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관: 첫인상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앞에 도착하면, 눈앞에 펼쳐지는 넓은 테라스와 자연 경관이 단번에 시선을 장악한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단순한 마감이 아닌 풍수적 문제를 해소한 디자인의 정교함이다.

자연과 접하는 구조임에도 눈부심을 완화하기 위해 둥근 창문이 정중앙에 설치됐으며, 이 둥근 창은 방문객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심리적 장치처럼 느껴졌다. 목재와 특수 코팅으로 제작된 문 패널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매혹적으로 넘나든다.
복도: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완성

이 집의 복도는 직선이 아닌, 넓은 곡선을 따라 흐르는 공간의 미학이다. 눈에 띄게 꺾이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그 곡선은 복도 안에 배치된 캐비닛과 신발장까지 자연스럽게 흘러들며 설계자의 디테일함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편백나무로 마감된 내부 덕분에 실내안을 걷다 보면 숲 속을 산책하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었다.
테라스: 안과 밖을 연결하는

테라스로 나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건 완만한 경사의 처마와 일본 정원을 연상케 하는 쿠사리토이 빗물받이다.
빗물이 모여 떨어지는 선은 마치 자연의 소리라 불릴 만큼 정제되어 있다. 나무와 물, 공기와 시간이 조화를 이룬 이 장소에서 봄에는 녹음이, 겨울에는 고요함이 머문다.
거실: 와비사비의 완성

거실에 들어서면 텔레비전 벽이 단순한 기능을 넘어서 공간의 미학적 중심축이 되는 장면과 마주한다. 손으로 흙을 쌓듯 덧칠한 흔적이 남은 벽에는 흔치 않은 ‘불완전의 아름다움’이 있다.
스카이라인을 따라 감싸는 원형 구조와 슬라이딩 도어는 따뜻함과 은은한 여백을 만들고, 내장된 데이베드와 늘어선 창 문살은 편안한 채광을 유도한다.
다이닝과 주방: 실용과 아름다움

식탁은 무절제하게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해 무언가를 뺀 듯한 느낌이다. 단일 목재의 테이블 상판은 시간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사이드보드의 배치는 공간 동선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주방으로 이어진다.

거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 주방 공간에는 기존 가전이 그대로 활용되었지만 중립적인 색상과 곡선 형태의 천장 마감이 어우러져 이질감 없는 통일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다실: 고요함의 정점

마지막으로 다실에 들어서면, 이 집이 감정적으로 정점에 다다르는 순간이 찾아온다. 부드러운 쇼지 문을 열면 편백나무 향이 은은히 퍼지고, 천장이 일본 전통의 기품을 담아낸다.
호랑이 줄무늬 대나무 조명은 따뜻하고도 스산한 분위기를 모두 품으며, 이 공간이 단순한 취미 공간이 아닌 마음의 안식처임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