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 7년차 주부 작은져니입니다. 가전제품 개발자 남편과 개따님 호두와 함께 세 식구가 살고 있어요.
2018년 입주한 새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을 겪고 난 뒤 아파트 생활에 질린 저희는 집을 지어보겠다며 여기저기 땅을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남편 직장 때문에 수원 근교를 벗어날 수 없는 저희의 예산에 맞는 땅은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다시 아파트 탑층으로 눈을 돌렸고 마침 그 때 친구가 ‘그럼 탑층에 테라스 있는 아파트를 알아보지 그래?’ 라고 한 말이 화근(?)이 되어 복층에 테라스까지 딸린 멋진 이 집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도면

저희 집은 2002년 준공된 아파트인데 34평임에도 불구하고 광폭 베란다와 복층 공간, 테라스까지 서비스 공간을 다 합치면 거의 45평 정도 되는 집입니다. 난방 배관 교체부터 경질폼 단열 등의 기초 공사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정말 뼈대만 남기고 집을 다시 짓는 수준으로 고쳤습니다. 그래서 인테리어 기간이 총 2달이 걸렸어요.

셀인으로 공사하는 이유 중 제일 큰 부분이 아무래도 금액 절감일텐데 저는 돈을 절약하진 못했어요. 대신 같은 돈으로 턴키(업체)에 맡겼을 때 보다 더 많은 시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셀인 결정 전 업체에 견적도 받았었는데 세부내역에 난방배관 교체, 샷시(새시) 교체, 단열 등의 항목은 없더라구요.
📌 셀인 대행과 감리돈을 절약하겠다는 마음만으로 셀인을 결정하신다면 그건 정말 비추입니다. 최소 6개월은 공부를 하셔야해요. 각 공정 사장님들은 집주인(감리자)가 오더 내린 대로 하실 뿐이지, 무작정 맡기고 알아서 잘 해주시겠지 하시면 안됩니다. 공부를 했는데도 자신없다 싶으시면 돈을 들여 감리자분과 함께하시면 됩니다.
반셀프 인테리어 세부 계획

셀인을 하게 되면 집주인이 디자이너이자 감리자가 되어야 합니다. 전 스케치업을 할 줄 몰라서 이케아 키친 플래닝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했어요. 이 프로그램으로 화장실까지 만들어 볼 수 있어요! 공정 사장님들과 소통할 때도 말보다는 그림으로 보여드리는게 서로 이해하기 수월했어요.
📌 이케아 키친 플래닝 프로그램, 오늘의집 3D 인테리어 활용하기이케아 키친플래닝 프로그램과 오늘의집 3D 인테리어를 적극 활용해보세요. (둘 다 PC버전으로 가능)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도면보다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가시면 세대 개별단위 도면을 얻을 수 있어요. 실제로 치수를 재는게 제일 좋고 개별단위 도면으로 보는게 그나마 정확합니다.

저는 한옥과 일본 주택의 단정한 느낌을 좋아합니다. 사실 노년의 제 꿈은 한옥에서 사는 거에요.
한국적인 요소들을 좋아해 집에 민화와 소품들이 많은데 그런 걸 잘 조화롭게 할 수 있는 스타일이 젠스타일이라 생각해 핀터레스트에서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봤고 화이트&우드, 따뜻함, 직선을 컨셉으로 잡았습니다. 아치와 라인 조명을 안 좋아해서 그건 철저히 배제했어요.


셀인은 조명 계획도 집주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데요, 정해진 건 없고 가족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생각해보시고 조명배치를 해보시면 되요. 저희 부부는 어둡게 사는 편이라 조명은 최소한으로 설치했고 다운라이트는 2인치, 3인치만 사용했습니다. 모든 공간에 메인등은 없고 오직 다운라이트와 간접조명, 포인트 조명만 설치했습니다. 모든 매립조명은 주백색 입니다.
콘센트도 기존 있던 것에 추가로 많이 신설했어요. 도면을 보시면서 어떤 가전, 가구, 소품이 어디에 들어가고 콘센트와 랜선 콘센트가 필요한 공간이 어딘지 공사 전 꼭 체크해보세요. 바닥에 전선만 보이지 않아도 집 인테리어가 깔끔해 보인답니다.

인테리어 전, 저희 동 전체에 안내문과 함께 마스크를 돌렸어요. 이런 선물들은 내 마음이 편하고자 하는 것이니 안하셔도 무방합니다. 문구는 오늘의집에서 제공하는 템플릿을 활용했고 일러스트는 저희 가족 구성과 맞는 걸 찾아 바꿨고 또 인접세대 5집은 휴지와 함께 직접 인사드렸어요. 저희 아파트 분들은 진짜 너무 좋으셔서 두 달 동안 민원 한 번 없으셨어요.
다른 분들처럼 사진작가님들이 찍어주신 멋진 사진은 아니지만 생활감 넘치는 비포 애프터 사진 보여드릴게요 :) 원래 집정리는 다음 이사갈 때 완성되는거 아시죠..? ㅎㅎ 그럼 온라인 집들이 시작합니다!
현관 Before



현관 After

전실입니다. 저는 구축의 구조를 좋아하는데 그 중 하나가 전실이 넓은 점이에요. 이 집은 특이하게 거실 화장실의 창이 전실 쪽으로 나있었는데 그걸 막아 반장을 만들고 안에는 전기자전거 충전을 위한 콘센트를 빼뒀습니다. 전실의 창으로 맞은편 아파트의 거실이 마주하고 있어 한지 느낌의 블라인드를 설치했어요.
거실 Before

거실 After

저희 집은 복층집이라 거실 층고가 거의 4m로 매우 높아요. 높은 천고의 장점을 살려 실링팬을 달았는데 이국적이면서도 너무 시원하고 좋아요.

중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거실 벽에 매립선반을 짰는데 우리 세 식구는 이런 추억을 갖고 있어요- 를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디자인 해봤어요. 물론 이 벽에 월패드가 있었는데 그걸 멀리 옮기는 건 또 큰 일이라 겸사겸사 이렇게 배치했습니다.
주방 Before

주방 After

주방입니다. 저는 딱히 대면형 주방에 대한 로망은 없었지만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이렇게 밖에 구조가 안 나오더라구요. 냉장고를 놓기 위해 세탁실로 나있던 쪽창을 막았습니다.
상부장을 없애고 11자 주방을 원했지만 후드 배관이 벽에서 나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침니형은 갠적으로 별로라) 상부장에 빌트인 후드로 했는데 일반 후드에 비해 흡입력이 낮아 추천하진 않아요. 다운 드래프트 후드나 탄소필터 후드는 가전 개발자인 남편의 반대로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전을 사던 18년에는 오브제, 비스포크 같은 컬러 냉장고는 없었거니와, 저는 스테인레스 재질의 가전을 좋아해 엘지 시그니처 냉장고를 구매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는 가구와 일체감 있는 키친핏 냉장고인데 아직 4년 정도 된 멀쩡한 냉장고를 버리고 새 냉장고를 사기엔 너무 낭비 같아 결국 원래 쓰던 냉장고를 가져왔어요.
905L나 되는 엄청난 뚱냉이라 선을 맞추기 위해 키큰장(냉장고장)을 벽으로부터 30cm 떨어뜨려 제작했어요. 덕분에 주방 면적이 작아졌지만 빌트인 오븐 열기를 빼는 데는 좋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방 상판은 칸스톤 루나화이트, 가구는 한솔 pet 퍼펙트 화이트입니다. 보통 아일랜드 옆판 마감은 가구 재질로 하는데 저는 여기에 강아지 식기를 둬서 오염될까봐 상판과 동일한 칸스톤으로 마감했어요.
사실 이 제품 말고 다른 세라믹 상판을 골랐었는데 제품 이슈가 있어서 못하게 되었었어요. 그 때 공사 막바지라 많이 지쳤어서 그냥 많이들 하시는데는 이유가 있겠지 하고 칸스톤 루나 화이트로 했는데 보면 볼수록 예쁜 것 같아요. 철제 슬라이드 수납함엔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이랑 반창고 등을 수납했어요.
혼자 간단한 간식을 먹을 때,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질 것 같은 과자를 먹을 땐 처리하기 좋게 ㅎㅎ 아일랜드 바 체어에 앉아서 먹어요.
+)Bonus! 기초 공사

한 달 동안 했던 기초공사들 보여드릴게요.



2000년대 즈음 지어진 아파트들 중 난방배관이 노란색 PPC 재질인 경우가 더러 있어요. 이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누수업계에서 악명높은 자재라고 합니다. 저희 집이 그 노란색 배관이어서 교체할지 말지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괜히 사서 걱정해서 큰 돈 쓰는 거 아닐까 했는데 관리사무소에 여쭤봤을 때 누수 공사 한 집들도 많고 교체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다고 하셔서 교체를 하기로 했습니다. 철거 때 바닥을 까보니 이미 누수가 있었는지 교체한 흔적이 있어서 잘했다고 생각해요.
📌 노란색 PPC 난방배관매수 할 집을 볼 때 분배기를 꼭 보세요. 보통은 싱크볼 아래에 있어요. 노란색 PPC 난방배관은 온수에 약한 플라스틱 재질이라 누수에 취약하며 전체 난방배관 교체시 큰 금액이 들어갑니다.

벽체 철거하고 나니 구석에서 발견된 곰팡이도 남편과 함께 셀프로 단열공정 전에 제거해줬어요.


타일 붙이기 전, 아쿠아디펜스 제품 사용해 도막 방수도 셀프로 해줬습니다. 쓱쓱 바르기만 하면 되서 누구나 쉽게 하실 수 있을거에요.




매도자분께서 집이 너무 추웠다고 하셨고 또 남편도 어릴적 탑층 살았을 때 추웠던 기억밖에 없다고 해서 단열에도 힘을 줬습니다. 보통 단열한다고 하면 아이소 핑크를 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집은 층고도 높고 해서 경질폼 단열로 진행했어요. 경질폼 단열은 각재로 폼을 쏠 공간들을 만들어준 다음 엄청 큰 기계로 폼을 쏴줍니다.


1층은 화장실까지 꼼꼼하게 단열했는데 2층 다락공간을 아무것도 안했더니 겨울에 결로가 줄줄 흐르더라구요. 돈이 더 들더라도 할 때 할 걸 너무 후회되는 점이에요.

1층은 폼단열 덕분인지 결로 1도 없고 탑층 치고는 따뜻해요!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윗집과 아랫집 난방으로 따뜻해지는 것도 있는데 윗집도 없고, 층고도 높다보니 중간층 살 때 보다 좀 추웠지만 난방비 3개월간 22만원으로 선방했답니다 :)
마치며

이렇게 집 소개를 다 했는데 재밌게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이미 거주한 지 8개월이나 되서 생활감 가득하지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꼼꼼히 체크한다고 했는데 혹시 더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댓글 남겨주세요.

제 인스타도 많이 놀러와 주세요. 감사합니다! :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