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 뉴요커와 생각 비슷…도쿄·베이징보다 물질 중시”
한국인의 가치관은 아시아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다를까요?
한국리서치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아시아 12개국(한국, 일본, 중국, 타이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튀르키예)의 수도 거주자를 설문조사 했습니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뉴욕, 그리고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거주자를 대상으로도 같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삶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각 도시 거주자들은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 서울 "돈은 많을수록 좋다" 66%…도쿄·베이징보다 물질 중시
아래 그래프는 설문에 대한 응답을 점수로 변환한 것입니다. ▲전통과 미래 ▲원칙과 실용 ▲물질과 인간 중 어느 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래프로 표시했습니다.
한국·일본·중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한자 문화권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치관의 차이는 뚜렷했습니다.
서울 시민은 도쿄, 베이징 시민들보다 물질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서울은 '인간'보다 '물질'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도쿄와 베이징은 '인간'을 선택한 응답자가 비슷하게 많았습니다.
서울 시민은 전통과 미래 가운데는 전통을 선택했는데 베이징과 비슷한 정도였습니다. 반면 도쿄는 미래에 좀 더 가치를 두는 경향으로 나타났습니다.
세 나라 모두 실용보다는 원칙을 중시했는데 베이징의 점수가 가장 높았습니다.
이번엔 물질과 인간에 대한 심화 질문입니다. '돈과 재산은 많을수록 좋다.' vs '돈과 재산은 어느 정도 양까지만 갖는 것이 좋다.', 두 가지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물었더니 서울 시민은 전자를 선택한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았습니다.
'돈과 재산은 많을수록 좋다'고 답한 서울 시민 비율은 66%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시민(68%)에 이어 15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도쿄는 44%, 베이징 37%였는데, 특히 베이징은 '돈과 재산은 어느 정도 양까지만 갖는 것이 좋다'를 택한 비율이 63%로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원칙과 실용 가운데 어느 가치관을 선호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심화 질문도 살펴보겠습니다. '악법도 법이니 따라야 한다'는 명제에 서울 시민은 절반 정도가 동의했습니다.
베이징은 '악법도 따라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61%로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도쿄는 37%로 동북아 3개국 중에선 가장 낮았고, 조사 참여 15개국 가운데서는 세 번째로 낮았습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가운데선 프랑스가 38%로 가장 낮았습니다.
■서남아시아, 물질 중시 경향↑..."과정보다 성과 중요"
아시아 국가 중에 한국·일본·중국, 그러니까 동북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아시아 권역의 가치관도 살펴봤습니다. 동남아시아는 베트남 하노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민을 대상으로, 서남아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스라엘 예루살렘, 튀르키예 앙카라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동남아시아는 전통과 원칙을 묻는 질문에는 전통 0.47점, 원칙 1점으로 나타나 한국의 서울(전통 0.33, 원칙 0.80)과 가치관이 비슷한 편이었습니다. 반면 물질적 가치 선호도는 낮았습니다.
서남아시아는 물질 0.93점으로 동북아, 동남아 국가의 주요 도시보다 물질적 가치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 사이의 차이는 '일의 과정보다 성과가 더 중요(물질)' vs '일은 성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인간)' 두 가치관 중 어느 것에 동의하냐는 설문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는데요.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민 76%는 일의 성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튀르키예 앙카라에선 일의 '성과'가 중요하다는 답변이 68%로 집계됐습니다. 서울 시민도 과정보다는 성과를 중시한다는 답변이 59%로 많았났습니다.
■미국 뉴욕 "원칙·물질"…프랑스 파리 "전통 중시"
아시아 외 지역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의 시민들을 상대로 같은 설문을 던졌습니다. 세 도시 시민 모두 아시아와 달리 '인간'보다는 '물질'을 선택한 것이 뚜렷한 특징입니다.
도시별로 보면, 미국 뉴욕은 전통과 원칙을 중시하며 물질에 가치를 뒀고, 파리는 전통을 중시하고 물질을 선호하긴 하지만 선호도는 낮은 편입니다. 런던은 대부분 가치관에 중도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전통과 미래 둘 중 '전통'을 선호하는 경향은 파리에서 두드러졌는데요. '변화보다는 안정이 더 좋다'는 설문에는 동의한다는 답변이 파리 60%, 뉴욕 56%, 런던 55%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변화보다 안정을 가장 선호하는 도시는 다름 아닌 서울이었습니다. 안정을 추구한다는 답변이 81%로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서울과 가치관이 유사한 서구의 도시는 어디일까요?
■서울과 뉴욕, 가치관 유사...2030 '물질 중시'까지 닮았다
서울과 뉴욕 시민들은 원칙을 추구하면서도 물질을 중시하는 특징이 뚜렷해 가치관이 유사했습니다. 특히 두 도시 모두 20~30대 연령층의 물질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는데요. 다만, 서울은 이 같은 현상이 유독 20~30대에 집중됐지만, 뉴욕은 40대도 인간보다는 물질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였습니다.
물질보다 인간에 더 가치를 두는 경향은 두 도시 모두 50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는데요. 서울보다는 뉴욕의 50대가 인간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은 서울과 뉴욕 시민의 가치관이 유사하게 분석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뉴욕은 다양한 나라에서 여러 인종과 민족이 기회를 찾고, 돈을 벌러 오는 도시로 미국의 전통적 도시와는 인적 구성이 다릅니다. 서울은 아시아의 다른 어떤 도시보다 역동적이고 성공 지향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런 점이 뉴욕 시민과 가치관이 유사하게 나온 배경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조사를 한 한국리서치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사회, 경제적 특징도 비교 분석해 올해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 4일부터 열흘 동안 나라별로 만 18세 이상 남녀 700명(한국은 한국리서치 패널, 14개국은 여론조사업체 '톨루나' 패널)을 온라인 조사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p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김서린
김영은 기자 (paz@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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