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콘텐츠 업계의 그늘… 날뛰는 ‘불법 OTT 스트리밍 사이트’

허시언 기자 2023. 4. 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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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장 확대되면서 불법 사이트 시장도 커져
방통위가 불법 사이트에 대응해왔으나 무용지물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게 참 좋아요. 그만큼 좋아하는 감독이나 작가에 대한 애정도 커요. 오래오래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라노는 모든 창작자가 창작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창작을 하는 직업으로 먹고 살 수 있게 되고, 계속해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라노는 저작권에 민감한 편이에요. 라노는 모든 유료 창작물은 돈을 지불하고 소비합니다. 그만큼의 값어치를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전혀 아깝지 않아요. 라노는 불법으로 창작물을 보는 행위를 지양하는 편입니다.

넷플릭스 로고. 넷플릭스 홈페이지


최근 OTT 서비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영상 매체를 좋아하는 라노는 OTT 서비스의 발전이 반갑기만 합니다. 옛날에는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볼 수 있는 곳이 없어 TV에서 방영을 해줄 때까지 기다리거나, VOD 서비스를 이용해서 콘텐츠를 하나하나 결제해서 봐야 했기 때문이에요. 라노는 넷플릭스와 왓챠를 구독해 잘 활용하고 있어요. 여러분도 구독하고 있는 OTT 서비스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에 갈 수 없게 되자 OTT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허시언 기자


OTT는 코로나19와 맞물리며 더욱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했던 영화들을 선보이고, OTT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가입자들을 모았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PwC가 집계한 2020년 국내 구독 기반 OTT 매출은 총 8976억 원으로 밝혀졌습니다. 2020년 유료방송 VOD 전체 매출액을 약 1조1000억 원 규모로 추정해 볼 때 OTT 매출은 이미 VOD 매출의 82%에 육박하며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OTT 시장의 성장은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를 변화시키며 콘텐츠 시장을 장악해나갔습니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 합법적으로 영상을 볼 수 있는 OTT 시장이 커질수록 불법으로 영상 콘텐츠를 공유하는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OTT 서비스의 등장은 콘텐츠 불법복제를 감소시키기도 했습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영화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의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콘텐츠가 여기저기 분산돼 있고, OTT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OTT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시 불법복제가 성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불법으로 콘텐츠를 공유하는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죠. 월 구독료를 내고 봐야 하는 콘텐츠들이 불법 사이트에서는 공짜로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몰려들었습니다.

불법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도 불법 사이트 중 하나입니다. 도미니카 공화국 산토도밍고에 있는 누누티비는 방송사와 영화사, OTT의 최신 콘텐츠를 바로바로 가져가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누누티비는 여러 차례에 걸친 접속 차단 조치에도 주소를 우회하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기준으로 총 동영상 조회수가 약 15억3800회에 달하는 등 국내 OTT보다 많은 방문자 수를 기록하는 것으로 전해졌죠. 관련 업계 분석에 따르면 피해 금액만 약 5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누누티비는 OTT 콘텐츠를 무단으로 업로드했다가 거센 비난에 휩싸였습니다. 논란이 가속화하자 누누티비는 국내 OTT/오리지널 시리즈와 관련된 모든 동영상을 일괄 삭제할 예정이라고 공지했습니다. 누누티비 측은 “국내 OTT 피해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하며 자료 요청 또한 국내 OTT 관련된 모든 자료는 처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라노는 정말로 삭제 조치를 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라노가 직접 누누티비에 접속해 검색해 본 결과, ‘더 글로리’ ‘카지노’ 등 인기리에 방영된 최신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직 지워지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단속으로 인해 사이트가 접속 차단이 됐을 때 새로운 주소로 우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안내문과, 공식 도메인 주소가 변경됐다는 안내문도 볼 수 있었습니다.

불법 사이트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서버를 해외에 두는 사례가 많은 데다 단속에 걸려도 IP 주소만 바꾸면 다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주소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불법 사이트에 대응해왔으나, 불법 사이트는 IP 주소 뒤에 숫자 몇 개만 바꾸는 방식으로 도메인을 수시로 교체해 서비스를 유지했죠.

월 구독료를 지불해야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불법 사이트에서는 공짜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몰렸습니다. OTT 업계는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불법 콘텐츠 공유 시장의 규모는 메이저 플랫폼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사실 불법 사이트 몇 개를 없앤다고 근본적인 원인이 해소되지는 않습니다. 불법 사이트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불법 사이트의 증가는 곧바로 정식 사이트의 수익 손실로 이어집니다. 불법 사이트에 콘텐츠가 업로드되면 굳이 정식 사이트에서 돈을 지불하고 콘텐츠를 시청할 이유가 없어지죠. 수익 창출을 해야 양질의 콘텐츠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되고, 만들어진 양질의 콘텐츠가 더 많은 사용자를 불러들이고, 많은 사용자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순환구조에 놓여 있는 콘텐츠 업계에서 불법 사이트는 제작자의 밥줄을 끊어버리는 악마와 같습니다. 부산대 문관규(예술문화영상학과) 교수는 “불법 사이트는 저작권을 보호받지 못하게 하고, 콘텐츠를 불법 유통하기 때문에 불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저작권’이란 것은 형태가 없죠. ‘내가 콘텐츠를 만든 사람이니 마음대로 쓰지 마세요’라는 사회적인 약속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구매해도 남는 물건 같은 것이 없으니 영화나 드라마, 소설이나 만화 등을 돈 주고 보기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은 훔쳐도 훔친 기분이 들지 않고, 저작권 침해는 범죄이지만 범죄가 아닌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콘텐츠도 엄연한 타인의 재산입니다. 누군가의 피땀눈물이죠. 문 교수는 “불법 사이트는 위법한 행위”라며 “건강한 영상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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