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폭력’, 한강 만나 ‘슬픔’ 승화”…현기영 작가의 노벨문학상 곱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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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현 작가는 "한국 문학에서 세계 문학으로 발돋움하면서 꼭 노벨 문학상을 우리가 한번 거머쥐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바람이 오랫동안 있었다"며 "그것을 한강 작가가 마침내 통과했다"고 했습니다.
현 작가는 그러면서 이번 수상의 핵심 이유 중 하나가 한강의 '시적 문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무지막지한 국가 폭력에 의해 힘든 순환의 세월을 살아왔다는 것, 이를 담아낸 것이 한강 작가"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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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시인 고은과 소설가 황석영 등 한국 거장들이 후보로 올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을 크게 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 노벨위원회는 한강을, 한강의 신념을 선택했습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
- 스웨덴 한림원 평가 中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각각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을 다뤘습니다.
비극적인 현대사의 상흔이 개인에게 파고든 이야기였고, 한강은 특유의 시적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그리고 세계인들은 열광했습니다.
국가 폭력을 다룬 소설이 세계에 통했다는 점은 한국 문학계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소설 '순이 삼촌'과 '제주도우다' 등으로 '제주 4·3 항쟁'에 천착해 온 현기영 작가와 함께 그 의미를 짚어봅니다.
■ "한국 문학계 염원 이뤘다"…세계 문학으로 발돋움
현기영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반가움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현 작가는 "한국 문학에서 세계 문학으로 발돋움하면서 꼭 노벨 문학상을 우리가 한번 거머쥐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바람이 오랫동안 있었다"며 "그것을 한강 작가가 마침내 통과했다"고 했습니다.
현 작가는 그러면서 이번 수상의 핵심 이유 중 하나가 한강의 '시적 문체'라고 짚었습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제주 4·3 항쟁 같은 비극적 역사를, 역설적이게 '시적 문체'로 접근한 것이 더 큰 울림을 줬다는 겁니다.
"한강 작가가 한국의 사회 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쓰기 시작했죠. 심미주의에만 빠졌으면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그 시적 문체를 가지고 공동체 문제를 다루는 데 적절히 사용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 현기영 작가 인터뷰 中
그러면서 "한국이 무지막지한 국가 폭력에 의해 힘든 순환의 세월을 살아왔다는 것, 이를 담아낸 것이 한강 작가"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강의 작품을 통해 한국의 인문학적 교양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 '국가 폭력', 슬픔으로 승화하다…"세계에 제주 4·3 알린 기회"
제주 4.3. 이 비극적인 국가 폭력이 알려지지 않았던 1978년, 현 작가는 소설 '순이 삼촌'을 발표했습니다. 그가 '제주 4·3 항쟁'을 세상 밖으로 꺼냈습니다.
현 작가는 자신의 소설 '순이 삼촌'이 '리얼리즘'이라면,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강의 작품들이 국가 폭력 문제를 저항 소설로만 접근하지 않고, 개인의 상처에 집중해 이를 풀어냈다는 평가들과 맥을 같이합니다.
"나의 글쓰기는 분노와 억울함, 비탄함이었다면, 한강의 작품은 슬픔 그 자체로 승화시켰습니다. 한강의 글쓰기는 완곡하면서도 예술적이어서 더 많은 독자에게 도달할 수 있었을 겁니다."
- 현기영 작가 인터뷰 中
현 작가는 그래서 작가 한강이 고맙다고 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관점을 가지고 있는 '제주 4·3'이 뭐지? 이게 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주도민들이 한강 작가를 고마운 은인처럼 생각하게 됐다"고 소회를 전했습니다.
■ "한국 문학, 거대한 서사로 나아가야"…언어는 '목적' 아닌 '도구'
현 작가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변해야 할 방향도 짚었습니다.
한국 문학이 일상이나 강박적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거대한 서사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강이 단편의 시적 글쓰기를 하다 장편으로 확대해 성공한 것처럼, 한국 문학계도 거대한 서사를 담은 장편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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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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