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가 과학적으로 고기 맛있게 굽는 법을 밝혔다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한 장홍제 화학교수는 고기를 맛있게 굽는 법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기의 냉동과 해동, 조리 방식에 따라 조직 파괴 여부와 맛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하며, 이를 방지하고 최적의 맛을 끌어내는 조리법을 제시했다.

냉동 고기, 세포부터 무너진다
고기는 대부분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은 얼면 부피가 커진다. 이 특성 때문에 고기를 냉동하면 내부 수분이 팽창하면서 세포막이 터지고 조직이 손상된다. 이 과정에서 고기 안에 들어 있던 맛과 향의 근원이 되는 단백질, 아미노산, 지방 성분 등이 유실된다. 결국 냉동은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고기 본연의 품질을 훼손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전자레인지로 고기 해동?
전자레인지의 조리 기능을 활용해 고기를 해동하려는 시도는 실제로는 고기를 익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표면은 이미 열에 의해 조리되고, 내부는 여전히 얼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기 겉면의 단백질이 변성되어 식감이 뻣뻣해지고, 맛이 균일하게 퍼지지 않는 원인이 된다. 고기를 해동시킬 때는 반드시 전자레인지의 ‘해동 기능’으로 긴 시간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조리 기능으로 강한 열을 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해동의 기본은 ‘차가움과 시간’
고기 해동의 기본은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녹이는 것이다. 가장 추천되는 방식은 전날 냉장실에 고기를 넣어 자연스럽게 해동하는 것이다. 고기 크기에 따라 12~24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표면을 눌렀을 때 탄력이 느껴질 정도면 조리에 적합한 상태다. 시간 여유가 없다면 찬물에 담그고 30분 간격으로 물을 갈아주는 방식도 있지만, 손이 많이 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온의 물이나 실온에 방치하는 방식은 미생물 증식을 유도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설탕물 해동법’의 과학적 원리
급하게 해동할 경우, 40도 이하의 미지근한 물에 설탕을 한두 스푼 넣고 고기를 담그면 해동 시간이 단축되며 조직 손상도 적다. 설탕은 물의 어는점을 낮추는 동시에 삼투압 작용을 조절해 고기 속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소금도 사용할 수 있지만 짠맛이 배고, 삼투압으로 인해 단백질과 영양 성분 유실이 심해지기 때문에 설탕이 더 적합하다. 고기에 단맛이 남을까 걱정할 수 있으나 소량의 설탕은 오히려 고기 맛을 풍부하게 만들고 마이야르 반응도 촉진한다.
냉동과 해동의 반복은 조직 붕괴로 이어진다
고기를 여러 번 냉동하고 해동하면 세포가 반복적으로 팽창하고 터지며 조직이 더 많이 파괴된다. 이로 인해 식감은 물러지고 풍미는 감소하며, 심한 경우 고기가 물에 절인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고기를 보관할 때는 한 번 조리할 분량만 나눠 냉동하는 것이 좋고, 남은 고기를 다시 얼리는 일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고기 본연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선 냉동 횟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콜드 시어링, 고기 맛의 균형을 잡는다

콜드 시어링은 팬을 미리 달구지 않고 고기를 팬 위에 올린 상태에서 천천히 열을 가하는 방식이다. 내부까지 고르게 익히고, 마지막에 겉면을 고온으로 구워 마이야르 반응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마이야르 반응은 아미노산과 당이 177도 이상에서 반응해 고유의 갈색과 풍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콜드 시어링은 안쪽은 부드럽고 촉촉하게, 겉은 바삭하고 고소하게 조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숙성의 과학, 취향의 문제
고기 숙성은 근육 조직의 단백질이 자연 분해되며 풍미 성분으로 바뀌는 과정을 의미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칠맛이 강해지고 육질이 부드러워지지만, 대신 특유의 진한 향이 생긴다. 숙성을 선호하는 이들은 이러한 향미와 부드러움을 높게 평가하지만, 반대로 식감과 쫄깃함을 선호하는 이들은 숙성되지 않은 고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숙성은 결국 개인의 취향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