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없는 하이마트 매장…제품 대신 공간화로 ‘승부수’[르포]
‘하이마트’ 브랜드 제외, MZ·1인가구·외국인 타깃
인플루언서 가전 쇼룸 선봬, 전체상품 중 30% 신규로
변화 꾀하는 롯데 유통군, 향후 매장 확대 검토
27일 방문한 롯데하이마트의 새로운 가전 편집매장 ‘더나노스퀘어’는 매장 전반이 하나의 커다란 쇼룸을 연상케 했다. 이날 롯데자산개발이 리뉴얼 오픈한 복합문화공간 ‘던던 동대문’(옛 피트인) 지하 2층에 위치한 더나노스퀘어는 기존의 하이마트 매장과 입구부터 결을 달리했다. 전체 규모는 1057㎡(320평)다.
기존 하이마트 매장이 제품 위주로 가득차 있었다면 더나노스퀘어는 공간이 핵심이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광장과 같은 큰 공간인 ‘스퀘어’를 중심으로 왼쪽은 유명 인플루언서 6명과 함께 구성한 ‘페르소나 쇼룸’, 오른쪽은 MZ 소비자를 겨냥한 1인용 가전·취미용 상품들이 배치된 ‘큐레이션 라이브러리’가 있었다. 특이하게도 매장내 어느 곳에도 하이마트란 브랜드명은 볼 수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김종성 롯데하이마트 상품전략실장(상무)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하이마트’ 로고를 매장내 어느 곳에도 배치하지 않는 실험적인 도전”이라며 “동대문역 인근 MZ·외국인 고객 등을 타깃으로 단순 제품 판매보다 체험과 공간에 집중한 새로운 시도”라고 강조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매장의 30% 이상을 할애한 페르소나 쇼룸이다. 살림, 음악·영상, 뷰티, 게임, 홈쿡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유명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공간을 구성했다. 마치 가구 쇼룸을 가전용 쇼룸으로 바꾼 느낌인데 소비자 입장에선 따라할 만한 감각적인 배치가 눈에 띄었다.
쇼룸에 들어서면 마치 집이나 사무실을 꾸며놓은 것 같은 공간 속에서 가전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기존 하이마트 매장처럼 제품이 빼곡한 느낌보다 공간을 더 중시한 분위기다. 전시 제품 옆엔 QR코드가 배치돼 있는데 스마트폰으로 찍어보면 즉시 온·오프라인 구매까지 연결된다.
더나노스퀘어는 지하 1·2층을 사용하는데 지하 1층엔 홈쿡 테마로 다양한 주방가전이 전시돼 있다. 일본 패션브랜드 ‘유니클로’와 협업한 팝업 공간도 눈길을 모았다. 국내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는 롯데쇼핑(023530)이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유니클로 제품을 작가들의 손을 거쳐 작품화해 전시했다. 이 공간은 온전히 전시만 한다.
롯데하이마트는 지하 2층 페르소나 쇼룸과 지하 1층 팝업 공간을 주기적으로 바꿔갈 예정이다. 해당 공간은 빠른 설치와 철거가 용이하도록 설계돼 언제나 트렌드에 맞는 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날 더나노스퀘어 매장에서 만난 캐나다 국적의 한 50대 외국인 고객은 “동대문에 놀러왔다가 우연히 찾게 됐는데 매우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것 같다”며 “보는 재미가 상당해 눈길이 간다”고 했다. 30대 한국인 고객도 “젊은 세대가 재밌어 할 만한 요소를 적극 채용한 것 같다”며 “쇼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전국 매장의 리뉴얼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들어선 주변 상권, 주요 고객층의 성향 등을 고려한 특화 상품기획(MD)도 강화 중이다. 앞서 지난 6월엔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안양역사내 복합쇼핑몰에 입점해 ‘키보드 전문 타건샵’, ‘음향기기 체험존’ 등을 내세운 ‘엔터식스안양점’을 오픈했다. 7월 광교신도시에선 한샘디자인파크에 입점해 빌트인 가전과 생활가전 중심으로 상품을 전개하기도 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번 더나노스퀘어를 ‘테스트베드’ 매장으로 삼고 있다. 성과가 좋을 경우 주변 상권에 맞는 테마로 바꿔 해당 방식을 타 매장에도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김 실장은 “예컨대 잠실 등 지역내 거점이 될만한 점포를 중심으로 더나노스퀘어 방식의 매장 전략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 플랫폼을 넘어 하이마트라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플레이스’로 구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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