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크플러스가 실적 부진으로 기업공개(IPO)가 기약없이 밀리면서 투자자들의 이탈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이뤄질수록 스파크플러스의 현금은 고갈되고 있다. 추가적인 투자 유치가 필요하지만 스파크플러스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데다 좀처럼 실적에서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스파크플러스는 2016년 스파크랩과 아주컨티뉴엄(옛 아주호텔앤리조트)이 공동 설립한 공유오피스 기업이다. 강남, 광화문, 여의도, 성수 등 전국에 41개 지점을 두고 있다. 업계에선 패스트파이브에 이어 규모가 두번째로 크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파크플러스는 지난달 16일 4회차 CB 잔액 170억원을 상환하며 해당 CB를 모두 정리했다. 4회차 CB는 총 200억원 규모로 전환가액은 15만508원이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3.5%였다. 만기는 2026년 7월이며, 미래에셋벤처투자가 2024년 12월까지 상장을 조건으로 투자한 건이었다.
상환은 지난해부터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 스파크플러스는 2024년 8월 26일 표면이자율을 0%에서 1%로 변경한 뒤 다음날(27일) 30억원을 먼저 갚았다. 풋옵션은 2025년 7월부터 행사할 수 있었지만,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이보다 먼저 엑시트에 나섰다.
회사가 IPO 기한을 2026년 3월까지 연장했음에도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지난달 남은 170억원까지 엑시트하며 투자를 종료했다. 이전에 발행한 1~3회차 CB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한 것과는 다른 결과다.
스파크플러스 관계자는 “CB 만기 이전에 IPO를 성사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IPO는 추후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며 “미래에셋벤처투자도 만기까지 투자를 유지하는 것보다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파크플러스를 떠난 건 미래에셋벤처투자뿐만이 아니다. 최대주주였던 SK스퀘어는 지난 26일 보유 지분 33만2950주 전량을 SK플래닛으로 넘겼다. 주당 3만6342원에, 총 121억원 규모다. SK스퀘어는 보유 포트폴리오의 리밸런싱 목적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파크플러스의 재무적투자자(FI)들도 투자금 상환을 검토하고 있다. 아주IB투자와 인터베스트 4차산업혁명 투자조합, 스틱 4차산업혁명펀드,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다.
전략적투자자(SI)인 아주컨티뉴엄과 함께 이들이 보유한 물량 대부분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다. 원금만 3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연복리 8%의 이자가 붙으면 실제 상환 규모는 더욱 커진다.
RCPS는 투자기업의 이익잉여금이 존재해야 투자자들이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구조다. 스파크플러스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532억원이었다. 올해 역시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적으로는 상환 요건이 성립하지 않지만 스파크플러스와 FI들이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스파크플러스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RCPS 상환 부담을 724억원으로 반영해, 1년 내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는 항목으로 분류했다.
2년째 완전자본잠식…이자 비용, 영업이익 웃돌아
투자자들의 잇따른 엑시트 이유로는 스파크플러스의 지속적인 실적 부진이 꼽힌다. 스파크플러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758억원, 영업이익은 81.4% 늘어난 82억원이었다. 당기순손실은 253억원으로 전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다.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당기순손실에 그친 원인은 과도한 이자비용에 있다. 지난해 이자비용만 281억원으로 영업이익의 세배가 넘었다. 이 중 상각후원가측정 금융부채에서 발생한 이자가 108억원, 리스부채 이자가 174억원이었다.
누적된 적자로 스파크플러스는 2023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잠식률은 2023년 257%에서 2024년 982%로 뛰며 1년 만에 잠식 규모가 4배 확대됐다.
스파크플러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현금성 자산은 충분히 보유 중”이라며 “당분간 대규모 CAPEX 투자 계획이 없고, 신규 지점 역시 위탁운영·수익쉐어 방식으로 확장해 자금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별도의 펀딩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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