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버' 하더니 금세 멀쩡…"컨디션 나쁜가 봐" 넘기면 안 되는 이유

정심교 기자 2025. 5. 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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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미니 뇌졸중 바로 알기
갑자기 말을 '어버버' 하듯 발음이 이상해졌다가 1시간 안에 이런 증상이 사라지는 '도깨비 병'이 있다. 바로 '미니 뇌졸중'이다. 뇌졸중까지 진단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뇌졸중의 경고 신호여서 안심해선 안 된다. 하지만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좋아진다는 점에서 '컨디션이 나빠서 그랬겠거니' 하고 여겨 방치하다 뇌졸중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적잖다.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미니 뇌졸중'에 대해 알아본다.
갑자기 생긴 뇌졸중 증상, 1시간 안에 사라져
'미니 뇌졸중'은 뇌에 발생하는 단기적 문제로, 뇌 일부로 가는 혈류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의학용어로는 '일과성 허혈 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 TIA)'으로도 불린다.

이 병은 일반적인 뇌졸중의 증상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가 빠르면 10분, 대부분 1시간 이내 사라지는 게 특징이다. 길어도 14시간 이내 증상이 사라진다. 증상은 뇌졸중과 마찬가지로 '뇌 부위 가운데 혈액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팔·다리 또는 얼굴 한쪽 힘이 빠지거나 저림(갑작스러운 반신 마비) △말이 어눌해지거나 단어를 떠올리기 어려움(실어증) △한쪽 또는 양쪽 눈이 흐려지거나 이중으로 보임(시야 장애) △서 있거나 걸을 때 균형을 잃고 어지러움(보행 장애) △갑작스러운 기억력 저하·혼동(인지 장애)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미니 뇌졸중은 '뇌의 혈관이 차단되면서 뇌 일부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지면서' 발생한다. 이런 '혈관 차단'은 △뇌 속 동맥에 혈전(피떡)이 만들어진 경우 △심장, 심장 부근의 혈관에 생긴 혈전이 빠져나와 혈류를 통해 움직이다가 뇌혈관에 갇힌 경우 △혈관 중 하나의 내막에서 분리된 지방 침착물(플라크)이 뇌혈관에 갇힌 경우 등이 원인이다. 특히 혈관 속 지방 침착물은 죽상동맥경화증(동맥경화)이라 부른다. 목에 위치한 두 가지 큰 혈관(경동맥)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주된 통로로, 이런 큰 혈관에 지방 침착물이 쌓이면 미니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

미니 뇌졸중이 찾아올 위험이 높은 사람이 따로 있다. 대표적인 예가 죽상동맥경화증(지방 침착물로 인해 동맥이 좁아지거나 차단됨) 환자,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 고혈압·당뇨병 환자, 흡연자다. 이 밖에도 가족 ·친지 중 뇌졸중 환자가 있는 사람, 과음을 즐기는 사람, 코카인 같은 불법 약물 사용 경험자, 심방세동 같은 비정상적 심장박동 질환이 있는 사람, 혈액 응고 장애가 있는 사람도 미니 뇌졸중으로부터 안심할 수 없다.
미니 뇌졸중 30~40%, 실제 뇌졸중으로 이어져
이들 증상은 '뇌졸중'과 똑같지만, 미니 뇌졸중은 뇌가 손상당하기 전에 끝난다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증상이 사라진 후 병원을 방문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적잖다. 하지만 미니 뇌졸중은 향후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 징후로 해석해야 한다.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여기고 방치하면 매우 위험한 판단일 수 있다.

실제 다수 연구에 따르면 미니 뇌졸중을 경험한 사람의 30~40%가 향후 뇌졸중을 겪는다. 이런 경우 미니 뇌졸중 발생 후 빠르면 48시간 이내, 늦어도 90일 이내에 뇌졸중이 찾아올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니 뇌졸중이 의심되면 뇌 속 자세한 사진을 얻기 위해 MRI(자기공명영상) 또는 CT(컴퓨터 단층촬영) 스캔 같은 영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 미니 뇌졸중인 경우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에선 △심장 문제를 알아보기 위한 ECG(심전도 검사), 심장초음파 검사 △목 혈관이 막혔거나 좁아졌는지 알아보기 위한 영상 검사 △고콜레스테롤, 당뇨병, 과도한 혈전 등의 위험 인자를 확인하기 위한 혈액 검사 등을 시행한다.

이 병은 뇌졸중처럼 신경이 망가지지도, 지속적인 문제를 유발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그 자체에 대한 치료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향후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미니 뇌졸중의 원인을 치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 예로 △혈전이 생길 위험을 낮추는 약(항응고제)을 먹거나 △미니 뇌졸중을 유발한 심장·동맥의 문제를 치료하고 △위험인자(고혈압·고콜레스테롤·당뇨병·흡연 등) 개선하는 식이다.

만약 목 혈관이 좁아져 미니 뇌졸중이 생겼다는 게 확인되면 혈관을 넓히는 수술, 혈관에 작은 관(스텐트)을 넣어 혈관의 개방성을 유지하는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김영서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우리 몸은 혈관이 막히면 이를 다시 뚫어내려 노력하기 때문에,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없어질 수 있다"며 "향후 뇌졸중이 나타나면 늦은 경우가 많다. 평생 불구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면 바로 지금부터 뇌졸중 예방 수칙을 실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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