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술탄’ 에르도안 재선 성공… 30년 종신집권 길 열어 [뉴스 투데이]
대지진·인플레에도 52.14% 득표… 47.86% 얻은 클르츠다로을루에 승리
집권 20년간 반대파 탄압, 입법·사법부 장악 등 철옹성 쌓은 결과 분석
시진핑 “전략적 협력 지속” 푸틴 “독립 외교지지 증거” 바이든 “나토 협력을”
‘스트롱맨’(권위주의 지도자)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국민의 승리” 재집권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당선을 확정지은 뒤 앙카라 대통령궁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네 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제스처는 공식적으로 여당 정의개발당(AKP)을 상징하는 것이지만 그보다 앞서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 사이에서 확산해 ‘무슬림형제단 사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앙카라=UPI연합뉴스 |
에르도안은 앙카라 대통령궁 발코니 연설을 통해 “우리만 승리한 게 아니라 8500만 국민 모두가 승자”라고 단결과 연대를 강조했다. 앞서 개표가 막바지에 달한 이날 오후 8시15분쯤 이스탄불 거처로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는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고는 “이번 승리로 ‘튀르키예 세기’의 문이 열렸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신의 뜻에 따라 여러분의 믿음에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애초 이번 대선은 그의 정치인생 최대 위기라는 평가가 많았다. 한때 85%를 찍었던 높은 인플레이션, 5만명가량이 희생된 2월 대지진 부실·늑장 대응 논란, 야권 6개 정당의 후보 단일화라는 3대 악재 속에서 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도 패배를 점치는 결과가 잇따랐다.
이번 대선은 서방 국가들도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 올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로 꼽혔다. 에르도안은 러시아제 방공 시스템을 도입해 미국의 F-35 전투기 사업에서 퇴출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대러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 동의를 질질 끌었고, 스웨덴의 가입에는 아직도 어깃장을 놓고 있다. 그 대가로 러시아산 원유 등을 헐값에 들여왔고, 흑해 곡물협정 등에서는 중재자로 나섰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구매 대금 6억달러(약 7968억원)의 지불을 유예해주면서 에르도안의 선거운동을 측면 지원했다.
에르도안 측은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도 십분 활용했다. 에르도안은 “서방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일하는 게 아니다”라며 동맹보다 튀르키예 국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단호한 지도자 이미지는 그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무사 아슬란타스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에르도안은 외국 지도자에게 맞설 수 있다”며 “그는 우리가 안전하고 강력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들(서방)은 예전처럼 우리를 갖고 놀지 못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은 과거와 달리 비교적 힘겨운 승리를 거뒀지만, 경제 위기에 직면한 국내에서나 서방 동맹을 곤혹스럽게 한 외교 무대에서 방향을 바꿀 것이라는 신호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NYT는 짚었다.
그는 통합을 외치면서도 소수민족 쿠르드족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의 지원을 받은 클르츠다로을루를 겨냥해 “테러리스트를 편들었다”고 맹비난하는 한편 “바이(bye), 바이, 바이, 케말”이라며 조롱했다. 쿠르드족과 야당에 대한 억압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는 “국가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라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으나, 물가 상승에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역주행 정책’의 포기를 시사하지는 않았다. 이날 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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