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주차난 해소 위해 생태 규제 손봤다
서울시가 도심 주차난을 풀기 위해 생태 관련 규제를 직접 손질했다. 주차장을 더 짓기 어려웠던 제도적 ‘목줄’을 일부 풀어, 공공·민간 주차전용건축물에 대해 생태면적률 규제를 면제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도시 열섬 완화와 홍수 예방을 위한 녹지 의무를 유지하면서도, 실제로는 주차장 공급을 막고 있던 규정을 현실에 맞게 조정했다는 점에서 “파격이지만 필요한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생태면적률 예외 대상에 ‘주차전용건축물’ 추가
서울시는 최근 『서울특별시 생태면적률 운영지침』을 개정해, 도로·철도·차량검사시설 등 일부 교통시설에만 적용되던 예외 목록에 ‘주차전용건축물’을 새로 포함했다. 생태면적률은 개발부지의 일정 비율을 조경, 투수 포장, 옥상 녹화 등 자연 순환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남겨두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그간 이 규정 덕분에 도심 곳곳에 최소한의 녹지와 빗물 침투 공간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주차장만 따로 짓는 건물에는 오히려 실사용 면적을 크게 깎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동일하게 교통 기능을 수행하는 시설들 사이에서 “주차장은 예외가 안 되는 게 형평에 맞느냐”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법령 충돌이 부른 주차 공급 제약
문제의 핵심은 법령 간 충돌이었다. 「주차장법」은 도심 주차난 해소를 위해 주차전용건축물의 건폐율를 최대 90%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서울시 생태면적률 기준에 따르면 공공 주차전용건축물은 30%, 민간 시설은 20%의 생태면적을 별도로 확보해야 했다.
이론상 건폐율은 높게 열어 두고, 실제 설계 단계에서는 녹지·비포장 공간을 확보하느라 건물 바닥면적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규모의 부지에서 확보 가능한 주차면수는 줄고, 사업성은 떨어지면서 공공·민간 모두 주차전용건축물 공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 자문 거쳐 “실효성 낮고 부담만 크다” 판단
서울시는 자치구와 관련 부서를 상대로 의견을 모으고, 교통·도시계획·환경 분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지침 개정의 타당성을 따졌다. 검토 과정에서 “생태면적률을 그대로 유지해도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녹지 면적은 제한적인 반면, 주차 공급은 오히려 위축된다”는 지적이 나왔고, 벽면 녹화·옥상 정원 같은 대체 수단 역시 수천만 원대의 초기 조성비와 매년 이어지는 유지관리비를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이 부각됐다. 특히 공공 사업뿐 아니라 민간 사업자에게도 생태면적률을 강하게 요구하면, 애초 주차장 건립 자체를 포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현장의 의견이 적지 않았다.

주차전용건축물, 최대 90% 건폐율 활용 가능해져
이번 운영지침 개정으로 주차전용건축물은 생태면적률 규제에서 빠지면서, 최대 90%까지 건폐율을 활용한 설계가 가능해졌다. 덕분에 동일한 부지에서도 더 많은 주차면수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서울시와 자치구가 계획하는 공영주차장 확충 사업, 민간이 추진하는 도심형 주차빌딩 사업의 경제성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도로·철도 같은 교통 인프라가 예외 대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기능상 유사한 주차전용건축물을 같은 범주에 포함시킨 것은 제도 간 형평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개정된 지침은 도시공간포털을 통해 일반 시민에게도 공개되며, 각 자치구와 관련 부서에 공문으로 배포돼 인허가·설계 단계에 바로 반영된다.

생태 보전과 현실적 주차 정책 사이의 균형 시도
서울시는 이번 조치가 “생태적 가치와 건축 실효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도심 열섬 완화, 우수 관리, 생물 서식처 확보라는 생태면적률의 원래 취지를 유지하되, 주차전용건축물처럼 기능 특성상 녹지 확보 여지가 제한적인 시설에는 예외를 인정해 실제 주차난 해소 효과를 우선 고려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유사한 규정 충돌이나 형평성 문제가 드러나는 영역에 대해, 현장 여건과 데이터에 기반한 추가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이 ‘규제 완화냐, 생태 후퇴냐’를 둘러싼 논쟁을 넘어, 생활 밀착형 도시 정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