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스만, MQA CD 및 풀디코딩 스펙까지 담아내다

Luxman D-03X

어느덧 스트리밍이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로 잡았다. 덕분에 CD 플레이어 같은 표준 소스기기들이 아예 생산을 멈추거나, 스트리밍 제품들로 전환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이 찾아왔다. 물론 CD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았던 LP 시장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극적 부활을 맞이했으며, 양질의 턴테이블들이 오랜 시간 살아남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좋은 CD 플레이어에 대한 수요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음반에 대한 내수 시장이 튼튼한 일본 브랜드들이 CD 플레이어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세대를 거듭하면서 퀄러티는 더욱 더 높아졌고, 가격적인 경쟁력은 물론이고 여러 포맷에 대한 범용성까지 빠르게 챙겨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에 소개할 곳 역시 가장 대표적인 일본 오디오 브랜드로서 양질의 앰프는 물론이고, 음반에 대응하는 여러 소스기기들을 멋지게 선보이는 곳이다. 바로 럭스만(Luxman)인데, 이번 리뷰에서는 이들의 히트작 D-03X CD 플레이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까 한다.

디자인은 이전에 출시되었던 D-05u SACD·CD 플레이어와 거의 비슷한 모습이다. 사실 럭스만은 크게 디자인 변화를 보여주지 않고, 패밀리룩 스타일로 럭스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그려나가고 있는데, 특유의 깔끔한 외관과 밝은 실버 마감은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로 제법 오랜 시간 이어져 오고 있다. 왼쪽에는 CD 트레이, 오른쪽에는 시야성 좋은 디스플레이로 마무리되었고, 고품질의 버튼부도 잘 다듬어져 수록되어 있는 모습이다.

이전 D-05u과 비교해보면, 가장 큰 변화는 SACD부가 생략되었다. SACD를 과감히 포기한 대신 가격은 낮추고, 내부 회로를 더욱 효율적으로 정렬하여 신호 경로를 더 단순화한 것이 특징이다. 당연히 노이즈 간섭은 줄어들고, 다이내믹은 훨씬 높인다는 전략인데, SACD보다 CD 수집을 우선시 하는 이들이라면, 훨씬 더 좋은 성능으로 CD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SACD를 포기한 만큼, 최신 스펙을 하나 더 추가했다. 무려 MQA CD를 지원한다는 것인데, 요즘 스트리밍 서비스로 자주 언급되는 그 MQA의 CD 버전을 구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MQA DAC로도 활용할 수 있는 사양. 사실 국내에서는 MQA CD를 보기 힘들지만, 일본에서는 이 포맷이 메이저 음반사에서도 발매될 만큼 제법 화제가 되고 있다.

DAC는 32비트 대응 TI PCM1795를 듀얼 구성으로 탑재했다. 디지털 입·출력은 AES/EBU는 빠져 있지만, 옵티컬 및 코액셜은 물론이고, USB B로 PC와 연결할 수 있는 사양이다. 아날로그 출력은 밸런스와 언밸런스를 모두 지원하여, 좀더 범용성 높게 프리앰프와 인티앰프에 연결할 수 있는 스펙이다. USB 입력으로는 PCM 32비트/384kHz를 지원하고, DSD로는 11.2MHz까지 커버한다. 옵티컬과 코액셜로는 PCM 24비트/192kHz의 스펙을 담아냈다. 참고로 요즘 USB 쪽에서 한창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벌크 펫 전송까지 지원한다. 이는 방대한 양의 음원 데이터 처리에 따른 부하를 줄인다는 것인데, 당연히 음질 향상에 도움 되어 많은 업체들이 최신 스펙으로 담아내고 있는 기술이다.

내부를 보면 역시 CD 박스, 전원부, 오디오 회로 등 철저하게 분리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풀 밸런스 회로의 저 노이즈를 실현시키는 비기까지 최적화되어 포함되어 있다. CD 메커니즘 역시 8mm 두께의 견고한 알루미늄 베이스로 이루어져 있고, 루프리스 구조의 실드 박스 섀시로 안정성을 더했다. 대형 전원 트랜스와 각 회로의 독립 레귤레이터 및 대용량 블록 콘덴서로 충분한 파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고품질의 전용 리모컨까지 제공하는데, 검은 플라스틱의 조잡한 리모컨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 마감의 리모컨이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다.

사운드는 역시 럭스만. 최신의 디지털 소스기기이지만, 디지털적인 차가움과 딱딱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아날로그적으로 풍요롭고 질감 좋은 사운드가 그려지는데, 그 자연스러움에 한참을 음악에 집중하게 만든다. 좋은 소스기기의 기준이 되는 아래쪽 다이내믹도 수준급인데, 쭉쭉 떨어지는 음의 파도를 즐기다보면, 내가 음악을 제대로 듣고 있다는 생각에 흡족함을 감출 수 없다. 럭스만은 개인적으로 악기 표현이 굉장히 훌륭하다는 생각인데, 휘몰아치는 피아노의 타건이나 풍부한 잔향으로 그려지는 현악의 미학도 정말 가격대 이상으로 그려낸다. 스펙만 너무 강조한 제품들이 딱딱 끊기는 고역의 에지로 자극적일 때가 많은데, 럭스만의 아날로그적 접근은 정말 우아하고 색채감 있는 사운드로 탈바꿈시켜 준다. 고음질의 음원도 역시 분석적으로 재미없는 사운드보다는 음악적으로 감동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집어주는데, 그 감각이 굉장히 중독적이다. 스트리밍의 세계로 음악이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역시 나만의 CD 레퍼토리로 음반 하나하나를 완독해 나가는 즐거움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점점 더 좋은 CD 플레이어를 선택하기 어려운 시기가 찾아올 것이지만, 그만큼 럭스만의 D-03X는 또 앞으로 수년간 베스트 CDP 추천기로서 크게 각광 받을 듯하다. 글 | 김문부

수입원 (주)다미노 (02)719-5757
가격 58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