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당기순이익 3000억원 육박...보장성보험 판매 효과 톡톡

(사진=동양생명 결산보고서)

동양생명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저우궈단 전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퇴진하며 어수선했던 분위기 속에서도 호실적을 달성했다. CEO 리스크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27일 동양생명에 따르면 지난해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29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8% 증가했다. 2022년 동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970억원에 불과했다. 보장성 연납화보험료(APE)는 전년대비 79.4% 증가한 6301억원을 달성했으며 12월 말 기준 보험계약마진(CSM)은 전년보다 소폭 상승한 2조5418억원을 확보했다. 신계약 CSM은 760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34.6% 성장을 이끌어냈다. 지급여력비율(K-ICS)도 전년에 비해 39.8%포인트 개선된 192.9%로 안정적인 수치를 달성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지급여력 비율을 180% 수준으로 관리해 안정적인 자본건전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동양생명의 수입보험료는 5조4237억원으로 2022년에 비해 40.5% 급감했다. 반면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5.5% 증가한 2조5362억원으로 나타났다. 수입보험료 총량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CSM이 전년동기 대비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보장성보험의 영향이 컸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2022년에는 금리 이슈가 부각되며 저축보험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에 수입보험료가 높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동양생명은 2022년 12월 저축보험의 이율을 5.95%까지 올린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푸본현대생명이 5.9%, 교보생명이 5.8%, 한화생명이 5.7%의 상품을 출시하는 등 저축보험과 관련해 일시적 과열현상이 있었다.

그러나 동양생명은 지난해 IFRS17 제도에 발빠르게 대응해 건강 및 종신 등 보장성 상품 판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며 내실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전체 보험상품 신계약 CSM 중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76.8%에 달한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시장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 및 회사 체질 개선을 위해, 건강보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보장성 보험 확대 전략을 추진했던 것이 주효했다"며 "올해도 상품경쟁력과 채널별 영업력 강화 및 고객 편의 중심의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수익규모를 확대해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DM채널에 특화된 암보험을 출시 △어린이보험 납입면제 확대 등 담보 강화 △2N5 간편건강보험상품 개발 △치매건강보험 신담보 탑재 등 건강보험 라인업 강화를 바탕으로 시장경쟁력 및 양질의 CSM 확보에 힘써왔다.

동양생명은 4분기들어 당기순이익이 많이 개선되며 누적 3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3분기는 실손보험 가이드라인 영향으로 약 120억원 손실분이 반영된데 이어 고금리의 여파로 2분기 대비 60.6% 감소한 172억원을 기록했었다. 그러나 4분기에 금리가 하락하며 투자손익이 흑자로 전환, 분기 당기순이익 783억원을 기록한 것이 전체 당기순이익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시장금리가 하락하며 FVPL(금융자산 내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평가이익이 늘어났다"며 "동양생명의 4분기 FVPL 평가이익 추정치는 610억원 정도"라고 언급했다.

FVPL은 공정가치에 의한 평가가치를 당기 손익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지칭한다. 주식과 같은 지분 상품과 파생결합상품 대부분이 FVPL로 인식된다.

동양생명은 분기별로 큰 폭의 변화가 없는 CSM상각과 RA(위험조정)상각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보험이익을 창출했다. 다만 투자손익의 경우 분기별로 수치 변화가 컸는데 이는 운용자산 내 FVPL 비중이 2023년 3분기까지 16.4%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 영향이 컸다. 또 퇴직계정의 손실이 꾸준히 100억원을 넘긴 것도 투자수익 창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동양생명은 FVPL 비중 축소, FVOCI(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비중 확대를 통해 자산-부채 변동성 관리를 강화한다. FVOCI는 사업모형이 계약상 현금흐름의 수취와 자산의 매각 모두를 목적으로 하고 자산의 계약상 현금흐름이 원금과 이자의 지급만을 나타내야 한다. 장기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는 채무증권이 FVOCI로 인식된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듀레이션 갭과 자본변동성을 동시에 축소시키기 위해선 FVOCI로 측정되는 금리부자산의 비중 및 듀레이션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했다. 동양생명은 4분기들어 FVPL 비중을 13.8%로 낮췄다. 대신 FVOCI의 비중을 59.8%까지 늘렸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수익성과 듀레이션 간 균형을 추구하기 위해 적시적으로 자산을 배분할 수 있도록 시장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