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수민 ㈜가람 대표, 물의 세계 AI로 풀어내다

박정환 기자 2026. 3. 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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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보다 먼저 늙어가는 하·폐수 운영 체계
노후화·인력부족…처리공정 불안감 의식
큰돈 드는 시설 개·증설 재정 부담으로 작동
고농도 오염수 배출허용기준 강화 현실화
눈으로 보던 하·폐수, AI로 읽는 기술 개발
‘사람의 감각’을 ‘표준화한 판단’으로 전환
국유특허 기술이전 우수사례 기업에 선정
지역현안해결 R&D지원사업선정 1호기업
딥러닝 이용 환경 AI 특허·국책 과제 수행

'사람 눈 대신 기계가 물때의 속성을 읽어낼 수 없는 걸까?'

환경기술 전문기업 ㈜가람의 플록(floc)과 미생물 인공지능(AI) 기술은 강수민 대표의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플록 상태를 보아하니, 약품을 좀 더 넣어야겠어!" 하·폐수처리장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숙련 기술자의 말이었다.

강 대표는 그때마다 어리둥절했다. "플록 상태가 어떻길래! 또 약품은 얼마나 더 넣어야 한다는 거야?"

하·폐수처리장에는 응집과 침전 공정이 있다. 약품처리로 물속에 흩어져 있는 미세한 오염물질을 서로 뭉치게끔 해서 가라앉히는 것이다. 이때 만들어진 물때 덩어리가 '플록'이다.

플록은 그냥 찌꺼기 뭉치가 아니다. 크기와 모양, 침전 속도에 따라 처리 효율이 그때그때 달라진다. 최종 방류수 수질에도 간섭하기 마련이다.

플록이 너무 작으면 둥둥 떠다녀 처리 효율을 떨어뜨린다. 반대로 지나치게 크고 불균형하면 공정 전체를 불안정 속으로 빠뜨린다.

"섬모충이 늘었네, 윤충이 포착되는 걸 보니 상태가 괜찮은데."

현미경으로 슬러지 안에서 미생물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숙련자의 혼잣말이다.

여기서 강 대표는 또 한번 당황한다. '대체 뭘 보고 이렇게 중얼거리는 거지? 숫자가 알려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늠할 수 있는 축적된 데이터도 없는데!'

생물학적 처리 공정에서 미생물은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일꾼'이다. 그 일꾼의 종류와 개체 수, 군집 변화는 공정 안정성을 가른다.

특정 미생물이 있고 없고가 유입수의 성질부터 슬러지의 성상을 말해 준다. 처리 방식도 일러준다.  

어떤 미생물이 부족하면 슬러지는 잘 가라앉지 않는다. 때론 거품과 함께 떠오르기도 한다. 모두 운영의 불안요소로 작동한다. 처리수 수질 역시 흔들리기에 십상이다.
▲ ㈜가람 기업부설 연구소 안에 설치된 실증설비.

'사람이 바뀌어도 같은 판단이 나올까?'

강 대표가 가장 깊이 파고드는 지점이다. 하·폐수 처리 현장의 운영 난도는 해마다 높아졌다. 유입수의 성상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지고 있다.

공정 설비는 설치한 지 수십 년이 지나 낡은 시설이 대부분이다. 인천만 하더라도 가좌 공공하수처리장의 경우 가동을 시작한 지 34년째다. 승기 하수처리장도 30년이 넘었다.

숙련 기술자는 늙어가고, 새로 드는 인력은 줄고 있다. 방류수 수질 기준은 꾸준히 깐깐해지고 있다. 민원과 행정의 기대 수준은 까다로움을 더 한다.

폐기물 장기 매립과정에서 나오는 수도권매립지의 침출수가 이런 모양새다. 침출수는 유기물과 암모니아성 질소 등 이런저런 오염물질이 엉킨 고농도 오염수다. 난분해성 유기물의 완전분해나 고농도 질소 제거에는 기술적 한계와 운영비 상승 등 경제적 제약이 뒤섞여 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침출수의 총질소(T-N) 배출허용기준은 ℓ당 기존 200㎎에서 60㎎으로 크게 강화됐다. 침출수 원수의 T-N 농도는 2000~2500㎎으로 독하다. 현장 운영자에게 요구되는 부담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그렇다고 큰돈이 드는 처리장을 마냥 새로 짓고, 증설하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만수 하수처리장의 경우 하루 3만5000㎥ 규모를 증설하고, 재이용수 처리시설을 신설하는데 705억 원이 들었다.

그동안 묵혀뒀던 공공하수처리장의 현대화나 도시팽창에 따른 증설계획이 줄줄이 이어진다. 승기 처리시설 현대화(사업비 4265억원)와 남항 처리시설 증설·개량(사업비 1274억원), 검단 처리시설 2단계 증설(사업비 706억원), 송도 처리시설 3단계 증설(사업비 1629억원) 등이다. 기존 시설의 개선과 증설이 누적되면서 한쪽에선 노후화가 겹쳐 쌓이는 구조다.

'시설을 계속 늘릴 게 아니라 같은 시설로 운영효율을 끌어 올리자!'

연구실보다는 현장에서 이력을 키워 온 강 대표의 선택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대학원에서 안전환경을 공부하면서 수질·대기·폐기물 관련 전문 자격을 갖춘 정통 환경기술인이다.

같은 설계, 같은 공정일지라도 운영 방식 하나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현장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 가람은 지금도 특성이 조금씩 다른 하·폐수처리 현장 25곳을 관리하고 있다. 기술자 한 사람이 돌아가면서 현장 서너 곳을 관리해야 하는 형편이다.

강 대표는 여느 하·폐수처리장처럼 인력의 잦은 들고남을 겪었다. 그럴수록 관리의 어려움은 점점 더해졌다. 사람의 감각과 판단만으로는 설계 당시에 예상치 못했던 부하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예전과 유입량이나 성상이 갑자기 튈 때 더욱 그러했다. 응집제를 얼마나 투여할 지, 교반 조건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감이 서지 않았다.

인천은 항만·공항·국가산단과 일반산단이 밀집한 도시다. 산업단지만도 국가와 지방을 합해 15곳에 등록업체가 9550여 곳이다. 앞으로 생길 검단2산단과 오류산단을 고려하면 하수·폐수 처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다.

'사람의 경험을 어떻게 기술로 담아내지?' 

강 대표의 고민은 기술 기반 환경기업으로 확장하는 시작점이었다.  그 응답의 실마리는 '물을 보는 AI' 였다.

수치 중심의 수처리 자동화 센서가 포착하지 못하는 공정 내부의 미묘한 변화는 사람의 눈과 경험에 의존해 왔다. 플록 상태, 미생물 군집 이상 징후, 침전·부상·거품과 같은 시각적 현상이다.

카메라와 비전 기술로 공정 내부를 직접 관찰한다. 비전은 단순한 카메라 기술이 아니다. 사람의 눈이 인식하던 형태·패턴·변화를 데이터로 전환하는 도구다.

로봇 팔은 시료를 뜨고, AI는 플록의 크기와 분포, 미생물의 종류와 움직임을 분석한다. 숙련자가 감각적으로 판단하던 기준이 객관적인 지표로 바뀌는 순간이다.

비전 기반 AI가 만든 변화는 판단의 표준화와 이상 징후의 조기 감지, 운영 기록의 데이터화, 그리고 숙련 기술의 전수를 가져왔다.

이 기술은 또 다시 사람이 상주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수처리 공정,  자동운전·무인화 기반의 통로를 잇고 있다.
▲ 와와캡 마스코트 상표 이미지

"단일 브랜드 WAWACAP(와와캡)'로 엮어내자."

강 대표는 AI가 물을 지켜보고 판단하는 기술을 하나의 언어로 묶었다. 'WAWACAP(와와캡)'이었다. 와와캡은 전문가뿐 아니라 비전문가에게도 기술의 핵심을 직관적으로 이해시킨다. 한발 더 나아가 운영 신뢰성을 얻는 것까지가 와와캡 기술의 역할이다.

와와캡에는 인천 토종 환경전문기업 가람의 15년간 내공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가람은 벤처기업 인증을 시작으로 여성기업 인증, 인천지역 유망중소기업, 뿌리기업 인증, 이노비즈·메인비즈 인증, 인천비전기업 선정 등으로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인천시장상, 환경부장관상, 국무총리상도 받았다. 녹색환경기술지원센터 홈닥터 활동, 환경위반업체 멘토링, 산업단지 수질·악취 실태조사 등에도 참여했다.

2020년 10월부터 환경부·한국환경공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이 주관하는 AI기술 기반 고효율 수질관리시스템을 구축해왔다.

가람은 2023년 수자원공사 국유특허 기술이전 우수사례기업으로 뽑혔고, 2025년 12월에는 딥러닝을 이용한 환경 AI 특허를 확보했다.

가람은 녹색융합클러스터 안 파일럿 테스트 시설에 입주했다. 기술 개발과 실험, 시제품 제작을 포함한 실증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직접 공공의 확인 과정을 거치는 기술이다.

인천테크노파크가 주관하는 「2025년 지역 현안 해결 연구개발 지원사업」 선정 1호 기업이다. 지역 환경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는 실험대에 가장 앞선 기업이라는 의미다.

가람은 오는 4월부터 2029년 말까지 진행되는 국가 연구개발 과제에 도전했다. 매립지 침출수의 고농도 질소를 저비용·고효율로 처리하고, 처리수를 재이용·순환사용까지 잇는 실증형 R&D 사업이다.

"환경 AI는 더는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적인 해법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습니다. 가람은 이 흐름 속에서 기술과 현장을 동시에 이해하는 기업으로 다음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강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설렌다.

/박정환 대기자 hi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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