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차인데 왜 나만 고장이 잦을까
같은 시기에 같은 차종을 구매한 지인은 멀쩡히 잘 타는데 유독 내 차만 문제가 생기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분명 같은 제조사에서 같은 품질로 만들어진 차량인데 누구는 10만 킬로미터를 무탈하게 타고 누구는 3만 킬로미터도 채 되기 전에 정비소를 들락거린다. 이 차이는 대부분 운전 습관에서 비롯된다. 차량은 운전자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수명이 크게 달라지는 기계다.
정비소를 자주 찾는 운전자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된 습관이 있다.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차량에 부담을 주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정비소에 거의 가지 않는 운전자들은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차량에 무리가 가지 않는 기본적인 운전 습관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오늘부터라도 몇 가지 습관을 바꾸면 정비소 방문 횟수를 확실히 줄일 수 있다.

시동 걸자마자 출발하는 습관을 버려라
아침 출근 시간이나 급한 약속이 있을 때 시동을 걸자마자 바로 출발하는 운전자가 많다. 하지만 이 습관은 엔진 수명을 단축시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다. 엔진이 차가운 상태에서는 오일이 충분히 순환되지 않아 부품 간 마찰이 증가한다. 엔진 오일은 온도가 올라가야 점도가 적절해지면서 윤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때문이다.
냉간 시동 후에는 최소 30초에서 1분 정도 기다린 뒤 출발하는 것이 좋다. 출발 후에도 처음 5분에서 10분 정도는 급가속을 피하고 부드럽게 주행하면서 엔진이 적정 온도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외부 온도가 낮아 엔진이 정상 작동 온도까지 올라가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간단한 습관 하나만 지켜도 엔진 관련 정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연료 경고등 켜질 때까지 주유를 미루지 마라
연료 게이지가 바닥을 가리켜도 조금만 더 가면 주유소가 나온다며 미루는 운전자가 많다. 하지만 연료가 부족한 상태로 계속 주행하면 연료 펌프에 심각한 손상이 갈 수 있다. 연료 펌프는 연료 탱크 안에 잠겨서 연료에 의해 냉각되는 구조인데 연료가 부족하면 펌프가 공기 중에 노출되어 과열된다.
연료 펌프가 손상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주행 중 갑자기 엔진이 꺼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수리 비용도 부품과 공임을 합쳐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 이상 들 수 있다. 연료는 게이지가 4분의 1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주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또한 연료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탱크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침전물이 연료 라인으로 유입될 수 있어 연료 필터와 인젝터에도 악영향을 준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습관처럼 하면 부품이 빨리 닳는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액셀을 밟아 치고 나가고 정지선 앞에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는 운전 스타일은 차량 전체에 부담을 준다. 급가속은 엔진과 변속기에 무리를 주고 연료 소모를 크게 늘린다. 급제동은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의 마모를 가속화하고 타이어 수명도 단축시킨다. 서스펜션과 조향 계통에도 충격이 누적되어 조기 마모를 유발한다.
브레이크 패드 교환 주기는 운전 습관에 따라 2배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 부드럽게 운전하는 사람은 8만 킬로미터까지도 패드가 버티지만 급제동을 반복하는 사람은 3만 킬로미터도 안 되어 교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앞차와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하고 신호를 미리 예측해 속도를 조절하면 급제동할 일이 줄어든다. 이러한 운전 습관은 연비 향상에도 도움이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짧은 거리만 반복해서 달리면 엔진에 찌꺼기가 쌓인다
집에서 마트까지, 집에서 학원까지 등 짧은 거리만 반복해서 주행하는 것도 차량에 좋지 않다. 엔진이 정상 작동 온도에 도달하기 전에 시동을 끄면 엔진 내부에 수분과 불완전 연소 물질이 쌓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질들은 엔진 오일을 오염시키고 슬러지를 형성해 부품 마모와 부식을 유발한다.
주로 단거리 주행만 하는 운전자라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30분 이상 연속 주행을 해주는 것이 좋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이용해 엔진 온도를 충분히 올려주면 내부에 쌓인 수분과 찌꺼기가 증발하거나 배출된다. 이를 카본 클리닝 주행이라고도 하는데 정기적으로 해주면 엔진 컨디션을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비용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엔진 관리법이다.

이상 징후를 무시하면 작은 문제가 큰 고장이 된다
차량에서 평소와 다른 소리가 나거나 진동이 느껴질 때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운전자가 많다. 아직 달리는 데 문제없으니까 나중에 봐야지 하다가 결국 큰 고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초기에 발견했다면 몇만 원으로 해결됐을 문제가 방치로 인해 수십만 원 수백만 원짜리 수리로 번지는 것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끼익 소리가 나면 패드 마모 경고다. 이때 바로 교환하면 패드 비용만 들지만 무시하고 계속 타면 디스크까지 손상되어 비용이 몇 배로 늘어난다. 핸들을 돌릴 때 뚝뚝 소리가 나면 조향 계통 점검이 필요하다는 신호다. 차량이 보내는 이상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초기에 대응하는 것이 정비 비용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정기 점검을 귀찮아하면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른다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정기 점검 주기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정비소 방문 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엔진 오일과 필터 교환, 브레이크액 점검, 냉각수 상태 확인 등 기본적인 점검 항목들은 차량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를 미루면 작은 문제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큰 고장으로 이어진다.
차량 매뉴얼에 명시된 점검 주기를 달력이나 스마트폰에 등록해두고 철저히 지키는 것이 좋다. 정기 점검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방 정비 비용은 사후 수리 비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비소를 자주 가는 사람과 거의 안 가는 사람의 차이는 결국 이런 기본을 지키느냐 마느냐에서 갈린다. 오늘부터 운전 습관을 점검하고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