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릴 시간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는 건 언뜻 축복처럼 보이지만, 단지 앞서간다는 이유만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더 높은 기대와 수많은 시선, 그리고 그만큼의 부담감. 데뷔 초부터 팬들의 관심을 받으며 어느새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자리 잡은 소년 역시 이 무게를 비교적 이른 시점에 경험했다. 언제나 좋은 모습을 보여야 했고, 계속 성장해야 했으며, 묵묵히 자리를 지켜야 했다. 그러던 와중, 앞만 보며 질주하던 흐름 한가운데서 잠깐의 정지 신호를 맞이했을 뿐이다. 좀 더 단단한 자신이 되기 위해 속도를 늦춘 계절은 공백이 아니라 숨 고르기였다. 다시 달리기 위해 자기 자신을 다듬고, 감각을 되찾으며 좋았던 시절의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다시 달릴 준비를 마쳤다. 이미 한 번 앞서 달려 본 적이 있기에, 다시 속도를 내는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다. 조심스러움과 확신이 함께 깃든 걸음으로 준비하는 2026년, 이젠 다시 목적지를 향해 달릴 때다.
Photogratper Mino Hwang Editor Eunbin Yang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설레는 시기를 보내고 있을 듯해요. 요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몸을 만드는 시간이 길다 보니 설레는 마음보다는 빨리 그라운드에 서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커요. 계속 개인 운동을 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 지루함이 찾아오더라고요. 빨리 봄이 돼서 시즌을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일로 <더그아웃 매거진>과 만나게 됐는지 소개 부탁해요.
컴투스프로야구V26(이하 컴프야V26) 광고 촬영 현장에서 다시 뵙게 됐네요. (아까 보니 묵직한 표정 연기를 곧잘 하더라고요.) 현재 제 상황과 잘 어울리는 느낌이어서 더 몰입하기 쉬웠어요. 그리고 나름대로 촬영 경력직(?)이다 보니 괜찮았습니다. 어떤 콘셉트인지 적혀 있는 스크립트를 읽어 봤는데, 다음 시즌을 위해 움츠리고 있는 시간을 표현하는 느낌이더라고요. 제가 열심히 몸을 만들고 준비하던 시간이 떠올라서 더 진심을 담아 촬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팀에서도 도영이가 잘할 거여
태극 마크는 그에게 늘 자부심이었지만, 어떤 때는 기대보다 무게와 압박감으로 먼저 다가오기도 한다. 김도영에게 국가대표라는 자리는 그래서 더 복합적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그 안에 담긴 시선과 역할을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자리. 어린 시절부터 빠르게 성장해 온 그는 어느 순간 ‘가능성 있는 변수’이 아니라 ‘상수’라는 단어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이름이 불릴 때마다 설렘과 동시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도 늘어났다. 나는 과연 이 자리에 어울리는 존재인가, 그리고 이 무게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가. 그 질문은 부담보다는 기준이 됐다. 국가대표라는 이름 아래에서 김도영은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기보다 기본에 충실히 임하고자 했고, 앞서기보다 더 단단해지려 했다. 국제 대회라는 무대는 그에게 또 하나의 증명서가 아니라, 지금의 자신을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성적표에 가깝다. 그렇게 그는 태극 마크를 ‘달아야 할 상징’이 아니라 ‘지켜야 할 이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느덧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어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를 앞두고 1차 캠프 합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소감이 어땠어요?
진짜 행복했어요.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도 정말 뿌듯한 일인데, 현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국가대표로서 뛸 수 있는 가장 큰 대회에 출전할 기회를 얻은 거니까요. 엔트리에 든 것만으로도 진짜 기뻤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라를 대표하는 신분이 된다는 사실이 영광스러워요.
아쉽게도 체코와 일본을 상대로 치른 K-베이스볼 시리즈에 참가하지 못했잖아요. 동료들의 플레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나요?
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걸 봤어요. 이번에 소집된 대표팀 구성원 중 대다수가 어린 후배들이었는데, 젊은 피들이 하나로 뭉쳐서 시합을 잘 치르는 모습이 기특했어요. 저도 함께 뛰고 싶다는 마음에 아쉽기도 했고요. 이번에 출전했던 베테랑과 신인들 모두 좋은 활약을 보여 줬고, 앞으로 지금보다 더 잘할 일만 남았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습니다.
팀 후배인 성영탁이 KIA를 대표해 첫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평가전을 치렀는데, 소집 소식을 듣고 특별히 조언을 건넨 부분이 있었나요?
소집되고 나서는 따로 대화하진 못했고, 경기 다 마치고 돌아왔을 때 잠깐 얘기를 했어요. 제가 도쿄돔에서 시합 뛰어 보니까 어떠냐고 물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도쿄돔에서 경기를 뛸 때 재밌던 기억이 있어서 그 뒤에도 다시 가 보고 싶었거든요. 그 기억이 나서 영탁이에게도 물어봤는데, 재밌었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김도영에게 ‘국가대표’란 어떤 의미인가요?
언제나 하고 싶고, 기다리게 되는 자리입니다. 걱정은 없어요. 제가 쉬는 동안 몸을 만들면서 가장 첫 목표로 준비했던 것이 WBC 무대이기도 했고, 어떤 대회든 나라를 대표해서 나간다는 게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니까요. 야구를 하는 동안에는 계속 태극 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욕심이 나는 자리입니다.
2021년, U-23 국가대표로서 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었잖아요. 그때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은 어떻게 다른가요?
처음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는 제 실력과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긴장도 되고 떨렸는데요. 지금은 그때와 비교했을 때 자신감도 있고 크게 성장했다고 느껴서 기대되는 마음이 더 커요. (태극 마크에 대한 설렘과 무게감 중 어느 게 더 큰가요?) 무게감보다는 책임감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영광스럽고 설레는 마음과 책임감이 함께 존재하는 느낌이에요. 기회가 올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팀에 도움이 되는 빛나는 플레이들을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KIA 타이거즈에서 경기를 뛸 때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시합에 임할 때 특별히 다른 점이 있나요?
루틴이나 준비 과정에서 다른 점은 없는데, 국가대표 시합을 준비할 때 조금 더 흥이 나더라고요. 국뽕(?)이라고 하죠…? 리그 경기는 매일 하고 경기 수도 많아서 한국시리즈와 비교하는 게 맞을 듯한데, 그런 중요한 경기를 치를 때와 같은 느낌을 국가대표 시합 때 느꼈습니다. 경기장에 나갈 때부터 긴장도 되고, 설렘도 있거든요. 준비 과정부터 시합을 뛰는 모든 순간을 즐기게 되더라고요.
WBC와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데, 중점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선 부상 없이 풀타임을 온전히 치를 수 있는 몸 상태를 위해 정말 엄청나게 노력했어요. 기술적인 부분은 스스로에게 믿음을 가지고 늘 하던 대로 하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거라고 믿기 때문에, 좋았던 때의 감각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신경을 써 왔습니다.
대표팀에서 친해지고 싶은 동료가 있나요?
제가 먼저 다가가는 게 힘든 성격이라서요. 후배들과 가까워지고 싶은데, 동생들이 제게 다가와 줬으면 해요. 저는 정말 편하게 다가와 주는 걸 좋아하고, 진짜 저한테 보자마자 욕해도 되거든요! 그러면서 친해지는 거니까요. 상처도 잘 안 받고 무던한 성격이라서 그냥 편하게 대해 주고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편이에요. (그럼, 동생들이 초면에 욕해도 괜찮은가요?) 네?! 후배들은 욕까지는 안 되죠. (단호) 선배들이나 친구들은 괜찮지만, 동생들은 아무래도… 근데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라 그런지 다들 예의를 잘 지키면서 다가오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동생들과 가까워지고, 친해지고 싶습니다.
국제 무대에서 꼭 상대해 보고 싶은 선수는 누구인가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꼭 상대해 보고 싶어요.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일본 투수 중 워낙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선수들이 많잖아요. 저도 일본 야구의 수준을 높게 생각하고 있고요. 이번 WBC에서도 일본 투수들과 상대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올해 야구의 주인공은 너야!
주인공이라는 말은 언제나 쉽지 않다.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는 순간, 결과로 답하고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도영은 그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그는 ‘주인공’이라는 단어를 허세처럼 꺼내기보다,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쪽에 가깝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 만큼 활약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던 해가 있었고, 아쉬움이 남았던 시간도 분명 존재했다. 그 모든 기억 위에서 그는 여전히 자신을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보다, 제대로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누군가는 이미 증명된 타자라고 말하지만, 김도영의 기준은 늘 다음 장면에 있다. 지금 상태에 만족하지 않는 태도, 숫자보다 과정에 집착하는 자세는 그를 다시 그라운드로 나서도록 만든다. 올해의 야구를 이야기할 때, 그는 여전히 ‘나’라는 주어를 망설임 없이 쓴다. 그 말은 자신감이 아니라 각오에 가깝다. 주인공이 되겠다는 선언은 결국 책임을 짊어지겠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김도영은 그 무게를 피하지 않는다.
오스틴 딘(LG 트윈스)이 컴프야V26을 할 때 골든글러브 김도영 카드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오스틴 선수도 컴프야V26을 하나요?! 영어 버전이 있어요? (한글 버전으로 플레이했더라고요.) 정말요? 오스틴처럼 야구를 잘하는 선수가 제 카드를 써 준다니 영광이네요. 뭔가 인정받은 기분이에요. (문)보경이 형이 좀 서운해할 듯하긴 하지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네요. (오스틴에게 한마디 남겨 볼까요?)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컴프야V26에서 ‘25년도 김도영 카드를 함께 보고 얘기해 볼까요? 무척 아쉬웠을 듯한데, 새 시즌은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어요?
사실 작년에 야구를 한 기억이… 야구선수 같지가 않았어요. 새 시즌에는 모든 능력치를 다 올려야죠. 다 10씩은 넘게 올려야 할 듯합니다. 그중에서도 수비 능력을 가장 끌어올리고 싶어요. 49는 너무 낮네요. 평균이 어느 정도죠? 65 정도까지는 올리고 싶어요. 수비 잘하는 (김)규성이 형이 63이기 때문에 저는 65까지만 올려도 성공이라고 봅니다.
수비 외에 다른 지표를 보자면 어때요?
지난해 성적이 워낙 아쉬웠으니, 다른 지표는 다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을까요? 그중에서도 수비는 특히 제가 연습해서 능력치를 만들어야 하는 거고요. (지난 인터뷰에서는 20홈런 20도루 20실책을 하기보다 화끈하게 50홈런 50도루 50실책을 한다면서요?) 당연하죠. 그러다 외야로 나가면 되니까요. (농담)

#가장 빛날 나의 타이거즈
팀은 언제나 개인보다 크다. 하지만 팀을 빛내는 순간은 늘 개인의 활약과 성과에서 시작된다. 김도영에게 KIA 타이거즈는 성장의 배경이자, 자신을 증명해야 할 무대다. 함께 뛰는 동료들의 얼굴이 바뀌고, 후배들의 이름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팀 안에서의 위치를 자각하게 됐다. 성장해야 할 시기인 동시에, 보여 줘야 할 사람이 된 시점. 그 변화는 말보다 행동에서 먼저 드러난다. 타석에서의 책임감, 수비에서의 집중력, 그리고 경기 흐름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김도영은 팀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단계에 와 있다. 개인의 성적이 아니라, 팀의 방향을 함께 그려가는 역할. 타이거즈가 다시 위를 바라보는 데 필요한 건 화려한 계획과 목표가 아니라, 매일의 성실함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김도영의 야구는 늘 ‘나’에서 시작해 ‘우리’로 향한다.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면 KIA 타이거즈가 2025년에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린 후배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이 진짜 큰 수확 같아요. 특히 시즌 후반부에는 엔트리 대부분이 어린 후배들이었는데, 저연차 선수들이 1군에서 경험을 쌓고 시합을 뛰는 걸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동기부여 역시 얻었을 거예요. 후배들이 성장하고 경험을 쌓는 게 팀이 더욱 강한 전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라고 느끼거든요.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동료가 더 성장할 것 같아 기대됩니다.
컴프야V26에서 카드로 라인업을 꾸리는 것처럼, 팀 내 또래 선수들로 라인업을 꾸려 본다면 어떻게 해 보고 싶어요?
음… 일단 유격수는 (정)현창이, 3루수는 저고요. (윤)도현이가 2루를 맡고, 1루수는 (오)선우 형을 넣고 싶어요. 포수는 (한)준수 형이 맡으면 되겠네요. 중견수는 (박)재현이를 넣고 싶은데, 수비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박)헌이도 괜찮고요. 외야수 중에 가능성 있는 자원들이 진짜 많거든요. 헌이와 재현이, 그리고 (박)정우 형도 있으니까요. 함께 힘내서 각자의 능력치들을 더 업그레이드하면 좋겠습니다!
어린 선수 중에서 훈련 과정이나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이 인상 깊었던 동료가 있다면요?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 동생들이 정말 많아요. 특히 요새 후배들은 각자의 루틴대로 몸을 만들고 시합을 준비하는 게 독립적으로 잘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팀에서 받는 관리와 훈련 이외에도 레슨장도 좋은 곳들이 많고, 트레이닝 센터 같은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서 몸을 만들고 관리하는 측면은 다들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차가 쌓이며 후배들이 늘고 있는데, 책임감이나 자세 측면에서 변화가 생긴 점이 있나요?
책임감이 커졌죠. 사실 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모두가 책임감을 느끼고 무게감을 가진 상태로 플레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팀에서 기회를 주면 그만큼 보답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하니까요. 특히 상위 타선을 맡는 타자들은 타석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 줘야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자리에 대한 무게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뛰었으면 해요. 그래야 더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니까요!
2026년의 KIA 타이거즈는 어떤 팀이 되길 바라요?
가을야구뿐 아니라 우승을 목표로 달리는 팀이요. 사실 올해 우리 팀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는 걸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있기에, 그리고 훌륭한 동료들이 많이 있기에 충분히 경쟁력 있는 팀이라고 느끼고요. 언제나 예측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야구니까 주변의 평가를 신경 쓰지 않고 팀 동료들과 함께 우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달리는 2026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가장 간절해서, 가장 뜨거운
간절함은 언제나 소리 없이 쌓인다. 가장 뜨거운 순간은 오히려 가장 조용한 시간 끝에서 찾아온다. 김도영에게 지금의 야구는 그런 온도에 가깝다.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고 성장한 타자였지만, 잠시 멈춰 서야 했던 시간도 있었다. 그 쉼표는 속도를 잃게 한 것이 아니라, 방향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무엇을 위해 뛰는지, 어디까지 가고 싶은지. 그 질문 앞에서 그는 더 단순해졌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보다, 다시 제대로 뛰고 싶다는 마음. 그래서 그의 간절함은 매 경기 모든 걸 쏟아내겠다는 다짐보다, 한 시즌을 온전히 버텨 내겠다는 각오에 가깝다. 지금 김도영이 품은 열망은 불꽃처럼 튀어 오르기보다, 잔잔히 오래 타오르는 온기에 가깝다. 그리고 지금, 그 온도가 그를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컴프야V26 브랜드 슬로건 중 하나가 ‘가장 간절해서 가장 뜨거운 야구’잖아요. 김도영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2024년이 가장 뜨거웠죠. 그땐 정말 좋은 활약을 펼쳤으니까요. 한국시리즈까지 모두 마치고 나서도 그 여운이 이어질 정도였는데, 2025년에 잠깐의 쉼표를 찍었으니 이제 다시 올라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해야겠어요. (간절했던 시간은 언제였나요?) 저는 올해라고 생각해요. 2026년이요. 워낙 많은 물음표를 안고 시작하는 시즌이기도 하고, 바쁜 1년이 될 듯하거든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면서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낼 수 있길 소망합니다.
2026 KBO리그 야구의 주인공은 누구라고 생각해요?
특정 선수를 꼽아야 하나요? 저는 항상 저라고 말합니다! (당당) 제 인생의 주인공은 저니까 당연히 제가 주인공이 되는 한 해를 보내고 싶어요. 그건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 아닐까요?!

김도영이 생각하는 KIA 타이거즈의 올해 목표,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세운 개인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앞에서도 말했듯 제가 세운 KIA 타이거즈의 2026년 목표는 우승이고요. 개인적인 목표는 아픈 곳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는 겁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해서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이젠 재활 없는 시즌을 보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변함없이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께 하고 싶은 말 하고 인터뷰 마무리할게요!
우선 작년에 여러모로 실망하셨을 팬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고요. 올해는 실망감을 안겨 드리지 않기 위해서 정말 노력하고 훈련에만 매진했습니다. 그동안 팬분들께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 동료들과 함께 진짜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변함없이 응원과 사랑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4년처럼 올해도 선수단과 팬분들이 똘똘 뭉쳐 하나가 되고,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길 소망합니다. 그때처럼 경기장도 가득 채워 주시고 계속 응원해 주세요! 다시 한번 죄송하고,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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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한 시즌은 늘 기록이 담긴 성적표로 정리되지만, 묵묵히 땀을 흘리며 노력하는 선수의 한 해는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김도영의 2025년은 특히 그랬다. 기록으로 남지 않은 날들,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 시간, 말 대신 몸으로 버텨야 했던 순간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런 시간 속에서도 그는 야구를 놓지 않았다. 훈련하며 흘린 땀방울, 하루하루를 대하는 태도, 자신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곡차곡 쌓인 감각과 확신은 어느새 다음 걸음을 향한 준비가 됐다. 이제 그는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 존재라기보다, 어떻게 보여 줄지를 이미 알고 있는 존재에 가깝다. 긴 이야기를 지나온 끝에 남은 건 단순하다.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야구를 책임감 있게 해내겠다는 마음. 김도영의 2026년이 어떤 장면들로 채워질지는 아직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번에는 더 멀리, 더 힘 있게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일 터. 잠깐의 휴식 끝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김도영의 2026년은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아니라, 마음 놓고 기다려도 될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닐까.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80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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