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의 유혹] ②리딩방 들어가서 투자해보니… 하루 투자 수익률 -3%

이인아 기자 2022. 12.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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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00만원 약속하더니 현실은 수익률 마이너스
주식 리딩방 사기 급증...무료 체험 유인 후 결제 유도
수익 인증 바람잡이에 손실 지원금·가짜 예치금 등 불법 만연

‘하.락.장.에서도 꾸준한 수.익 급.변.하.는.시,장.대응.하는.방.법.공.유.수.익.률.■11월+131.91%<진행중>’

지난 27일, 기자는 다양한 기호를 삽입해 스팸 방지 기능으로 걸러지지 않은 문자 한통을 받았다. 증시가 하락해도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이른바 주식 리딩방 광고 메시지였다. ‘급등한다는 종목 정보를 받아 투자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고 직접 리딩방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무료입장’이라는 문구 아래 적힌 주소를 누르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 열렸다. (문자 메시지 속 인터넷 주소를 누르면 악성 앱이 설치돼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상위 1%’, ‘급등’, ‘단타’, ‘성공 투자’, ‘공부방’이란 키워드가 얽힌 오픈 채팅방에는 500여명이 참여해 있었다. 이 방의 리더, 이른바 ‘마스터’는 자신을 국내 대형 증권사 실전투자대회에서 수익률 1위를 차지한 투자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방에 입장하자 마스터를 비롯한 30여명의 회원들이 환영한다며 인사했다.

일러스트=이은현

곧바로 마스터는 자신있게 한 코스닥 상장사를 언급하며 “N사와 함께 초대형 물류센터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전망이 매우 밝은 종목으로 우리가 가장 먼저 추천한 종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으로) 월 500만원은 가져가야하지 않겠느냐”며 “금전 요구는 하지 않는다. 돈 되는 정보, 무료로 받아보라”라고 제안했다. 무료로 종목을 추천해주겠다는 제안은 솔깃했다.

◇ ‘무료 정보’ 홍보했지만…결국 유료 서비스 권유

‘다 같이 부자 되자’를 외치는 이 리딩방에선 지켜야 할 규칙이 몇 개 있었다. 장 개장·마감 후 채팅방에 인사하기,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환영 인사 건네기, 수익이 났다면 인증하기, 매수·매도 내용 모두 공유하기 등이었다. 모든 정보는 무료이고, 규칙만 잘 지킨다면 초보자도 쉽게, 매일 수익을 내는 게 가능하다는 공지 내용이 거듭 강조됐다.

궁금한 게 있다면 마스터와 1대 1 대화도 가능하다고 했다. 기자는 마스터에게 개인 대화를 걸었다. 마스터는 현재 기자가 보유한 종목과, 평균 매수단가, 비중 등을 물었다. 연초에 SK하이닉스를 11만원대에 사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했더니 유선으로 상담해주겠다고 했다.

전화 속 마스터는 앳된 목소리였다. 그는 금전적 손실을 위로하며 “대기업은 이미 성장이 끝난 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며 “도저히 가망이 없으니 개인리딩 프로그램에 참여해 손절금 50%를 지원받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복잡한 설명이 이어졌지만 결국 가입비를 내고 고급 정보를 받으라는 권유였다.

28일 오전 8시 50분. 개장 10분 전 마스터는 오늘의 예상 상승 종목 리스트를 올렸다. 당일 조간 기사와 증권사 분석보고서에서 언급된 종목 중 몇 개를 추린 것 같았는데, 모두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인 종목들이었다.

주식 거래가 시작된 직후 오전 9시 10분. 마스터는 본인이 말한 종목을 보유 중이라면 ‘1′을 전송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몇몇 참가자들이 해당 종목을 샀다는 의미로 채팅방에 ‘1′을 올렸다. 이들은 매수 상황과 함께 “마스터만 믿고 갑니다”, “상한가 가즈아”, “오늘도 욕심 없이 10%만 벌자” 등의 메시지를 적었다.

틈틈이 마스터가 추천한 종목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는 경험담들도 올라왔다. 마스터와 운영진으로 추정되는 멘토들 덕에 그간 잃었던 손실을 모두 복구했고, 수익을 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이들이 많았다.

기자가 참여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주식 리딩방 대화./이인아 기자

꾸준히 새로운 사람들이 채팅방으로 들어오는 가운데 ‘사기꾼’, ‘돈 잃었다’ 등의 메시지가 올라오기도 했는데, 해당 메시지는 금방 삭제됐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강제 퇴장당했다. 중간에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메시지도 금방 사라졌다.

◇ 추천주 투자했더니 손실...손절 지원금·가짜 예치금 등 불법 만연

기자는 주식시장 개장과 동시에 마스터가 언급한 종목 3개를 1주씩 시가로 매수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수익을 내지 못했다. 세 종목 모두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가 상승 폭을 전부 반납하면서 이른바 ‘윗꼬리’가 달린 채 마감했는데, 상승할 때 매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자 금액이 적어 전체 손실 금액은 크지 않았는데, 하루 수익률은 마이너스(-) 3%였다.

A 종목은 장중 15%까지 올랐는데, 주가가 상승하는 시간이 길지 않았고, 이내 급락해 1%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B 종목도 잠깐 5%대 상승했지만 결국 보합 마감했고, C 종목은 개장 후 상승했다가 2% 하락한 채로 거래를 마쳤다. 장 중 마스터는 본인이 언급한 종목 중 하나가 5% 정도 오르자 채팅방에 ‘자유 매도, 익절 구간’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시점부터 주가가 빠르게 하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수익을 낸 것 같았다. 오후 3시 20분. 증시 마감을 앞두고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도 돈 벌었습니다”, “하락장에서도 수익냈습니다” 등의 메시지가 올라왔다.

장이 끝나자 이 방의 운영진으로 추정되는 ‘김프로’가 유료방 회원의 수익률을 공개하는 자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수익률이 1월 600%, 2월 460%, 3월 547%를 기록했다”며 “소속 트레이더가 리딩할 때마다 70만~8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명 참가자가 “유료 서비스를 받고 만족한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언급된 유료방에 들어가려면 이용료를 내야 하는데, 5개월 동안 정보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가입비는 300만원이었다. 개인 리딩을 받으면, 손절 시 무조건 50%를 지원금으로 준다고도 재차 강조했다. 손해를 볼 수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아예 전문가에게 투자금을 맡기는 방법도 있었다. 1000만원을 예치하면 1100만원을 굴려주고, 3000만원을 예치하면 3900만원으로 시작한다고 했다. 시중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가 연 4~5%인 상황에서 돈을 맡기기만 해도 최소 30% 수익을 내준다는 것이다.

저녁 6시 10분. 운영진 중 ‘박 멘토’는 오늘만 알려주는 특급 정보라며 3개 기업을 다시 추천했다. 찾아보니 시간 외 단일가 매매에서 10% 상한가 종목들이 포함됐다. 시간 외 매매는 정규시장이 끝난 후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열리는 시장이다. 장 마감 후 호재가 반영된 종목을 내일 오를 종목이라며 유료 정보로 파는 셈이다. 물론 시간 외 단일가 매매에서 주가가 올랐다고 다음날 주가가 동일하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기자가 참여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주식 리딩방 대화./이인아 기자

◇“개인 정보도 팔렸다” 연일 피해 급증해도 대책은 미비

저녁이 되자 마스터는 코인선물 전문가로 변신했다. 주식보다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건 코인선물 리딩이라고 광고했다. 그는 “주식으로 손실을 봤다면, 24시간 열리는 코인시장에서 이를 복구하면 된다”며 “코인선물은 매매시점, 익절 구간까지 찍어준다”고 말했다.

실체가 불문명한 마스터는 하루종일 주식, 코인, 해외선물 등을 돌려가며 리딩방을 광고했다. 늦은 밤에도 매번 수십만원의 수익을 봤다는 사람들의 인증이 쏟아졌다. 하루 리딩방을 체험해보니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라면 쉽게 현혹될 요소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실을 보고 나서 채팅방에 ‘사기다’를 외쳤고, 강제 퇴장 당했다. 그 와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채팅방에 입장했고, 새로운 오픈채팅방 주소가 만들어졌다.

리딩방 정보로 투자해 본 손실도 손실이었지만, 방을 나온 후에도 쏟아지는 주식 투자 관련 광고 메시지와 전화도 고통스러웠다. 마스터에게 개인 대화를 요청할 때 이름, 전화번호를 남겨야 하는데, 이 때부터 광고 문자와 전화가 쉬지 않고 쏟아졌다. 다른 번호로 수차례 “2연상 예정 강력매수. 미공개 정보 입수 미국과 유럽에서 FDA 승인 대규모 공급 계약으로 추가 공시 예정”이라는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는데, 검색해보니 해당 종목은 한국거래소가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한 곳이었다.

전문가를 사칭하며 손실을 본 투자자의 절박한 마음을 이용하는 이들의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다른 리딩방에 낸 계약금을 환불받도록 도와주겠다는 것 역시 고객 유치 수법 중 하나였다. 리딩방에 참여한 뒤 피해를 본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개인이 주의해야하는 것 말고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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