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에너빌리티가 또 한 번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번에는 기존보다 훨씬 강력한 380MW급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인데요.
2019년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한 두산이 이번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델을 선보인 것입니다.
첫 번째로 개발했던 270MW급 가스터빈도 이미 2년간의 실제 운전을 통해 성능을 인정받으며 해외 수출까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번 신제품은 출력이 100MW나 더 높아진 380MW급으로 대폭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정격 부하 조건에서의 성능 시험도 성공적으로 통과하면서 내구성과 안전성까지 검증받았죠.
AI 시대가 만든 새로운 기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
가스터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배경에는 전 세계적인 디지털 혁명이 있습니다.
인공지능 열풍과 함께 대형 IT 기업들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고, 여기서 사용되는 전력량도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전력 수요 때문에 정전이 발생하는 등 국가 전체의 전력망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IT 기업들이 직접 가스터빈 발전기를 도입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죠.
복합발전으로 570MW까지, 더욱 강력해진 성능
이번에 개발한 380MW급 가스터빈의 진짜 매력은 복합발전 방식으로 운영할 때 나타납니다.

복합발전은 가스터빈에서 나오는 고온의 배기가스를 활용해 물을 끓이고, 그 증기로 터빈을 추가로 가동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인데요.
이렇게 하면 출력을 무려 570MW급까지 확대할 수 있습니다.
수백억 원이나 하는 가스터빈은 한 번 발전소에 설치되면 수십 년 동안 운영되어야 하기 때문에 극한의 내구성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대형 가스터빈을 개발하려면 16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오랜 시간 노출되어도 프로펠러가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해야 하죠.
그래서 지금까지 독일, 일본, 캐나다, 프랑스, 미국 등 5개 선진국에서만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가스터빈에서 전투기 엔진으로, 기술의 놀라운 연결고리
가스터빈과 전투기 엔진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사실 둘 사이에는 놀라운 공통점이 있습니다.

설계의 유사성이 매우 높고, 전투함 추진에 사용되는 가스터빈 엔진도 항공기 엔진에서 파생된 제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투기 엔진은 고공에서 운영된다는 특징 때문에 더 강력한 내구성과 제어 기술, 안전성이 필요하지만, 고열에서 운영되는 터빈 날개와 부품들을 개발하는 기술은 공통적입니다.
미국의 경우 2000도 이상에서 운영할 수 있는 소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유럽은 1800도 이상의 내구성을 가진 터빈 엔진 부품을 확보하고 있죠.
이번에 두산이 개발한 380MW급 가스터빈은 기존 제품보다 100MW나 출력이 증가했는데, 이는 내부 온도가 그만큼 높아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바로 이 점이 전투기 엔진 개발에 필요한 고온 부품 개발 기술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소재 기술력이 만든 차별화, 두산의 핵심 경쟁력
두산에너빌리티가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기존 제품보다 훨씬 강력한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자체 소재 연구 능력에 있습니다.

해외 업체들이 발전용 가스터빈 시장을 독점하며 횡포를 부리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개발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국내 소재 연구소를 만들어 기초 기술을 다지는 데 집중했던 것이 주효했죠.
두산이 운영하는 기초 소재 연구센터는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합성해 가스터빈에 적합한 소재 구성을 찾아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투기용 부품 개발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발전용 가스터빈 엔진이 전투기 엔진보다 훨씬 대형 제품으로 개발되면서 부품이 커서 오히려 개발이 더 어렵다는 것입니다.
압축기 블레이드 하나도 대형 부품으로 제작되어야 하기 때문에 열 특성을 반영한 소재 설계 기술이 더욱 필요하거든요.
이런 기술을 확보하면서 전투기 엔진 부품 개발 기술까지 자연스럽게 확보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협업, 1+1=3의 효과 기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전투기 엔진 개발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정부는 두 회사의 장점을 통합해 개발 사업의 효율성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투기 엔진에 사용되는 소재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공과 조립 기술만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반면 두산은 소재 기술에 강점이 있죠. 그래서 소재 강점이 있는 두산이 특수 재료를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전투기 엔진을 통합하고 운영하는 노하우를 가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체적인 개발 계획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예정입니다.
더 나아가 무인기에 필요한 엔진은 두산이, 전투기에 필요한 엔진은 한화에서 개발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분리해 개발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불필요한 경쟁을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하면 10조원까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전투기 엔진 개발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두산의 가장 큰 장점은 가스터빈 개발 기술을 전투기 엔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발전 시장을 위해 개발한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개발비를 따로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죠.
발전용 가스터빈 시장에서 올리는 매출을 활용해 소재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전투기용 핵심 부품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 있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이번 성공은 단순히 새로운 가스터빈 모델 하나를 완성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전 세계 5개국만이 개발에 성공한 가스터빈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기술을 확보하면서, 나아가 전투기 엔진 개발이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한 든든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죠.
앞으로 두산이 만들어갈 기술 혁신의 여정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