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3%대 급등…중동 분쟁 확산·리비아 생산 중단 우려

국제유가가 이스라엘과 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리비아의 석유 생산 중단 소식까지 전해지며 3% 이상 급등했다.

/사진=미 에너지부

26일(이하 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43달러를 기록해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05% 상승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42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3.5% 올랐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80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16일 이후 10일 만이다. WTI도 16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23일에도 두 유종 모두 2% 이상 상승한 바 있다.

이날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국가안정정부(GNS)는 모든 유전을 폐쇄하고 생산과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유전 지대가 많은 동부의 GNS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 서부의 통합정부(GNU)가 리비아 중앙은행 총재 자리를 두고 갈등이 빚으며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리비아의 석유 자원을 관리하는 리비아 국영석유공사는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회사인 와하오일은 불특정 “시위와 압력”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생산을 줄여 완전히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시르테오일은 부분적 감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하루 30만 배럴을 생산하는 리비아의 샤라라 유전은 이달 초 시위로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지난달 리비아의 하루 생산량은 약 118만배럴이었다.

UBS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애널리스트는 “석유 시장의 가장 큰 위험은 리비아의 정치적 긴장으로 석유 생산량이 추가로 감소하는 것이며, 현재 하루 100만배럴 수준에서 생산량이 0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친이란 성향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의 무력 충돌로 인한 중동의 확전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5일 새벽 헤즈볼라의 대규모 공격 징후를 포착했다며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헤즈볼라 표적을 선제타격했다. 이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300발 이상의 로켓과 무인기로 타격에 나섰고 지난달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이 암살한 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르크에 대한 보복 1단계 공격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선언했다.

이날 미국 백악관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평화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서도 중동 내 “강고한 무력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븐스리포트리서치의 타일러 리시 공동편집자는 “단기적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 사이의 지정학적 긴장은 계속해서 석유 시장에 강세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하루 약 100만배럴인 리비아의 공급량이 차단될 수 있다는 새로운 위협도 이번 주가 시작함에 따라 유가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최대 원유 저장시설인 오클라호마 쿠싱 저장소 재고가 6개월 최저치로 떨어진 점도 국제유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는 약 300만배럴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BOK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 트레이딩 수석부사장은 중동 지역 긴장, 리비아의 생산 중단, 미국의 주요 저장 허브인 오클라호마 쿠싱의 원유 재고 약세 등을 언급하며 “단기 매수가 정당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필립노바의 프리얀카 삭데바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OPEC과 OPEC+의 연내 생산량 확대 여부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플러의 빅토르 카토나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예측가들은 2025년 석유 수요 증가율이 하루에 약 10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리비아가 또다시 내전을 일으킨다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2025년 잔고는 올해와 매우 비슷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