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G] 벽산, 오너 3세 김성식·김찬식 형제 '미완의 승계' 해법은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를 분석합니다.

/사진 제공=벽산

한때 재계 순위 3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벽산그룹은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현재 벽산, 하츠, 벽산페인트 등을 거느리는 중견기업이 됐다. 창업주 오너3세 형제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상태지만 형제 간 지분정리는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표면상으로는 장남인 김성식 대표(사장)에게 주도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차남인 김찬식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의 지분이 없을 경우 경영권을 위협 받기 쉬운 구조다. 아직은 양측이 경영에 대한 큰 이견 없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차남이 경영권 도전 의향을 내비칠 경우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가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추가 지분매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벽산이 5월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벽산 지분 13.5%를 가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의 총합은 28.25%다. 김 대표는 벽산 지분 7.64%, 김 부사장은 2.45%를 보유하고 있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의 상황도 유사하다. 두 형제가 각각 20%씩 지분을 동등하게 가졌으나 나머지 60%는 오너4세인 김주리·김태인·김태현 씨가 각각 20%씩 나눠 소유하고 있다.

김주리·태인 씨는 김 사장의 자녀로 세 사람의 지분을 합하면 60%다. 김 부사장은 자녀 김태현 씨 지분을 포함해 40%의 지배력을 확보한 상태다.

김 부사장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그는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 대표를 맡고 있다. 김 사장이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벽산, 하츠 대표에 오르면서 동생에게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 경영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두 형제의 부친인 김희철 회장은 벽산 지분 0.11%를 보유한 벽산장학문화재단 이사장으로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 있다. 두 아들 간 지분정리를 완료하지 않은 채 승계작업을 끝냈다.

김 사장은 2023년 벽산 지분 6.55%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후 수 차례 장내매수로 지분을 매입하면서 7.64%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김 부사장은 2020년 이후 지분 2.37%를 보유해오다 자사주 상여금 등으로 회사 주식을 받으면서 2.45%를 확보하게 됐다. 양측의 지분격차는 약 5.19%p다.

현재 상황에서는 김 부사장 측이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의 경영권을 가져올 방법이 없다. 타 기업의 경영권 분쟁 사례처럼 제3자를 유상증자 형태로 유치하려고 해도 표대결에서 김 대표 측에 밀리기 때문이다.

이에 현실적으로는 하츠, 벽산페인트 등 주요 계열사를 형제끼리 나눠 갖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두 사람은 1967년, 1969년생 등 모두 50대로 오너4세 경영인들이 회사를 이어받을 때까지 시간은 충분하다.

최근 벽산이 화스너, 에어타카 등을 생산하는 영우화스너를 인수하고 하츠가 욕실 신사업에 나선 것도 중장기적으로 오너4세에게 물려줄 회사를 늘리는 작업으로 여겨진다. 벽산이 340억원을 투입해 영우화스너 지분 100%를 보유하면서 벽산 계열사는 8곳이 됐다.

벽산을 인적분할한 뒤 형제 간 지분교환으로 하위 계열사를 정리하면 얽혀 있는 경영권 승계 문제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다만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인적분할 이슈가 주주권익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벽산 관계자는 "지배구조 관련 내용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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