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 학생들의 패션쇼, 인도를 열광시키다

인도에서 촬영된 한 학생 패션쇼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빈민가 출신 학생들이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이 영상엔 12세에서 17세 사이의 여학생들이 버려진 옷으로 만든 빨간색, 금색 의상을 입은 모습이 담겨 있다.

이들은 직접 디자인하고 재단해 입은 옷을 슬럼가의 지저분한 벽과 테라스를 런웨이 삼아 선보였다.

영상은 15세 남학생이 촬영하고 편집했다.

이 영상은 이달 초 러크나우시의 비정부기구(NGO)인 이노베이션 포 체인지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에 처음 공개됐다.

이 자선 단체는 도시 빈민가의 약 400명의 청소년들에게 무료 식량, 교육, 직업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영상 속 주인공들은 이 NGO 소속 학생들이다.

영상에 출연한 모델 중 한 명인 메학 칸노지아는 자신과 동료 학생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발리우드 여배우들의 의상 선택을 면밀히 관찰하고 종종 그들의 의상 중 일부를 따라 하곤 한다고 BBC에 말했다.

"이번에는 자원을 모아 팀으로 작업하기로 했다"고 한 16세 학생은 전했다.

이들은 발리우드 유명인, 할리우드 여배우, 억만장자 등에게 옷을 입힌 인도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사비야사치 무커지의 캠페인을 참고했다. 사비야사치의 의상은 2018년 킴 카다시안이 보그 촬영에서 입기도 했다.

무커지는 또 인도에서 '웨딩의 왕'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아누쉬카 샤르마, 디피카 파두콘 등 발리우드 유명인사를 포함해 수천 명의 신부에게 드레스를 입혔다. 미스 월드 우승자이기도 한 프리얀카 초프라는 시바야치의 붉은색 의상을 입고 닉 조나스와 결혼했다.

메학은 '예랄랑(붉은색)'이라는 이름의 이번 프로젝트가 시바야치의 헤리티지 브라이덜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증받은 옷들을 샅샅이 살펴보고 빨간색 옷을 모두 골라냈습니다. 그런 다음 만들고 싶은 의상에 초점을 맞추고 의상을 조합하기 시작했습니다."

메학은 3~4일 동안 10벌 넘는 의상들을 바느질하는 고된 작업이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런웨이를 위해 메학은 사비야사치 동영상에서 모델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들의 동작을 따라했다고 전했다.

"모델들처럼 선글라스를 쓴 사람도 있었고, 빨대가 달린 컵으로 물을 마시는 사람도 있었고, 천으로 만든 보따리를 팔 아래에 들고 걷는 사람도 있었죠."

메학은 여러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졌다고 말한다. "촬영 중 어느 순간 저는 웃어야 했어요. 그 순간 누군가가 웃긴 말을 했고 저는 그냥 웃음을 터뜨렸어요."

야심찬 프로젝트는 뜻밖에도 인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부받은 옷과 적은 예산으로 제작한 이 패션쇼 영상은 무커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재게시한 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소셜 미디어에서 많은 찬사를 받았으며 많은 이들이 전문가들과 학생들의 작업물을 비교하기도 했다.

이 바이럴 영상은 자선 단체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방송국들은 학교를 방문했으며, 일부 학생들은 인기 FM 라디오 방송에 초대받았다. 발리우드 배우 타마나 바티아는 학교를 방문해 어린이들로부터 스카프를 선물받기도 했다.

메학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고 말한다.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모든 친구들이 영상을 공유하며 '유명해졌다'고 말하더군요. 부모님도 저희가 받는 관심에 대해 들으시고 기뻐하셨어요."

“저희는 정말 기분이 좋아요. 이제 사비야사치를 만나는 꿈이 하나만 남았어요.”

그러나 일부에선 어린 소녀들이 신부 복장을 입은 것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 여전히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법적 결혼 연령인 18세가 되기 전에 가족에 의해 원치 않는 결혼을 하는 나라에서 이런 모습이 아동 결혼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이노베이션 포 체인지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서 아동 결혼을 조장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밝히며 해명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어떤 식으로든 아동 결혼을 조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이 소녀들은 그러한 생각과 제한에 맞서 싸워서 이런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아이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