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다’는 말의 부자연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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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친엄마가 키워야지." "동성애는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 "남자는 여자에 비해 공감 능력이 떨어져."
젠더 갈등, 생명 윤리, 기후 위기 등을 둘러싼 우리 사회 통념들은 보통 인간의 본성이나 자연의 이치와 결을 같이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지지를 얻는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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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친엄마가 키워야지.” “동성애는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 “남자는 여자에 비해 공감 능력이 떨어져.”
젠더 갈등, 생명 윤리, 기후 위기 등을 둘러싼 우리 사회 통념들은 보통 인간의 본성이나 자연의 이치와 결을 같이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지지를 얻는다고 믿는다. 즉 자연을 인간 행동의 근거이자 정답으로 삼는 것이다. 하지만 출산 행동의 진화를 연구하는 이수지 독일 막스플랑크인구학 연구소 박사는 신간 ‘자연스럽다는 말’에서 ‘자연스러움’이란 말의 허점을 생물학, 생태학, 신경 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통찰한다.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자연에서 찾을 때 오히려 자연스러움의 경계가 더욱 희미해진다고 역설한다. 예컨대 태어난 생명이 언젠가 죽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며 길을 건널 때 차가 오는지 살피는, 즉 죽지 않기 위해 하는 여러 노력은 ‘자연스러움’을 거부하는 이상 행동이 될 수 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죽음을 좋아하고 추구하는 게 아니듯 죽음을 지연하기 위한 우리의 행동도 이상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자연스러움’에 기반한 사회 통념들도 사실 자연 질서에 딱 들어맞는 명제가 아닐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모성과 출산을 여성의 본능으로 단정 짓는 것이다. 여성은 모성 본능 때문에 출산하는 게 자연스러우며, 그 아이를 키우는 것도 엄마가 가장 잘 한다는 고정관념은 자연법칙이 아니라 전통적인 차별구조가 반영돼 탄생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자본주의 사회로 넘어오면서 ‘화폐 가치’를 창출하는 바깥일과 무임금 재생산 노동의 ‘집안일’이 구분되면서 출산과 육아와 병행할 수 없는 집안일은 여성의 전유물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엄마에 대한 아이의 애착 이론은 20세기 중반 ‘일하는 여자’에 대한 백인 중상류층의 반감에 영향을 받았다.
‘남자, 사냥꾼’ 가설 역시 같은 맥락에서 비판받을 수 있다. 이 가설은 1만년 전 농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남자는 주로 사냥을 주로 담당해 밖으로만 나돌다 보니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이 적어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육아에도 부적합하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 후기 흘라이스토세~ 초기 홀로세 때 묻힌 매장지 429군데를 분석해 보면 사냥도구의 30~50%는 여성의 것이었다. 즉 남성이 여성보다 사냥을 많이 하긴 했지만, 사냥과 채집으로 남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한 것은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저자는 ‘자연스러움’을 이야기하면서 “이것도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왜 우리는 그런 질문을 던지는가”에 대해 치열하게 묻는다. 이와 함께 자연의 복잡함을 단순한 질서나 규범으로 환원하려는 태도를 경계한다. 자연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건 진리에 대한 ‘답’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겸손이며 자기 성찰의 태도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는 이념, 세대, 젠더 등으로 분열된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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