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부사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수도권 테마파크 맞대결이 성사됐다. 김 부사장은 서부(인천), 정 회장은 남부(화성)에 그룹의 정체성을 녹인 대규모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기로 하면서다. 규모의 차이는 있어도 각사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다만 양쪽 모두 곳간 여력, 업황 부진 등을 고려했을 때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될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는 시각이 존재한다.
16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5일 인천시와 서구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부지에 테마파크를 건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부지로 선정된 인천드림파크 승마장은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약 5만1400평) 규모다. 한화는 사업비 2500억원을 투입해 이곳을 리모델링한 후 승마장과 아쿠아리움, 놀이기구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세울 방침이다. 내년 착공, 오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이번 계약은 승마 국가대표 선수였던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했고 2006·2010·2014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는 한국이 3연패를 달성하는 데 일조했다. 이전부터 그가 한국 승마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대중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왔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에 참여하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비롯해 한화넥스트(승마), 한화푸드테크(외식), 한화아쿠아플라넷(아쿠아리움) 등 4개 계열사를 총괄하는 김 부사장은 지난해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까지 맡아 그룹 건설사업에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의 전문적 안목에 더해 계열사의 후방지원이 뒷받침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 랜드마크를 두고 신세계그룹과의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12월 신세계스타필드 산하 신세계화성은 화성시에 조성 중인 ‘화성국제테마파크(스타베이시티)’가 경기도로부터 관광단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17년간 정체 상태였던 이 복합개발사업이 공식 인허가 절차를 밟은 것은 처음이다.
스타베이시티는 그룹 역사상 개발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당연히 정용진 회장의 관심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19년 ‘화성국제테마파크 비전 선포식’에서 “신세계그룹이 가진 모든 사업역량을 쏟아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난해 3월 정 회장이 현재 직급으로 승진한 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점 역시 그의 의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세계는 총 4조5700억원을 투입한다. 127만평 부지에 스타필드·골프장·호텔·리조트·공동주택 등 그룹의 역량을 총집결한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미디어그룹 ‘파라마운트글로벌’을 테마파크 IP사로 유치했고, 올해 안에 관광단지 조성계획을 승인받아 2026년 착공, 2029년 개장하는 것이 목표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사업의 스케일 차이는 커도 관광 콘텐츠 분야에서 유통사 오너 간 자존심 겨루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전폭적인 지지가 예상된다. 한화와 신세계가 사업을 맡기 전까지 부지 개발이 번번이 좌초됐기 때문이다. 한화의 드림파크 승마장 부지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의 운영사업자 공모에서 수차례 유찰됐고, 화성국제테마파크 역시 첫 구상은 2007년에 나왔으나 2019년 신세계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기까지 두 번 무산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수도권 테마파크 사업의 안착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일단 김 부사장은 몸값 1조5000억원의 아워홈 인수에 나선 상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자체보유 현금에 더해 계열사 지원, 사모펀드 동원 등 자금 조달에 힘을 쏟고 있어 신사업 투자여력이 충분치 않을 거라는 얘기다. 여기에 2036년까지 제주 애월읍에 1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애월 포레스트관광단지 조성사업 역시 본격화 단계에 있다.
정 회장도 마찬가지로 파고를 넘고 있다. 이마트 본업이 2023년 연결기준 적자 충격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유통경쟁력 회복이 부침을 겪고 있고, 다음 달 상장폐지 이후 완전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인 신계건설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적자가 유력해 장기적으로 그룹 재무구조에 손실을 끼칠 우려가 있다. 다만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경기도가 민간개발지원 1호로 스타베이시티를 상정해 도와주고 있고, 인허가 관문까지 처음 넘은 만큼 사업은 문제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