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명 게임사 창업자, 8·5 증시 폭락 때 랩상품서 30억 넘게 날려… “양매도 몰랐다”

김남희 기자 2024. 9. 30. 0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나증권 랩어카운트, 코스피200 옵션 양매도 투자
증시 폭락에 장 중 추가 증거금 120억 이상으로 늘어
전담 PB는 별도 알림도 없어…최종 30억대 손실 입어
같은 지점서 수십명 거액 손실…담당 PB는 은행 복귀

국내 유명 게임회사 창업자인 S씨가 주식시장이 폭락한 8월 5일 ‘블랙 먼데이’ 당시 하나증권 투자상품에서 3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S씨가 하나증권에서 가입한 랩어카운트(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은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폭락장에서 손실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불어났다. S씨는 주가가 폭락하면서 당일 120억 원이 넘는 추가 증거금 납입을 요구받았다. 이후 반대매매(담보 주식을 강제 매각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를 피하기 위한 과정에서 S씨는 보유 주식을 매각해야만 했고 30억 원대의 손실을 떠안았다. S씨와 비슷하게 하나증권에서 거액의 손실을 본 투자자는 80~15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씨는 하나금융그룹의 고액 자산가 자산관리센터에 자산 관리와 투자를 일임했다. S씨는 해당 상품의 불완전판매와 자산 관리 부실 등을 주장한다. 30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전담 자산관리사(PB)는 8월 말 하나증권에서 퇴직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증권 측은 해당 PB가 은행 소속이며, 2년 파견 기간 만료로 은행에 복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증권.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고객이 일임한 자금을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알아서 투자하고 운용하는 상품이다. S씨가 가입한 랩어카운트 상품은 하나증권의 지점운용형(맞춤운용형) 하나맞춤랩이다. 2022년 12월 서울 삼성동에 있는 하나증권 Club1WM(클럽원) 센터에서 가입했다. 클럽원은 하나금융그룹이 2017년 금융자산이 30억 원 이상인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특화해 만든 종합자산관리센터다.

해당 상품은 전액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옵션 양매도 전략으로 운용했다. 옵션 양매도는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과 풋옵션(팔 수 있는 권리)을 동시에 매도해 각 옵션에 붙은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변동성이 작은 장에서는 주가가 콜옵션과 풋옵션 가격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져 가격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이 급격히 불어나는 구조다.

당시 Club1WM 센터의 PB 고 모씨는 해당 상품 가입을 권유하며 안전한 상품이고 손해날 일은 없으며 그 대신 수익도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는 게 S씨의 입장이다. 해당 파생랩의 운용 수익 보고서를 보면, 2022년 12월부터 2024년 5월까지 18개월간 월평균 수익률은 0.22%, 총수익률은 3.79%였다. 월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때는 0.56% 수익을 냈으나 가장 낮았던 때는 마이너스 0.01% 손실이 난 달도 있었다. 그러나 옵션 양매도 투자는 손실 위험이 없는 안전한 상품은 아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옵션 양매도 투자를 하던 투자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도 있다.

S씨는 PB의 권유에 따라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받은 자금 30억 원을 해당 상품에 투자했다. 문제의 8월 5일 오전 11시 코스피200 선물 가격은 전날 대비 5% 이상 하락하면서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도 호가 효력 5분간 정지)가 발동됐다. S씨는 오전 11시 26분 하나증권으로부터 장 중 추가 증거금 46억 원 발생이란 마진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중 11% 가까이 폭락했다가 8.77% 하락으로 거래가 끝났다. S씨는 장 마감 후인 오후 5시 20분 하나증권으로부터 ‘추가 증거금 발생 알림, 위탁기준 125억 원 부족, 익영업일 낮 12시 반대(매매) 예정’이란 내용의 메시지를 또 받았다.

S씨가 증거금 추가 요구와 반대매매 예고 문자를 받을 동안 PB로부터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S씨가 오후 5시 22분 반대매매 예고 메시지를 PB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문의하자 PB는 그제야 “확인해 보도록 하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코스피지수가 역대 최대폭 하락할 정도로 폭락 장이 펼쳐진 날 고객의 투자일임 계좌에서 120억 원이 넘는 추가 증거금 요구가 발생했는데도 전담 PB가 상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S씨가 8월 5일과 6일 하나증권으로부터 받은 추가 증거금 발생 알림 문자 메시지.

PB는 다음 날 오전 10시 S씨에게 최종 손실 금액이 3억 원 내외로 예상된다고 알렸다. 그러나 그날 오후 증시 마감 후 S씨는 추가 증거금 약 30억 원이 발생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추가 증거금이 발생하면 해당 증거금을 납입해서 해소하거나 아니면 강제로 반대매매를 당하는 구조다. 결국 S씨는 PB의 제안에 따라 주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아 증거금을 납입했다. 이후 대출금을 갚기 위해 보유 주식 중 16만여 주를 며칠에 걸쳐 매도해야 했다. S씨는 결국 32억 원의 손실을 떠안았다.

S씨를 비롯해 투자 손실을 본 또 다른 투자자들은 클럽원 PB와 운용역들의 대응이 미흡했고 자산 관리가 부실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각 투자자가 100억 원대의 추가 증거금 요구 메시지를 받는 동안에도 투자일임 PB와 운용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투자일임자산 관리에 심각한 문제와 부실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S씨가 서명한 계약서에는 하나증권 측이 기재한 전문투자자라는 문구가 있다. S씨는 상품 가입 당시 투자 위험을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S씨는 해당 상품 가입 계약서 작성 하루 전 하나증권에서 개인전문투자자로 등록됐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전문투자자는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전문성 구비 여부, 소유 자산 규모 등에 비춰 투자에 따른 위험감수능력이 있는 투자자를 말한다. 선물옵션의 경우 일반투자자는 사전 교육과 모의 거래 의무를 충족해야 거래를 할 수 있는 반면, 전문투자자는 모의 거래, 교육 이수 의무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 S씨는 소득 조건과 자산 조건을 충족해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S씨는 자신은 주식 투자나 파생상품 투자와 관련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다고 주장한다. 파생랩 가입 당시 주식담보대출에 사용한 주식 역시 몇 년 전 자신이 창업한 회사와 다른 게임 회사의 주식을 맞교환하는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것일 뿐, 자신은 파생상품 거래의 손익 구조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금융투자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S씨는 지난해 7월까지 자신이 창업한 게임사의 대표이사를 맡았고 현재 사내이사로서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를 맡고 있다.

계약서엔 판매직원으로 운용역(투자자산운용사)인 김 모씨(상무)의 이름이 적혀 있다. S씨에 따르면, 계약 진행은 PB인 고 모씨가 모두 진행했으며 당시 운용역인 김 모씨는 잠깐 와서 인사만 하고 갔을 뿐 별도의 계약 관련 설명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계약서의 대면접수 상담자명과 판매직원 란엔 김 모씨의 이름만 적혀있다. 계약서의 판매직원 확인사항 중 직원이 직접 자필 기재해야 하는 부분에 김 모씨의 자필 기재가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모씨는 하나증권 합류 전 위너스자산운용에서 투자일임 계좌의 파생상품 운용을 맡았다. 김 모씨가 재직할 당시 위너스자산운용은 일본 닛케이225지수 옵션 파생상품에서 투자 손실을 내 KB증권과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S씨에게 실제 상품을 판매하고 관리한 PB 고 모씨는 8월 말 퇴직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 모씨는 투자일임 계약 당시엔 Club1WM 센터 소속이었으나, 퇴사 당시엔 하나증권 도곡역WM센터 소속이었다. 하나증권은 고 모씨가 은행으로 복귀했으며, 이 때문에 퇴사 처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파생랩어카운트 상품 손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련해서 판매 과정 등 추가 사실을 확인 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실을 본 일부 투자자가 하나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서는 “아직 소송이 접수된 건은 없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