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전쟁 시대, 한국은 준비됐나 [기고]

장원준 2026. 3. 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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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


최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양상은 현대전의 본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는 불과 3000만 원 수준의 자폭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1발에 수십 억 원에 달하는 요격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전쟁이 과거의 '고성능·고비용·제한적 생산 중심'에서 '적정성능·저비용·대량생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누가 더 정밀한 무기를 가졌는지보다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지 여부가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다.

미국과 이란이 운용하는 루카스와 샤헤드 자폭드론은 저가·신속·대량생산·소모성이라는 네 가지 특성을 갖는다. 반면 이를 요격하는 미국 패트리어트(Patriot PAC-3) 미사일은 고성능이지만 고비용·제한적 생산·전략자산이라는 성격을 가진다. 이 조합이 반복될수록 요격자산 재고는 빠르게 소진된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의 '천궁-II' 추가구매와 조기납품을 요구하는 결정적 이유다. 결국 전장은 '기술·성능 격차'가 아니라 '탄약 재고 소진 속도'가 성패를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한반도는 북한의 장사정포,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드론 위협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전쟁발발 고위험 국가다. 만약 북한의 저가 드론이 대량 투입될 경우, 이를 고가 요격체계로만 대응하는 현재 대공 방어구조는 장기전에서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전시 초기 단계에서 요격 자산이 과도하게 소모될 경우, 이후의 고위협 표적에 대응할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 지금부터라도 시급히 '가성비 전쟁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위산업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 다층적 방공망 체계를 비용 기준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모든 위협을 현행 고성능·고비용·제한적 생산 방식의 대공 방어체계만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저고도·저속 드론에는 레이저포, 전자전 장비, 재밍, 기관포, 저가 요격드론 등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수단을 우선 적용하고, 중·고 위협 미사일 위협을 중심으로 고가 요격체계를 투입하는 교전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년 전 북한의 소형 무인기 서울 침투와 같이 부랴부랴 KT-1 훈련기로 대응하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탄약 개념의 저비용 소모성 드론'의 신속한 대량양산 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야전부대에도 상당수 드론이 전력화되어 있으나 훈련과정에서의 손망실 우려 등으로 실제 활용이 일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도 루카스 드론, 샤헤드 드론 등과 같이 저비용, 대량 생산과 손실이 허용되는 '소모성 무기체계(가칭)'로 분류하는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아울러, 이를 단기간 내 전력화가 가능한 시제품(fieldable prototypes) 개발과 지속적인 계열화·업그레이드 방식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전통적 무기체계처럼 10여년 이상 장기 개발 후 소수 양산하는 방식만으로는 현대전이 요구하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셋째, 생산과 비축 전략을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요격미사일은 성능뿐 아니라 연간 생산량과 재보급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전시 및 구매국의 대량 구매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무기체계라도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아울러 이제 방위산업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단순한 연구개발과 생산을 넘어 생산능력, 공급망, 산업 생태계를 포함하는 지속가능한 방위산업 기반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나라 방위산업 정책도 기존의 '기술·성능' 중심에서 '생산능력과 공급망, 생태계'까지 확장시켜 지속가능성 확보가 가능하도록 재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격원점 억제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방어만으로는 가성비 전략도 한계가 있다. 이번 미국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도 팰런티어, 엔트로픽 등 AI 플랫폼을 활용하여 핵심표적에 대한 선별적 타격이 가능했다. 우리도 북한이 보유한 장사정포, 미사일, 드론 발사 거점과 지휘체계를 실시간 탐지·식별·타격하는 능력을 시급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

결국 가성비 전쟁 시대의 해답은 '신속·저비용·대량생산 방식으로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있다. 단순히 값싼 무기를 많이 만드는 것이 해답은 아니다. 위협의 성격에 맞춰 가장 합리적인 수단을 배치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한국은 이미 적 위협에 대응한 다층 방공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이제는 여기에 저비용·대량생산 능력과 산업적 지속가능성을 더해야 할 시점이다.

전쟁의 양상이 점점 바뀌고 있다. 승자는 더 비싼 무기를 가진 국가가 아니라, 더 오래 버티고 더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한국이 다가올 가성비 전쟁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방산 강국이라는 수식어는 전장에서 무의미해 질 수 있다. 지금이 바로 방위산업과 군사 전략을 '가성비 전쟁'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필진 소개
(현) 전북대학교 첨단방산학과 부교수
(전)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전) 미 CSIS 객원연구원
(전) 국방대학교 외래교수
(현) 한국혁신학회 감사
(현)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현) 국방산업발전협의회 자문위원
2022 자랑스런 방산인(방산학술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