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중동 홀린 한국 배… 크기에 한 번, 맛에 한 번 더 놀라

이동희 나주배원예농협 조합장
이동희 조합장이 추석 배 선물세트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더비비드

기후 변화로 많은 농작물의 주산지가 북상하고 있다. 그 와중에 10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는 과일이 있다. 전남 나주의 특산물 ‘배’다. 1915년 ‘나주과물조합’으로 출범한 나주배원예농협은 2025년 기준 연간 4만2000t의 배를 유통하고 있다. 배는 대표적인 수출 과일이기도 하다. 나주배원예농협은 작년 미국·캐나다·호주 등에 2400t의 배를 수출했다. 나주배원예농협 이동희(64) 조합장을 만나 나주배의 해외 시장 개척 도전기를 들었다.

황금빛 빛깔을 뽐내는 나주배. /나주배원예농협

나주배는 크고 단단한 과육과 높은 당도로 유명하다. 평균 11~15브릭스(brix) 수준의 당도다. 수분 함량도 높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시원한 물을 꿀꺽 삼키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주배의 주요 품종은 ‘신고(新高)’다. 원황·신화·창조 등 다른 품종에 비해 수확 시기가 늦은 만생종이다. 이 조합장은 “수확시기가 늦은 대신 저장기간이 길다”며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수확해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면서 이듬해 5~6월까지 출하한다”고 말했다.

1차 선별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배를 선별하고 있다. /더비비드

나주배원예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는 추석을 앞두고 배 선별·포장이 한창이었다. 농가에서 수확한 배를 APC에 입고하면 자동화 시설을 통해 레일로 운반해, 2차례에 걸쳐 육안 선별하고 무게에 따라 나눈 다음 포장한다. 이 조합장은 “추석을 전후로 연간 생산량의 60%를 출하한다”며 “추석을 앞두고 5t 트럭 물량을 하루 5~6대씩 내보내고 있다”고 했다.

공동 선별장 곳곳에 ‘농림축산검역본부 호남지역본부’란 명패가 눈에 띄었다. 한쪽 책상에는 ‘식물 검역관 전용 검사대’도 마련돼 있었다. 이 조합장은 “북미·중동·동남아 등지로 수출할 때 꼭 필요한 검역 절차가 있다”며 시간 단위로 점검한 기록표를 가리켰다.

2025년 나주배 미국 수출 선적 기념식. /나주배원예농협

나주배 수출은 1967년 대만으로 시작해, 1985년 미국 길이 열리면서 수출량이 크게 늘었다. 지금은 캐나다·호주·뉴질랜드·쿠웨이트 등으로 수출국이 다양해졌다. 나주배를 재배하는 2000여 농가 중 약 400개 농가가 수출 물량을 담당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중국 배와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중국 배는 수분함량이 적어 송진맛이 나는 반면 나주배는 톡톡 터지는 알갱이가 입안을 개운하게 하면서 목을 시원하게 타고 내려간다”며 “과즙이 적은 서양배에 익숙한 서양인들은 나주배의 크기와 빛깔에 한 번 놀라고, 맛에 두 번 놀란다”고 했다.

이 조합장이 나주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더비비드

나주배원예농협은 농협경제지주가 선정한 ’2024 농업경제사업 대상’에서 품목농협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나주배 원물은 물론 배즙 등 가공품 생산·수출 실적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 조합장은 “현재 최우선 과제는 유럽 시장 공략”이라며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현지 대형마트 시식 행사 등 다양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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