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개인정보보호협회(OPA)가 휴대폰 판매점을 대상으로 수집한 정보 중 일부가 개인정보라는 정부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KAIT와 OPA는 지난 8월22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만5000여개 휴대폰 판매점주들을 대상으로 '2022년 통신판매점 사전승낙 및 개인정보보호 서면점검'이란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KAIT와 OPA는 매년 전국 휴대폰 판매점 중 일부를 대상으로 사전승낙제와 개인정보 자율규제 규정의 준수 여부를 조사하는 현장점검을 펼친다. 사전승낙제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따라 통신사들이 정한 심사항목을 기준으로 휴대폰 판매점에게 승낙을 부여하는 제도다. KAIT가 통신사들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양 단체는 올해는 현장점검에 앞서 문자메시지를 통한 서면점검을 진행했다. 현장점검은 일부 판매점을 대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보니 서면점검을 통해 보다 많은 판매점들에게 사전승낙과 개인정보 관리 준수에 대해 알리자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문자메시지에 포함된 구글독스를 통해 수집한 정보가 화근이 됐다. 양 단체는 판매점들에게 △매장명 △대표자 △매장주소 △매장 담당자 성명 △전화번호 △이메일(KAIT, OPA) △교육이수 종사자 성명 및 ID(OPA) 등을 입력할 것을 요구했다. 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를 받도록 했지만 거부할 시 서면점검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KAIT는 수집한 정보를 OPA와 공유하려 했다. OPA는 개인정보보호 인식을 강화하기 위한 홍보 활동에 필요한 판매점 정보를 KAIT로부터 제공받으려 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수집한 기관은 다른 기관과 이를 공유를 할 수 없다. 이에 KAIT가 수집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공유하려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판매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은 무단 개인정보 수집 및 공유시도 사실을 확인하고 양 단체가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KAIT와 OPA는 수집하려고 했던 정보는 판매점 정보이며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윤 의원과 함께 이번 서면점검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인식했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은 OPA의 상위 부처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보호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보호위는 이 의원실의 문의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매장명·매장주소는 판매점 정보이지만 △대표자명 △매장 담당자명 △개인정보 관련 교육이수 종사자명 및 자율규제 홈페이지 ID는 개인정보에 해당된다"고 답했다. 이 정보들만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거나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해 특정인임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위는 유관 협회를 포함한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도록 지도·감독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에 KAIT와 OPA는 이 의원실에 △구글독스를 통해 수집된 모든 판매점 정보 즉시 삭제 △서면점검 시 기관 간 개인정보 공유 재발방지를 위한 지침 마련 △서면점검 담당자에 대한 경고 조치 및 개인정보보호 교육 실시 등을 골자로 한 개선방안을 제출했다. 또 사전승낙 및 개인정보 점검은 각 기관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서면점검을 추진할 시 구글독스와 같은 외부 기업의 서비스가 아닌 자체 서버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의원은 "사전승낙 점검은 KAIT, 개인정보 점검은 OPA에서 각각 운영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두 기관이 임의적으로 공동 점검을 실시한 것"이며 "두 기관에서 수집하는 정보 주체이자 점검 대상인 판매점의 사전 동의 없이 개인정보 공유를 시도한 것은 명백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KAIT는 이동통신 단말기 판매점 선임에 대한 승낙을 부여하는 기관으로, 판매점을 대상으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KAIT와 OPA는 통신사를 비롯한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단체다. 현재 양 단체의 회장사는 SK텔레콤이다. KAIT는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로부터 통신시장 자율규제에 대해 필요한 조사를 위탁받아 수행한다. OPA는 지난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부터 설립허가를 승인 받았다. 2020년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들의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모은 보호위가 신설되면서 현재는 보호위의 산하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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