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리인벤트]NBA·NHL 골 장면 속 숨은 기술…트웰브랩스 '영상 AI'

이재성 트웰브랩스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아마존웹서비스(AWS) '리인벤트 2025' 현장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진솔 기자

한국 스타트업 트웰브랩스가 영상 인공지능(AI)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생태계 진입 이후 굵직한 기업 고객을 확보하며 고속 성장 중이다. 영상 검색·분석 분야 기술력을 앞세워 미디어부터 국방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 ‘리인벤트 2025’ 현장에서 이재성 트웰브랩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7월 AWS 베드록(Bedrock)에 등록한 뒤 기업 고객은 3만곳을 넘었다"며 "대부분 고객이 AWS 헤비 유저라 트웰브랩스 모델을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에도 4만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자체적으로 트웰브랩스 모델을 쓰고 있었지만 이번에 많은 기업 고객이 새롭게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트웰브랩스는 최근 새로운 영상 AI 모델 '마렝고 3.0'을 공개했다. 마렝고는 영상을 임베딩으로 변환해 검색 가능하게 만드는 모델이다. 임베딩은 영상의 맥락적 의미를 숫자로 바꿔 영상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임베딩 절반으로…비용 50%↓ 속도 2배↑

마렝고 3.0은 영상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통째로 이해한다. 영상 초반에 등장한 대사와 몇 분 후 나오는 동작을 연결해 맥락을 파악한다. 사람·사물·행동·감정·상황 변화를 시간 순서에 따라 추적한다. 여기에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검색하는 '복합 검색' 기능도 업계 최초로 추가했다. 특정 선수 사진과 "골 넣는 장면"이라는 텍스트를 함께 입력하면 정확히 그 선수가 골 넣는 순간만 찾아낸다.

이번 3.0은 기존 2.7 보다 임베딩 디멘션을 1024에서 512로 절반 줄였다. 영상 하나를 표현하는 숫자 개수를 반으로 줄였다는 뜻이다. 스토리지 비용은 50% 줄이면서 처리 속도는 2배 빨라졌다. 이 대표는 "100만 시간 이상 영상을 검색하는 고객에게는 비용이 거의 반토막 나는 수준"이라며 "고객이 가진 모든 영상을 인덱싱하고 검색 가능하게 바꾸되 비용 걱정이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분야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마렝고 3.0은 선수의 움직임과 스포츠마다 쓰는 용어를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스포츠팀이 팬 전용 플랫폼을 만들거나 하이라이트를 제작할 때 유용하다. 특정 인물이나 객체를 찾는 기능도 추가됐다. 이 대표는 "인터넷에 있는 사진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사용자들이 마렝고 모델에 특정 객체를 알려주고 검색하도록 지시하는 방식"이라며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AWS 베드록 등록은 트웰브랩스 성장의 분수령이 됐다. 베드록은 AWS가 제공하는 생성형 AI 서비스로, 다양한 AI 스타트업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AWS 인프라를 쓰는 기업들은 추가 통합 비용 없이 트웰브랩스의 모델을 바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미지나 PDF가 대부분 클라우드로 올라갔지만 영상은 아직 온프레미스가 많았다"며 "클라우드로 옮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인데 영상 검색이 가능해지고 AI 기술을 접목할 수 있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짚었다. 영상의 클라우드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진단이다.

베드록 타고 미디어·스포츠서 정부 영역까지

트웰브랩스의 사업 영역은 주로 미디어·엔터테인먼트·스포츠 분야다. NBA 토론토 랩터스·NHL 토론토 메이플 리프스 등을 보유한 캐나다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기업 MLSE는 수십만 시간에 달하는 경기 영상을 트웰브랩스 모델로 인덱싱했다. 이를 통해 특정 선수의 득점 장면이나 결정적 플레이만 골라내 하이라이트를 빠르게 제작한다. 과거 16시간 걸리던 영상 검색·편집 작업이 9분으로 줄었다. SBS는 수십 년치 방송 아카이브를 트웰브랩스로 색인화해 특정 장면을 몇 초 만에 찾아낸다. 특수효과가 필요한 장면을 과거 영상에서 재활용하거나 국내외 거래를 위해 특정 장면을 빠르게 추출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방·공공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세종시가 트웰브랩스를 활용해 CCTV 영상 등을 인덱싱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정부기관과 함께 일하는 중이다.

베드록 등록 이후 제조업과 헬스케어 등 롱테일 고객도 늘고 있다. 현재 매출 구조를 보면 90% 이상이 북미에서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미디어·엔터 고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는 오히려 강점이 있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범용 모델과 견줘 용도에 특화된 만큼 모델을 작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상 모델이 갖는 특성상 거대 자본이 반드시 우위를 확보하기 힘든 구조다. 그는 "영상은 언어모델과 다르게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넣는다고 좋아지진 않는다"며 "어떤 데이터를 넣는가가 중요하다는 점이 빅테크가 들어오기 힘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트웰브랩스는 내년 1분기 비디오 에이전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에이전트는 특정 선수가 골을 넣는 영상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분석과 검색을 거쳐 하나의 체계로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장기적으로는 영상 AI 시장을 선점하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전세계 데이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영상 분야에서 트웰브랩스가 상당 비중을 인덱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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