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전체 공정에 '디지털트윈' 적용...품질·원가경쟁력 잡는다

LG이노텍 서울 강서구 본사 전경. /사진 제공=LG이노텍

LG이노텍이 연구개발(R&D)부터 제조, 품질관리까지 생산 활동 전반에 디지털트윈(가상모형)을 도입한다. 실제 공정을 똑같이 본떠 만든 가상 환경인 디지털트윈에서 현실에서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파악하고,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LG이노텍의 반도체, 자율주행 부품 등의 품질과 원가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LG이노텍은 8일 세계 선두 공학 시뮬레이션 기업인 앤시스와 협력해 지금까지 제한적으로 활용해온 디지털트윈을 전체 공정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디지털트윈은 가상에 사물을 똑같이 복제해 현실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제조업에서는 제품 개발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앤시스는 3차원(3D) 모델링(모형화), 인공지능(AI), 기계학습 등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구축 경험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LG이노텍은 앤시스의 최신 디지털트윈 솔루션과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가상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앞서 LG이노텍은 앤시스와 일부 개발과 생산 공정에 디지털트윈을 시범 적용해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향후 차량 연결성과 센싱 등 자율주행 부품을 포함한 전 제품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LG이노텍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사진 제공=LG이노텍

LG이노텍은 연구개발(R&D)에서 디지털트윈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가상 환경에서 설계 검증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실험 횟수와 시간을 줄였다. 반도체용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PS) 제품 개발에 걸리는 시간은 99% 감소했다. 기판은 제조 과정에서 가해지는 열과 압력 때문에 뒤틀리는 워페이지(휨)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회로 설계 구조, 물질 성분비 등의 조합을 최적화하는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친다. LG이노텍은 3D 모델링을 통한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기판 1개의 휨 정도를 예측하는 시간을 기존 11일에서 3.6시간으로 단축했다.

LG이노텍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 공정에도 디지털트윈을 확대 적용했다. 공정 설비를 최적으로 맞춰 양산 이후 초기 수율을 높여 생산능력을 키우는 램프업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최적의 공정을 구현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3D 모델링으로 실제 설비를 가상에 똑같이 복원해 검증하면 문제점을 더욱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컴퓨터가 설비 안에 있어 실측이 어려운 액체나 열, 공기의 흐름 등 세세한 조건까지 최적화해 주기 때문이다.

전장부품 생산 공정은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였다. 제품 특성상 수명이 길고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품질 신뢰성 확보가 중요한데 디지털트윈을 바탕으로 이를 해결했다. 신뢰성 확보의 핵심 공정인 솔더링(납땜)을 가상으로 진행해 균열이 발생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예측했다. 균열이 발생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도포량, 노즐 설계 등 공정 조건을 최적화해 생산성을 40%가량 높인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 '고성능 라이다' /사진 제공=LG이노텍

앤시스와의 협력으로 LG이노텍은 차량 통신모듈, 라이다 등 신성장 사업을 포함한 전 제품군에 디지털트윈을 빠르게 확대하고 향후에는 고객과 협력사까지 넓힐 계획이다. 협력사와 고객이 LG이노텍의 디지털트윈 플랫폼에 참여하며 제품 설계, 생산 공정의 효율성 재고를 함께 하는 식이다.

가상에서 발생한 모든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수집해 제품 설계나 고객 공정 개선에 사용된다. LG이노텍과 협력사, 고객의 모든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 품질관리와 제품 개발이 더 효율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 설계와 품질 공정 검증에 AI를 적용해 시뮬레이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인다. 시뮬레이션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해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 엔지니어의 의사 결정을 지원한다. 가상이 가진 강점에 AI 기술까지 더해지면 생산성 향상 효과는 배가 될 것으로 LG이노텍은 보고 있다.

노승원 LG이노텍 최고기술책임자(CTO) 전무는 “LG이노텍이 그리는 미래는 가상 공간을 통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물리적 생산 시설과 연동해 실제 생산까지 자동으로 이어지는 ‘메타 매뉴팩처링’”이라며 “이를 위해 R&D, 생산, 품질관리 등 전 밸류체인에 고도화된 디지털트윈을 빠르게 접목해 차별적 고객 가치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