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부에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유병훈표 '안양좀비' 무서운 이유[전훈 인터뷰]

김성수 기자 2025. 2. 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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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2024시즌 K리그2(2부리그) 우승과 함께 FC안양의 창단 첫 K리그1(1부리그) 승격을 이끈 '승격명장' 유병훈(48) 감독은 우승 다음날부터 도전자의 자세로 1부 무대를 준비했다.

떨리는 감독 데뷔 시즌 이후 맞이한, 더 떨리는 지도자 인생 첫 1부리그. 하지만 '감독이 흔들리면 팀이 흔들린다'는 걸 너무 잘 아는 사령탑은 밀려오는 파도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었다.

스포츠한국은 안양 구단의 2025시즌 대비 2차 동계 전지훈련지인 경상남도 남해에서 유병훈 감독을 만나 첫 1부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과 사령탑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들어봤다.

유병훈 FC안양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안양은 지난해 11월2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4 38라운드 부천FC와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안양은 이 무승부로 승점 62점에 올라 리그 최종전을 남기고 마지막 경쟁자였던 서울 이랜드(당시 남은 두 경기 전승해도 61점)를 따돌리며 K리그2 우승을 거머쥐었다. K리그2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자동 승격 자격에 따라 2013년 창단 후 11번째 시즌 만에 처음으로 K리그1 승격을 이뤘다. 안양에서 코치로 오랜 세월 함께했지만 프로 감독으로서는 처음이었던 유병훈 감독이 데뷔 시즌에 구단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일을 해낸 것.

'2024년 K리그2 챔피언' 안양은 오는 16일 '2024년 K리그1 챔피언' 울산 HD 원정을 시작으로 K리그1 무대의 문을 연다. 이제 정말 개막전이 2주 안으로 들어온 상황. 유 감독은 겸손하지만 자신 있게 전훈의 성과를 전했다.

"현재 선수단의 전술적인 완성도는 80% 정도다. 개막전까지 원하는 방향성에 맞게 끌어올리려고 한다. 선수층이 두꺼운 편이 아니기에 11명의 주축 명단이 꾸려졌을 때 경기에서 나오는 힘을 기대하고 있다. 태국 1차 전지훈련에서 지난 시즌에 주로 사용했던 4백을 더욱 세부적으로 다루는 과정을 거쳤고 새로운 형태의 3백 역시 준비했다. K리그1에서 한 가지 전술만 밀고 나아가기보다는 각각의 형태에 맞는 선수들을 활용해 상황과 상대에 따라 두 가지를 적절히 골라서 활용할 계획이다. 김동진처럼 측면 공격에 강점이 있는 윙백, 모따처럼 제공권이 좋은 공격수들이 3백 형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1차 전훈지에서 3백 훈련을 짧게 진행했는데 선수들의 이해도가 높아 단단한 형태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프로축구연맹

유 감독은 2024시즌 시작 전에 '꽃봉오리 축구'를 하겠다고 천명했고, 그 발언 이후 유 감독과 관련된 기사에 '꽃봉오리'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으며, 안양 구단 홍보팀에서도 영상 콘텐츠에 '꽃'과 관련된 말을 심심치 않게 썼다. 그 정도로 그를 상징하는 말이자, 안양에서는 1부리그 승격을 상징하는 단어가 된 것.

꽃봉오리를 잇는 안양의 2025년 키워드는 '좀비'다. 구단 홍보팀에서도 좀비라는 말을 활용한 영상 컨텐츠를 시즌 내내 적극 제작하겠다고 밝힌 상황. 유 감독은 이 소식에 열정이 대단하다는 듯 눈을 질끈 감다가도, 재미와 자신감이 어린 미소를 지으며 사령탑 본인과 팀의 방향성을 말했다.

"냉정하게 K리그2에 있을 때만큼 많은 승수를 K리그1에서 쌓을 수 없다면, 최소한 넘어지더라도 쓰러지지 않고 쉽게 패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지난 시즌에 많은 팀들에게 꽃봉오리를 펼친 것처럼, 올해는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좀비 떼를 풀어버릴 작정이다. 이런 키워드가 있는 게 재밌지 않나(웃음). 맨체스터 시티와 FC 바르셀로나처럼 지배적인 운영을 하는 해외축구 팀들의 경기를 본 지도 오래됐다. 안양의 팀 색깔, 방향성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공부하고 선수들과 미팅 시 자료로 쓰더라도 우리 팀에 맞는 영상을 최대한 찾으려고 노력한다."

유 감독은 이어 선수들에게 많은 신뢰를 냈다. 특히나 지난 시즌 선수단의 구심점이 됐던 주장 이창용과 부주장 김동진에게 특히 고마워하며 또 한 번 기대를 걸었다.

"선수들이 1부리그에 왔다는 설렘을 넘어 긴장을 하게 되면, 몸이 굳고 제 실력이 안 나온다.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구단의 모든 구성원이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도전하다 보면 분명히 답이 나올 거라고 믿는다. 물론 우선적으로 감독이 먼저 선수들을 믿고 기다릴 것이다. 선수들에게 '인내해라, 참아라'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안양 선수단의 정신적 중심이 된 주장 이창용, 부주장 김동진이 지난해처럼 자신들의 역할을 하면서 팀의 핵심이 되고, 새롭게 합류한 김보경도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전수해주며 팀에 많은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프로축구연맹

안양은 오는 16일 울산 원정으로 개막전을 치르는 데 이어 22일 서울 원정, 3월1일 광주 원정으로 개막 3라운드 연속으로 적진에서 싸워야 한다. 하지만 챔피언 울산과의 만남, 안양 팬들에게 고향 팀이 사라지는 아픔을 안긴 서울과 맞대결, 현역 선수 때부터 절친한 선배인 이정효 감독의 광주 원정길 모두 오히려 유 감독이 기다렸던 경기들이다.

"프로축구연맹이 'K리그1 신입생' 안양에게 신고식을 치러주는 건가(웃음). 하지만 세 팀 모두 붙어보고 싶은 팀으로 언급했던 구단들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인 울산과 맞대결에서 안양의 현주소를 빨리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솔직히 잃을 건 없다. 개막전부터 챔피언을 이긴다면 자신감을 더욱 얻을 수 있는 것이고, 진다고 해도 빠르게 문제점을 인식해 개선할 수 있기에 좋다. 물론 울산전 바로 뒤에, 어느 팀보다도 반드시 꺾어야만 하는 상대인 서울과의 대결이 붙은 것은 어느 정도 부담이 있지만 언젠가는 만나야 할 팀이다. 3라운드 상대인 이정효 광주 감독은 워낙 공부를 많이 하는 분이고 무엇이든 만들어내려고 할 거다.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개선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광주가 정호연, 이희균, 허율 등 주축 선수들을 떠나보냈지만, 이 감독은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빛을 발할 인물이다."

한편 유 감독은 사령탑 데뷔를 했던 지난 시즌 도중 "감독이 초보라는 이유로 팀과 선수들에 대한 시즌 전 평가가 절하되는 듯해 미안하더라. 그 평가를 뒤집고 싶어서 코치들과 밤새 준비한 게 다행히 좋은 흐름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만큼 미안함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 감독은 이제 한층 단단해진 모습으로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간다. 떨림을 즐기고, 부딪치면서 배울 준비가 된 '승격명장'이 새로운 무대로의 여행을 떠난다.

"솔직히 1부리그 첫해 목표는 '생존'이다. 죽지 않고 끈질기게 버티는 '좀비'처럼 말이다. 또한 광주처럼 어느 팀을 만나든 두려움 없는 경기력을 보이는 것도 목표고, 대구처럼 K리그1 승격 후 오랜 기간 꾸준히 살아남는 생존력을 갖추는 것도 목표다. 뭐든지 처음이 떨린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두 경우 다 내게는 처음이다(웃음). 그래도 선수들에 미안해 밤을 새웠던 초보 감독은 이제 더 큰 현실을 맞닥뜨리고 부딪쳐보려고 한다. 감독이 흔들리면 팀이 흔들리는 거다. K리그1의 새로운 부분을 배우면서도 조급함 없이 적응해나가는 사령탑이 될 것이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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