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팬알기] ㉕KBO 역사 속 구단별 개인통산 최다홈런 타자

Q. 한 이닝에 많은 안타를 치고도 무득점에 그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1점도 얻지 못하고 기록할 수 있는 최다 안타수는 몇 개 일까요?
뜬금없이 퀴즈 하나로 시작하려고 한다. 사실 야구박사들은 알고 있을 터이지만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고개를 갸웃거릴지 모른다. 이같은 질문을 하면 현장의 코칭스태프나 선수 중에서도 곧바로 대답을 내놓는 이가 드물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에 예를 들어 정답을 풀어보려고 한다.
- 1번타자=안타 후 견제사(1사)
- 2번타자=안타 후 도루실패(2사)
- 3번타자=안타(2사 1루)
- 4번타자=안타(2사 1·2루)
- 5번타자=내야안타(2사 만루)
여기까지는 안타 5개이다. 이때 타석에 들어선 6번타자의 강습 타구가 2루로 달리던 1루주자 다리에 맞는다면? 야구규칙 상 1루주자는 무조건 아웃으로 처리돼 이닝이 종료된다. 이와 동시에 타자에게는 안타가 주어진다.
이처럼 이론적으로는 1이닝에 안타 6개가 나와도 무득점에 그칠 수 있는 게 야구다(실제 KBO리그에서는 4안타 무득점이 한 이닝 최다안타 무득점 기록이다).
하지만 안타 하나로 100% 점수가 보장되는 게 게 야구이기도 하다. 바로 홈런이 있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안타 하나에 무려 4점이 나올 수도 있다. 만루홈런이 있기 때문이다. ‘깨 백 바퀴 구르는 것보다 호박 한 바퀴 구르는 게 낫다’는 속담이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는 게 홈런이다.
홈런은 이런 효율성과 실용성 외에 감성적인 측면에서도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장쾌한 타구음과 아름다운 포물선, 단 한 방으로 승부를 뒤집는 짜릿함…. 그래서 흔히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고 한다.
KBO리그 역사가 켜켜이 쌓이면서 각 팀의 홈런 역사도 겹겹이 나이테를 둘러가고 있다.
[베팬알기-베어스 팬이라면 알아야 할 기록 이야기] 이번 편에서는 베어스 프랜차이즈 개인통산 홈런의 역사와 KBO에 존재한 12개 구단의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주인공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베어스 최다홈런은 여전히 두목곰…올해 안에 김재환이 넘는다
두산 베어스는 구장 규모가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기에 타자들이 홈런 부문에서는 불리함을 안고 싸우는 게 사실이다. OB 베어스 시절부터 따져도 지난해까지 역대 베어스 소속 선수 중 단일시즌 홈런왕은 3명밖에 없었다. 1995년 김상호(25홈런)와 1998년 타이론 우즈(42홈런), 2018년 김재환(44홈런)이다.
그러나 베어스 구단의 홈런타자를 논할 때 김동주를 빼놓을 수 없다. 베어스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졸업 후 프로 무대에 데뷔한 1998년부터 은퇴한 2013년까지 16년 동안 KBO리그(1군 무대)에서 개인통산 273개의 홈런을 그려냈다.
김동주는 한 번도 시즌 홈런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부상으로 이탈한 2006년(7홈런)과 말년 2년(2012년 5홈런, 2013년 2홈런)을 제외한 13시즌 동안 꾸준히 두 자릿수 홈런을 치면서 구단 역사를 만들었다. 2000년에는 개인 최다 31홈런을 기록했고, 8시즌 동안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냈다.
그러나 김동주도 어쩌면 올해 프랜차이즈 최다홈런의 왕좌에서 내려와야 할지 모른다. 후배 김재환이 지난해까지 통산 263홈런을 뽑아내며 10개 차로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부상 등 돌발변수가 없는 한 김재환이 올 시즌 안에 김동주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아울러 37개의 홈런을 더하면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한 역대 선수 중 최초로 300홈런 고지에 오르는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김동주와 김재환의 뒤를 이어 전설의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가 베어스 구단 역사상 개인통산 최다홈런 3위에 자리 잡고 있어 눈길을 끈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1998년 OB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우즈는 2002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벗고 은퇴할 때까지 단 5시즌만 활약했음에도 이같은 발자취를 남겼다.
양의지는 4위다. KBO 개인통산 홈런은 262개로 김재환과 1개 차이로 뒤져 있지만, 이는 NC 다이노스 시절까지 합친 숫자다. 2019~2022년 NC에서 4년간 활약하며 105개를 기록했고, 두산에서는 2006년 입단 후 지난해까지 159홈런을 기록 중이다.
홍성흔은 KBO 통산 208홈런 중 두산 소속으로 149홈런(역대 5위)을 기록한 뒤 은퇴했다. 6위 김현수(142홈런), 7위 오재일(141홈런), 8위 심정수(126홈런)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다음으로는 올드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름 김형석과 안경현이 나란히 119홈런으로 공동 9위에 자리잡고 있다.
‘미스터 OB’로 불린 김형석은 선수 생활 마지막 해인 1998년 삼성으로 이적했지만 삼성 소속으로는 홈런을 치지 않았다. 안경현은 베어스 소속으로 119개의 홈런을 때린 뒤 2009년과 2010년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1개씩을 추가해 통산 121홈런을 기록했다.

◆베어스 프랜차이즈 포지션별 최다홈런 선수는?
베어스 역대 프랜차이즈 선수를 놓고 포지션별로 최다 홈런 선수를 뽑아봤다. 베어스 소속으로 뛰면서 해당 포지션에서 활약할 때를 기준으로 삼았다.
포수는 양의지가 144홈런으로 가장 많다. KBO 개인통산 홈런은 262개인데 앞서 설명한 대로 베어스 소속으로는 159홈런을 때려냈다. 그중 베어스 포수로 출전했을 때 144홈런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베어스 포수 역대 2위는 홍성흔이다. 88개다. 베어스 소속으로 통산 149홈런을 기록했는데 다른 포지션(지명타자 등)에서 61개의 아치를 그렸다.
3위는 박세혁(23홈런), 4위는 박현영(15홈런), 5위는 이도형(14홈런), 6위는 채상병(12홈런), 7위는 조범현과 최승환(7홈런), 9위는 정종현(8홈런)이며 현 롯데 감독인 김태형(6홈런)은 10위다.

1루수 최다홈런의 주인공은 133홈런의 오재일이다. 타이론 우즈(127홈런)를 제쳤다. 오재일은 KBO 통산 215홈런을 기록 중인데 베어스에서 9시즌(2012~2020년) 활약하며 141홈런을 뽑았다. 다른 구단(현대, 히어로즈, 삼성, kt) 소속으로 74홈런을 기록 중이다.
3위는 양석환(92홈런), 4위는 김형석(60홈런), 5위는 최준석(57홈런), 6위는 신경식(38홈런)이다.
2루수는 안경현(58홈런), 유격수는 김재호(50홈런)가 해당 포지션에서 최다홈런의 주인공이다.
3루수는 모두가 짐작하겠지만 김동주다. 통산 273홈런 중 177개의 홈런을 3루수로 나섰을 때 뽑아냈다. 2위인 허경민(57홈런)보다 120개나 많다. 1~2위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진 포지션이다.
외야수로는 김재환이 198개로 1위이며, 2위인 김현수(현 LG)를 추월해 70개 차이로 앞서 나가고 있다.

◆KBO 역대 구단 프랜차이즈 최다홈런 선수는?
KBO 구단별 프랜차이즈 최다홈런 선수를 집계한 결과 SSG 랜더스의 최정이 개인통산 495홈런으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2005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해 2024년 SSG 소속으로 20년을 한 프랜차이즈에서만 뛰면서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올 시즌 개막 후 머지않아 KBO 최초 개인통산 500홈런 돌파도 기대된다.
홈런의 전설 이승엽(현 두산 감독)은 현역 시절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467홈런을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NPB) 시절까지 포함하면 한일통산 626홈런을 때려내면서 위대한 신화를 만들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통산 374홈런의 이대호가 단연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주인공이다. 일본프로야구(NPB)에서 4년간(2012~2015년) 활약하며 98홈런, 메이저리그에서 1년간(2016년)간 뛰며 14홈런을 터뜨려 한미일 통산 486홈런을 기록한 뒤 방망이를 내려놓았다.
한화 이글스(빙그레 시절 포함) 프랜차이즈 홈런 1위는 장종훈이다. 통산 340홈런을 누구도 깨지 못하고 있다. 구단 프랜차이즈 역사상 2위인 김태균은 311홈런으로 29개 부족한 상태로 은퇴했다.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에서는 302홈런의 박병호가 최다 홈런 타자로 남아 있다.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선수는 대부분 원클럽맨인데, 박병호는 히어로즈에서는 9시즌(2011~2015년, 2018~2021년)만 활약하고도 구단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박병호는 통산 403홈런을 기록 중인데 다른 3개 팀(LG, kt, 삼성)에서 101개의 홈런을 추가했다.
앞서 소개한 대로 두산 베어스(OB 시절 포함)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타자는 아직도 ‘두목곰’ 김동주가 1위다..

KIA 타이거즈는 각 분야에서 수많은 전설과 스타를 배출했는데 프랜차이즈 홈런 부문에서는 나지완이 221개로 가장 많다. 종전까지는 전설의 '오리궁둥이' 김성한의 207홈런이 프랜차이즈 최다홈런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지완은 2020년 5월 19일 광주 롯데전에서 207호, 5월 28일 수원 kt전에서 208호를 날려 구단의 홈런역사를 새롭게 작성한 뒤 홈런수를 221개까지 늘린 뒤 은퇴했다.

LG 트윈스(MBC 청룡 포함)는 아직 시즌 홈런왕을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구단이다. 그중에서 2504안타의 주인공 박용택이 홈런 213개로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을 뽑아낸 선수로 기록돼 있다.
나성범은 NC에서 9년(2013~2021년)만 뛰고도 프랜차이즈 최다홈런(212개) 기록을 남겨놓고 2022년 고향팀 KIA로 이적했다. KIA에서는 부상 공백 등이 있었지만 3년간 60개의 홈런을 만들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삼미~청보~태평양 포함)에서는 ‘리틀쿠바’ 박재홍이 최다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남겼다. 박재홍은 KBO 통산 300홈런을 기록했는데 현대에서만 176개를 쳐냈다. KIA(2년간 26홈런)와 SK(8년간 98홈런)에서 나머지 124홈런을 뽑아냈다.
KBO 역사에 존재하지만 소멸된 또 하나의 팀 쌍방울 레이더스에서는 김기태가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인물로 남아 있다. 8시즌(1991~1998년) 활약하면서 173홈런을 날려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있다. 김기태는 삼성에서 3시즌 동안 54홈런, SK에서 4시즌 동안 22홈런을 추가해 KBO 개인통산 249홈런의 기록을 남긴 채 유니폼을 벗었다.
KBO에는 지금까지 총 12개 구단이 존재했다. 2015년 KBO 역대 12번째 팀으로 가장 늦게 창단한 kt는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가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 기록을 보유한 구단이다. 멜 로하스 주니어가 주인공이다. 로하스는 일본프로야구 경력을 제외한 5시즌(2017~2020년, 2024년) 만에 164홈런을 몰아쳤다.

이재국
야구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야구덕후’ 출신의 야구전문기자. 인생이 야구여행이라고 말하는 야구운명론자.
현 스포팅제국(스포츠콘텐츠연구소) 대표 / SPOTV 고교야구 해설위원
전 스포츠서울~스포츠동아~스포티비뉴스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