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섭 선수를 지난 7월 2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났습니다. 그 며칠 전에 다른 매체와 인터뷰를 했더라고요. 최대한 이전 인터뷰의 질의응답과 겹치지 않게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제가 허락받은 시간은 약 20분가량이었고 저는 이렇게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식상한 질문 다 빼고 바로 본론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결혼 이야기
아무리 본론부터 시작하려 해도 아이스브레이킹은 필요했습니다. 제가 중계방송에서 했던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정우영 캐스터(이하 정) : 제가 중계방송 중에 양창섭 선수가 안성재 셰프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혹시 들었나요?
양창섭 선수(이하 양) : 네. 들었어요. 사실 종종 듣고 있습니다. (웃음) 워낙 훨씬 잘되신 분이라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개인적으로는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정 : 그래서 궁금한 점이 양창섭 선수도 혹시 요리를 잘 하나요?
양 : 아니요. 못합니다. 전혀요.
정 : 아. 그래요? 저는 아이들에게 직접 요리도 해주는 모습을 상상했거든요. 사실 야구장에서 아이를 안아주는 걸 보고 놀랐어요. '벌써 아이가 있나?'했거든요.
양 : 네. 결혼을 일찍 했어요. 서로 너무 좋기도 했고, 아이가 먼저 찾아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빨리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하니까 정말 좋습니다. 아이들이랑 놀아주는 것도 너무 재밌고요. 저는 아주 만족스러운데, 와이프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웃음)

데이터로 보는 구질의 변화
이제부터 진짜 본론입니다. 양창섭 선수와 스포츠2i의 PTS(Pitching Tracking System : 투구추적시스템) 데이터를 함께 보면서 구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 : 올 시즌 PTS 데이터를 보면 투심과 포심의 구사 비율이 거의 1대 1에 가깝습니다. 특히 포심의 무브먼트가 상당히 좋고, 다른 투수들에 비해 릴리스 포인트가 높은데도 좌우 무브먼트가 거의 후라도 선수 만큼이나 훌륭한데요. 투심을 성공적으로 장착하게 된 비결이 있을까요?
양 : 후라도 선수가 투심을 굉장히 잘 던지잖아요. 최일언 코치님께서도 현역 시절인 1980년대부터 투심을 많이 던지셨다고 해서 이 두 분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후라도 선수에게 캠프에서부터 많이 물어봤고 많은 조언을 들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유튜브를 통해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투구 영상을 참고했어요.
정 : 그렇게 장착한 투심을 장착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양 : 투심이 없었을 때는 우타자를 상대할 때 직구, 슬라이더, 커브처럼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 위주라 조금 막히는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투심을 던져 땅볼을 유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확실히 우타자를 상대하기가 훨씬 편해졌어요.

정 :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커브의 릴리스 포인트가 직구와 거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낮을 때가 있다는 건데요. 이건 정말 일반적이지 않거든요. 보통 커브 던질 때 낙차를 만들기 위해서 팔이 더 위로 올라가잖아요.
양 : 이건 지금 데이터를 함께 보고 있으니까 여기서 처음 밝히는 건데요. 군대에 가기 전에는 커브의 릴리스 포인트가 높았어요. 그 당시 코치님들이 커브를 위에서 던지라고 했는데 공이 자꾸 빠지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그냥 직구처럼 각을 주며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스위퍼’ 느낌으로 던지는데 궤적은 커브처럼 가고, 무브먼트도 커브로 찍히더라고요.
정 : 그렇다면 올 시즌 던지는 그 공은 커브가 아니라 스위퍼라고 봐야 하는 건가요?
양 : 네. 이것도 지금 처음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올 시즌에는 커브를 안 던지고 있습니다. TV 화면으로 보면 커브처럼 들어가지만, 저는 스위퍼라고 생각하고 던집니다. 좌우 타자 가리지 않고 12~13% 정도의 비율로 꽤 많이 구사하고 있습니다. 아직 원하는 각도만큼 완벽하게 휘지는 않지만, 계속 노력하다 보면 마음에 드는 각도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 일요일 선발의 책임감과 인내의 시간
정 : 일요일마다 선발로 나서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단 한 번 마운드에 오른다는 점이 오히려 책임감이나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는지 궁금하네요.
양 : 다른 선발 투수들보다 하루를 더 쉬고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오히려 감사한 일입니다. 제가 일요일에 긴 이닝을 책임져주면 불펜 형들이 월요일까지 이틀을 온전히 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임감을 가지고 무조건 5이닝 이상은 던지겠다는 각오로 마운드에 오릅니다. 부담보다는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 : 자리를 잡기까지 부상과 부진 등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었습니다. 혹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양 :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군 생활을 할 때도 쉬지 않고 계속 운동을 했습니다. 오히려 그 시간 덕분에 몸도 온전히 회복하고, 앞으로 어떻게 피칭을 해야 할지 깊게 고민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 제가 선발 투수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프로에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정 :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예년과 가장 달랐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양 : 지난 캠프 때는 무조건 강하게 던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캠프 때부터 컨트롤과 로케이션을 깊게 생각했습니다. (백)정현이 형이 '나도 옛날에는 제구가 안 좋았는데, 캐치볼과 피칭을 할 때 세게 던지기보다 정확하게 던지는 연습을 하면서 제구와 구속이 모두 좋아졌다'라고 조언해 주셨는데, 그 방법을 적용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 마운드에서의 마인드와 최고의 순간
정 : 박진만 감독님은 양창섭 선수가 선발로 나왔을 때도 불펜에서 던지듯 매 타자 전력투구를 해주길 바라더라고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양 : 저도 길게 잘 던져야겠다고 의식하면 오히려 경기가 잘 안 풀리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한 타자 한 타자에게만 집중하고, 안타를 맞으면 ‘다음 타자를 상대하자’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임하고 있습니다. 시즌 초에는 전력으로 던져도 구속이 잘 안 나왔는데, 2군에 한 번 다녀온 이후로는 특별히 바뀐 게 없는데도 145~146km/h까지 구속이 올라오면서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정 : 올 시즌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1피안타 완봉승을 했던 5월 24일 롯데전이었을까요?
양 : 아니요! 그보다 훨씬 도파민이 터졌던 순간이 있습니다. 5월 14일 LG와 경기 때 겪었던 5회 2사 2,3루 상황입니다. 오스틴 선수를 상대로 쓰리볼까지 몰렸다가 13구까지 가면서 결국 삼진을 잡아냈을 때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고 짜릿했습니다.평소 맞춰 잡는 피칭을 추구하지만, 그 순간 만큼은 어떻게 삼진을 잡았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했습니다. 다시 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습니다.
(그 오스틴 상대 제3스트라이크는 시속 149km가 찍혔습니다.)
정 : 현재 무패 선발 투수입니다. 과거 삼성에 KBO 역대 100% 승률왕이 두 명이나 있었어요. 오봉옥(1992년), 김현욱(2002년)이요. 아마 양창섭 선수가 2승 정도만 더 하면 이 이름들도 슬슬 등장할 것 같은데요. 승률왕에 대한 기대감은 없을까요?
양 : 솔직히 올 시즌에 기록 욕심은 전혀 없어요. 지금은 그저 운이 정말 좋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제 공을 던지는 데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역대 KBO리그 100% 승률왕은 3명이었습니다. 오봉옥(삼성, 1992년), 김현욱(삼성, 2002년), 쿠에바스(KT, 2023년)가 그들입니다. 이들 중 국내 100% 승률왕들은 모두 삼성 라이온즈 선수였습니다.)
정 :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 가장 해보고 싶은 건 뭐예요?
양 : 지금까지 프로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넘겨보지 못한 ‘100이닝’을 꼭 달성해보고 싶습니다.(최다이닝은 데뷔시즌 2018년 87.1이닝) 100이닝보다 더 많이 던지면서 팀에 기여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습니다.
딱 이 이야기까지 마치니 삼성 구단과 양창섭 선수가 할애해준 20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야구 황금 세대 99년생들 중 고교 시절 안우진, 곽빈과 함께 최고를 다퉜던 투수였고, 주변을 흥분하게 만드는 데뷔 시즌을 보냈지만 부상과 부진이 찾아왔습니다. 또 몇 해 전에는 야구계의 금지어가 된 전 방송 해설위원과 뜻하지 않게 얽히면서 마음고생도 컸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 모든 어려움을 떨쳐내고 매주 일요일마다 마운드 위에서 묵묵히 자신의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양창섭 선수의 이야기는 우리가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는 그 힘든 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투심과 스위퍼를 더 날카롭게 갈고닦았으니까요.

인터뷰 이후 등판했던 지난 7월 5일, 일요일 경기에서도 그는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7월 7일 현재, 7승 무패, 승률 100%.
현재까지 투구이닝은 61과 3분의 1이닝.
그의 목표인 100이닝까지 이제 38.2이닝 남았습니다.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