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름, 불량 야자매트에 '시름'

요즘 오름을 찾는 탐방객들은 등산로에서 야자매트를 쉽게 마주하게 되는데요.

걷기도 편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생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라 대부분의 오름에 많이 깔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오름에는 합성 섬유를 섞은 저품질의 야자매트가 깔렸는데 잘 썩지도 않아 흉물이 되거나 자연 식생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정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형제오름이라고도 불리는 제주 서쪽의 대표 오름 중 하나인 족은 노꼬메 오름입니다.

정상에 오르면 계절별로 억새나 조릿대로 뒤덮인 한라산 북동쪽 사면을 볼 수 있어 주말이면 관광객 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작다라는 의미의 이름과 달리 해발 774미터로 도내 360여 개 오름 중 오백나한이나 산방산, 군산 등 다음으로 높은 오름입니다.

다행히 등반로가 잘 정비돼 탐방객들의 산행을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등반로 정비에 인기를 끌고 있는 이른바 야자매트가 흉물이 되고 있습니다.

'보행 매트'라고 불리는 야자매트는 대부분 코코넛 껍질을 재료로 밧줄처럼 꼬아서 만들어집니다.

수 년 동안 밟히면서 지반을 단단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10여년이 지나면 생분해돼서 친환경으로 대부분의 오름에 설치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등반로에는 합성섬유를 섞은 저품질의 야자매트가 깔려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스탠딩 / 이정훈 기자]
"이처럼 오름 곳곳에는 썩지 않은 야자매트가 뿌리에 얽혀 나무의 생장을 방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합성 섬유를 섞다 보니 밧줄 구조가 단단하지 않아 1,2년 만 지나도 쉽게 부서지고 잘 썩지도 않아 흉물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 김민혁 / 탐방객 ]
"가끔 오름 올라오는데 썩지 않은 매트들이 색깔도 튀니까 보기에도 좀 불편하고 나무 성장에도 조금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 조금 되는데.."

무엇보다 합성섬유를 쓴 저가의 야자매트는 조금만 지나면 훼손되면서 탐방객들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 오경근 / 탐방객]
"지금 다행인데 아시다시피 (훼손돼서) 불편하고 좀 걸리고 매트를 깐 곳은 좀 포근하고 이런데..."

자치단체나 공공기관마다 입찰과정에 합성섬유 재질이 포함된 야자매트 구매를 제한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입해 유통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화 인터뷰 : 야자매트 유통업체 관계자]
"100% 야자로 해야 되는 게 맞는데요. 국내산으로 이제 입찰을 (낙찰)받고 그 다음에 수입산 물건이 싸니까 그걸로 납품을 해버리고..."

탐방객들의 안전과 자연 훼손을 최소하기 위해 설치한 탐방로가 일부 불량 야자매트로 오히려 시름하고 있습니다.

kctv뉴스 이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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