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인화 회장 취임을 앞둔 포스코그룹이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주력인 철강사업부문은 이시우 사장을 유임시키는 등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를 뒀다.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을 해소하고 철강 수요 부진 등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달 21일 그룹 주요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내정자의 첫 내부인사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작년 12월 차기 회장 선임 인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주요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한차례 미뤘다.
이시우 남고 김학동 떠났다
핵심 계열사인 철강사업부문 포스코는 이시우 대표이사(CEO) 사장이 단독으로 이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기존 김학동 부회장·이시우 사장 각자대표 체제에서 이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김 부회장은 고문역으로 물러난다.
김 부회장과 이 사장은 모두 최정우 현 회장 체제에서 승진하고 존재감을 드러낸 핵심 경영진이다. 이번 인사에서 이 사장 홀로 유임된 건 조직 안정 차원으로 풀이된다. 두 명의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는 큰 폭의 물갈이 대신 한 명을 유임해 내부 반발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대표이사 자리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지용 포스코홀딩스 사장(미래기술연구원장)이 포스코를 이끌 새 인물로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그는 사장 승진 2개월 만에 '회장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사장은 최 회장이 작년 연말 인사를 통해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던 인물이다.
주요 계열사선 '안정·수익성' 방점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는 합병 전 대우인터내셔널 출신 이계인 글로벌사업부문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보임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작년 포스코에너지를 합병해 통합법인으로 출범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신임사장의 역할은 한층 막중하다. 그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에너지·구동모터코아 등 핵심 분야에서도 수익성 개선을 꾀할 전망이다.
장 내정자와 포스코 회장직을 두고 최종까지 경합을 펼쳤던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포스코이앤씨 사장으로 선임됐다. 전중선 전 사장은 포스코 원료구매실장, 경영전략실장, 포스코강판(현 포스코스틸리온) 대표이사 사장, 포스코 전략기획본부장 및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 등을 역임한 재무·전략통이다. 작년 퇴임을 결정했지만 건설산업 침체로 난항을 겪고 있는 포스코이앤씨의 재무건전성과 프로젝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시 경영 일선에서 복귀했다. 이른바 '최정우 사람'으로 분류된 전 전 사장을 기용한 건 역시 큰 폭의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의 신사업인 2차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포스코퓨처엠 사장에는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자리를 옮긴다. 유 신임사장은 그룹 내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2022년부터 포스코퓨처엠 비상무이사를 맡은 경력도 있다.
2년 만에 사라진 부회장…공고해진 '회장 원톱' 체제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점은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이 고문역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최정우 회장 체제에서 '2인자'로 통하던 인물들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포스코그룹에는 사실상 부회장 타이틀이 사라졌다.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2022년 지주사 출범 이후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포스코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건 1992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인사로 30년 만에 부활한 그룹 부회장직이 불과 2년 만에 사라진 셈이다. 이는 장 내정자의 취임 초기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한편 장인화 회장 내정자는 내달 21일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포스코그룹 회장에 정식으로 취임한다. 앞으로 장인화호가 풀어나갈 경영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철강 수요 부진과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 확산에 대응해 성과를 내는 게 급선무다. 이차전지 소재, 수소, 에너지, 건설·인프라 등 비철강 부문에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 변수는 국민연금의 행보다. 포스코 지분 6.71%를 지닌 국민연금은 여태껏 포스코 회장 인선작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국민연금은 아직까지 포스코와 장 내정자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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