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산업 패러다임 전환] 달라진 K뷰티 지형도, 인디브랜드 업고 승기 잡은 CJ올리브영

격변하는 뷰티산업의 새 패러다임을 조명합니다.

인디브랜드 발굴 및 육성에 힘쓴 CJ올리브영의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점포 수 역시 꾸준히 늘어 뷰티 시장에서 독보적 위상을 자랑한다. 뷰티 패러다임의 대전환 속에 CJ올리브영은 최종 승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CJ올리브영)

화장품 업계 지형이 기존 대기업에서 중소·신진브랜드로 이동한 현상은 CJ올리브영의 실적으로 증명됐다.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부터 신세계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롯데쇼핑의 롭스 등 치열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된 지난 5년간 CJ올리브영은 꾸준히 점포를 늘리며 두각을 드러냈다. 기업들 입장에선 출혈이 불가피했지만 이 과정은 오히려 K뷰티 시장이 성숙해지는 결과를 낳았고, 여기서 최종 승자로 남은 CJ올리브영의 위상은 더욱 견고하다.

다만 뷰티 소비 트렌드는 워낙 변화무쌍해서 경쟁의 불씨는 남아있다. CJ올리브영도 무대를 옮겨 두 번째 옥석 가리기를 대비하고 있다. 바로 온라인 시장에서 이커머스 업체들의 버티컬 공세를 방어하는 것이다. 신진브랜드 발굴과 큐레이션 역량이 CJ올리브영을 이 자리에 올려놓았다면 브랜드 장벽이 허물어진 온라인에선 또 다른 무기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K뷰티 성지’로 거듭나며 오프라인을 제패한 CJ올리브영이 온라인 시장까지 석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옥석 가리기 최종 승자... CJ올리브영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2조7809억원)과 비교해 39.1% 오른 3조8682억원, 영업이익 역시 전년(2714억원) 대비 69.7% 증가한 4607억원을 기록했다.

뷰티 시장은 물론 유통 업계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쿠팡과 신세계, 롯데쇼핑에 이어 연결 영업이익 기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표다. 아모레퍼시픽 등 정통 뷰티 강자와 견주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앞섰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은 매출 3조6739억원, 영업이익 1081억원에 만족해야 했다.

CJ올리브영이 오프라인 ‘챔피언’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앞서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의 세포라가 국내에 진출하던 2019년, 뷰티 편집숍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당시 경쟁 구도를 형성한 세포라와 시코르(신세계), 랄라블라(GS리테일), 롭스(롯데쇼핑) 중 현재 시코르를 제외하곤 모두 철수했거나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반면 CJ올리브영은 같은 기간 출점을 이어가며 저력을 발휘했다. CJ올리브영의 점포 수는 지난 2020년 1259개에서 이듬해 1265개, 2022년 1298개 지난해 1338개로 꾸준히 늘었다.

CJ올리브영의 성공 요인은 1999년 서울 강남구의 1호점에서 시작해 25년간 이어온 업력을 빼놓고도 여러 가지가 꼽힌다. 그중 생활수준의 향상, 1인가구의 증가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대응해 큐레이션을 세분화한 게 주효했다. 고객이 브랜드를 풍부하게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개개인에 최적화한 브랜드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챙긴 것이다. 단일숍에서 멀티숍으로, 대형 브랜드에서 신진·중소 브랜드로 CJ올리브영이 산업 트렌드를 이끈 셈이다.

실제로 현재 10개 카테고리 2만여 개 제품 가운데 중소브랜드 비중은 80%에 달한다. 지난해 올리브영에서 연매출 100억원 이상 달성한 브랜드 중 국내 중소기업의 비중 역시 51%를 차지했다. 앞서 2020년 39%와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 중에서도 국내 중소브랜드가 7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오프라인 ‘챔피언’, 온라인까지 석권하나

오프라인 뷰티 시장을 석권한 CJ올리브영이 뷰티 버티컬 서비스를 내세운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다시 한번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CJ올리브영)

CJ올리브영의 다음 챕터는 온라인이다. CJ올리브영은 H&B(헬스앤뷰티) 쪽에선 점유율 90%를 넘는 독보적 위치지만 온라인을 더한 전체 뷰티 시장에선 점유율이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소비 패턴이 변한 만큼 온라인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실제로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화장품을 구입하는 고객은 2019년 32.5%에서 2023년 62%로 늘었다. 같은 기간 CJ올리브영 내부적으로도 온라인 매출 비중이 10.6%에서 26.6%로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CJ올리브영은 온라인에서만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둔 셈이다.

온라인에 집중할 동력은 충분하지만 이 시장엔 쿠팡의 로켓럭셔리, 컬리의 뷰티컬리를 비롯해 무신사, 지그재그 등 이커머스 업체들의 버티컬(특정 상품군) 서비스가 즐비하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마저 뷰티 MD를 채용하고, 화장품 전문 유통사들을 속속 입점시키며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들은 CJ올리브영의 강점인 인디브랜드뿐만 아니라 럭셔리까지 아우르는 풍부한 라인업을 내세운다. 무엇보다 뷰티 외에도 식품, 패션 등 기존 주력 카테고리를 바탕으로 ‘원스톱 쇼핑‘이라는 강점을 지닌다. 뷰티에 특화한 CJ올리브영으로선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CJ올리브영의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 전략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무대 역시 온라인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하고, 온라인몰에서 구매하는 방식으로 소비 패턴은 바뀌고 있다. 이때 핵심은 배송 역량인데, CJ올리브영의 '오늘드림'이 그 필요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오늘드림'은 고객이 온라인을 통해 주문한 상품을 가까운 올리브영 매장에서 배송해 주는 즉시 배송 서비스다. 주문 후 3시간 이내 배송이 원칙이며 빠른배송 선택 시 평균 45분 만에 배송 가능하다. 전국 각 지역에 분포한 1338개 매장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로서 역할을 극대화한다. 경쟁 선상에 놓인 업체 중 유일하게 오프라인 숍을 보유한 CJ올리브영이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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