사진 김현우·오윤상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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