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없는 제철소…석탄 대신 수소로 철 만든다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기술 연구 박차
2030년 개발 완료·2050년 상용화 목표
수년 전부터 경제 기사를 보면 ‘탄소 중립(Net-zero·넷 제로)’이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보입니다. 이는 기업활동으로 탄소가 배출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실질 배출량을 ‘제로(0)’가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탄소 중립이 글로벌 화두인 만큼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국제동맹인 '기후목표상향동맹(Climate Ambition Alliance)'에 가입했습니다. 계속 뜨거워지는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금세기 말까지 1.5℃ 아래로 제한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죠. 이 동맹에는 전 세계 121개국이 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 중입니다.
그러나 제조업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난감축(hard-to-abate) 산업 비중이 높아 목표 달성이 쉽지만은 않은데요. 당장 생산공정에서 적용 가능한 탄소 감축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이 때문에 탄소 중립 실현에 있어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혁신 기술 개발로 꼽힙니다.
탄소 뿜던 굴뚝, 수증기만 품는다
제조업 가운데서도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철강업종은 탄소 중립 시대로의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기술 연구·개발에 고삐를 죄는 모습입니다. 2021년 기준 국내 탄소 배출량 중 철강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달합니다.
업계 맏형 포스코는 기존 석탄 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만드는 이른바 '수소환원제철' 기술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철강은 석탄을 태울 때 나오는 열과 가스로 철광석을 환원하고 녹여서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은 환원제로 수소를 쓰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은 제로(0)에 가깝습니다. 오염물질 대신 수소와 산소의 결합인 물이 배출되는 만큼 친환경적이죠.
특히 포스코가 독자 개발 중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렉스'는 100% 수소만으로 환원을 진행합니다. 현재 포스코가 상용화한 '파이넥스' 공법의 경우 석탄 75%, 수소 25%로 이뤄진 환원 가스를 환원제로 사용하는데요. 하이렉스는 환원 방식이 파이넥스와 유사하나 화석연료 투입 없이 수소와 전기를 사용해 철을 만든다는 점에서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의 파이넥스는 미래의 하이렉스로 가는 중간 단계 공법인 셈이죠.
현재 포스코는 하이렉스 관련 설비 구축과 실증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올해 1월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열고 하이렉스용 '전기용융로(ESF)' 시범설비를 완공, 이를 통해 지난 4월에는 약 15톤의 쇳물을 첫 생산했죠. 포스코는 오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기술 개발을 마치고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하이렉스로 대체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철강이 '산업의 쌀'로 불리는 만큼 하이렉스 공법이 상용화될 경우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탄소 배출이 혁신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포스코는 만약 이 기술이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2017년부터 2019년 연간 약 7882만톤에 달했던 탄소 배출량은 2040년에는 50%로 감축되고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 비용에 '진땀'
다만 막대한 탈(脫)탄소 비용은 난관으로 꼽히는데요. 이제 막 실험실을 벗어난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과 큰 비용 지출이 예고돼있습니다. 오는 2050년까지 상용화하는 데 드는 설비와 인프라 구축 등에 약 40조원의 천문학적 금액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 실증 투자지원' 예산이 얼마나 확보될지 관심이 높은데요. 현재까지 정부가 편성한 저탄소 철강 기술 개발 예산은 2097억원에 이르지만 수소환원제철에 대한 투자의 경우 기초설계 기술 개발을 포함해 512억원에 불과합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요? 미국과 유럽(EU), 일본, 중국 등에서는 '그린 철강' 기술 개발에 수백조원의 국고를 쏟아부어 자국의 철강 기업을 지원사격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 시대의 무탄소 철 생산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도 그린 철강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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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솔 (did0903@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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