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농촌서 피어난 청년 창업…참기름 짜던 세 자매 대통령과 만나다
청년 고용·브랜드화로 예천 농업 새 성장 모델 제시

지난 1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전국에서 모인 창업가들 사이에서 한 농촌 기업인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경북 예천군 보문면에서 식품기업 '농부창고'를 운영하는 황영숙 대표다.
황 대표는 이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농촌 창업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공장을 현대식으로 짓고 휴게실과 샤워장까지 갖췄지만 청년을 붙잡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통령은 "면 단위에서 15명을 고용하는 규모라면 정말 대단한 사업체"라며 격려했다.
황 대표의 이야기가 주목받은 것은 단순한 애로사항 때문이 아니다. 농촌의 작은 창업이 지역 일자리와 산업을 만드는 사례로 성장했다는 점 때문이다.
'농부창고'는 황 대표와 두 자매가 2014년 고향 예천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됐다.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기 위해 귀향했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고, 결국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아버지가 재배한 참깨와 지역 농산물에 착안해 참기름과 들기름, 생강청을 상품화했다.
창업 초기에는 집에서 기름을 짜는 가내수공업 수준이었다. 낮에는 아이를 돌보고 밤에는 기름을 짜며 주문을 맞췄다. 제품이 알려지면서 주문이 늘었고, 주변 이웃과 경력단절 여성들이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청년 고용까지 이어지며 기업의 규모도 커졌다.
현재 농부창고는 직원 15명이 근무하는 지역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연 매출은 30억 원에 이른다. HACCP 인증과 벤처기업 인증,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고 '강한 소상공인' 통합 대상도 수상했다.
예천에서는 이처럼 농업에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는 청년 창업 사례가 늘고 있다.

예천에서 생산된 꿀을 가공해 판매하는 '주식회사 꿀마실'의 신현민 대표는 스틱형 꿀 제품을 선보이며 젊은 소비층을 공략하고 있다.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으로 시장을 넓히는 동시에 지역 양봉농가의 꿀을 매입해 판로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용궁면의 '초산정'을 운영하는 한상준 대표는 전통 발효식초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2006년 귀농 이후 발효식초 연구에 매진해 매출 20억 원을 달성했고,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94호로 지정됐다. 최근 경주 APEC 행사에서도 한국 발효문화를 소개하며 예천 농식품의 가치를 알렸다.

지보면 '소화농장'의 이병달 대표는 예천 쌀과 잡곡을 브랜드화해 온라인 시장에서 판매하는 농업인이다. 세련된 포장과 브랜드 전략으로 소비자층을 넓히며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단순한 농산물 생산을 넘어 가공과 브랜드, 유통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지역 농산물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이른바 '농업의 6차 산업화' 모델이다.
예천군도 청년 농업인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가공 기술 교육과 HACCP 시설 구축 지원, 판로 개척 등을 추진해 왔다.
농촌에서 시작된 작은 창업이 지역 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예천 농업은 단순 생산 중심에서 가공·브랜딩·유통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 구조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참기름을 짜던 세 자매의 작은 창업이 대통령과의 대화로 이어진 것처럼, 예천 농촌에서 시작된 청년 창업의 실험이 지역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