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청약 폐지 1년, 피해는 여전히 ‘진행형’
2021년 부활한 사전청약 제도가 2024년 5월 전면 폐지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당첨 취소와 본청약 연기 등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사전청약을 받은 뒤 본청약을 하지 못하고 사업이 취소된 아파트 단지만 벌써 8곳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취소 건수(7곳)를 이미 넘어선 수치로, 사전청약자들의 주거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세종시 4-2생활권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는 2022년 301가구 중 272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하며 최고 5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수익성 악화로 사업이 전면 취소됐다. 본청약을 2달여 앞두고 꿈을 접어야 했던 당첨자들은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사전청약 제도의 부활과 폐지, 그리고 남은 유산
사전청약 제도는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 공급 실적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부활했다. 그러나 택지 보상, 인허가 등 기반 조성 절차 없이 서둘러 추진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했다. 본청약과 입주가 수년씩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했고, 분양가도 당초 예정보다 크게 올라 당첨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결국 제도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2024년 5월 전면 폐지됐다. 하지만 제도 폐지 이후에도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사업이 취소된 단지는 세종 외에도 원주태장 이에스아뜨리움, 경산 대임지구, 파주 운정3지구 등 전국적으로 8곳에 이른다.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사업 취소가 15건이나 발생했다.

사업 취소와 본청약 연기, 당첨자 피해 현실화
사전청약까지 마치고도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사업이 취소된 8개 단지 외에도, 지난해 7곳까지 합치면 15곳에서 당첨자가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다, 본청약을 앞두고 무산되거나 주거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사업 취소뿐 아니라 본청약 일정이 연기된 사례도 열 곳이 넘는다. 남양주 왕숙2 A6블록은 올해 12월에서 2027년 4월로, 안산 장상 A1·A9블록은 올해 5월에서 2027년 10월로 본청약이 미뤄졌다. 시흥, 성남, 파주 등 수도권 곳곳에서 본청약 연기와 사업 취소가 반복되고 있다.

분양가 상승과 주거 계획 차질, 당첨자 부담 가중
사업 취소나 본청약 연기는 곧바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성남신촌 A2블록의 경우 본청약이 11개월 연기된 끝에 당초 예정 분양가보다 1억 원 이상 높게 책정됐다. 사전청약 당시 기대했던 가격과 현실의 격차가 커지면서, 당첨자들은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게다가 사업이 재개돼도 후속 사업자의 브랜드가 기존보다 떨어질 수 있고,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져 새로운 사업자 선정도 쉽지 않다. 일부 단지는 LH가 직접 시행하거나 공공지원 민간임대 등 대안을 찾았지만, 전체 15곳 중 4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단지들은 여전히 새로운 사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LH의 대책, 실효성 논란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민간 사전청약 당첨취소자 구제 방안’을 내놓아, 기존 당첨자에게 후속 사업자가 시행하는 단지에서 우선 공급 자격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이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하고, 분양가 상승분에 대한 보전 계획도 없다. LH는 공공 사전청약에 한해 분양가 인상분 일부를 부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간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분양가 상승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본청약이 6개월 이상 지연된 경우 계약금 비율을 낮추고, 중도금 납부 횟수를 줄이는 등 일부 지원 방안도 제시됐지만, 실질적으로 당첨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전청약 제도의 한계와 남은 과제
사전청약 제도는 조기 공급 실적 확보라는 정책적 목적 아래 도입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주거 불안과 피해만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본청약과 입주가 수년씩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당첨자들은 ‘희망고문’에 시달려야 했다. 분양가 상승, 주거 계획 차질, 브랜드 하락 등 다양한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전청약 물량이 집중됐던 만큼, 피해 역시 수도권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사전청약의 유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제도 폐지 이후에도 남은 피해자 구제와 주거 안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끝나지 않은 사전청약의 그림자, 실질적 구제책 필요
사전청약 제도의 폐지로 신규 피해는 막았지만, 기존 당첨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업 취소, 본청약 연기, 분양가 상승 등으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LH, 민간 사업자 모두 남은 당첨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실질적 구제책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사전청약이 남긴 교훈은, 주택 공급 정책에서 실수요자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빠른 공급 실적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책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