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항공기 추락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사연

30년 만에 최악의 항공 재난 사태로 꼽히는 네팔 항공기 사고로 72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네팔 당국에 의하면, 승객 중 53명이 네팔인이며 인도인 5명, 러시아인 4명, 한국인 2명이 탑승했다. 그밖에 영국, 호주, 아르헨티나, 프랑스 승객이 각각 1명씩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비행기는 관광도시 포카라 공항 인근 협곡에 추락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수색대에 의하면 예티항공 소속 ATR72기의 음성 및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를 회수했으며, 두 장치 모두 양호한 상태다.

목숨을 잃은 일부 탑승자는 다음과 같다.

호주의 마이런 러브

호주 당국은 시드니에서 교사로 일하는 마이런 러브(29)가 이번 사고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러브의 지인들은 그가 사이클과 서핑을 열정적으로 즐겼다며 "정말 친절하고 재미있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었다고 추모를 전했다. 한 친구는 지역 언론에 "내가 살면서 만난 가장 진실된 녀석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성명을 통해 마이런이 바위처럼 든든한 사람이었다며 "마이런은 우리 대부분이 평생을 다해도 못할 정말 많은 일들을 짧은 인생 동안 쏟아 부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의 군인과 그 아들

한국인 승객 유모(45) 씨는 현역 육군 간부였다. 14세 된 아들의 겨울방학을 맞아 함께 휴가를 보내던 중이었다.

부자는 지난 14일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 한국을 떠났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둘은 사건 당일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가족들은 비행기 도착 예정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부자는 그날 인도에서 네팔로 이동한다고 가족에게 알린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네팔에서 여러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소누 자이스왈, 아비섹 쿠슈와하, 아닐 라즈바르, 비샬 샤르마

소누 자이스왈은 비행기 추락 직전에 비행기에서 라이브 방송했다

비행기에는 인도인 5명이 탑승 중이었다. 이중 남성 4명은 모두 20대 또는 30대 초반으로 추정되며 인도 우타 프라데쉬주 가지푸르 출신이었다.

가지푸르 지역 주민에 의하면, 4명은 카트만두 외곽에서 힌두교 시바신을 모시는 웅장한 파슈파티나트 사원을 방문하기 위해 1월 13일 네팔로 향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 아이를 둔 자이스왈이 이번 여행을 추진했다. 아들을 하나 더 갖고 싶어서 사원에서 기도를 올리려 했다.

4명은 포카라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할 계획이었다. 자이스왈은 비행기 추락 당시 상황을 생중계했다.

몇몇 마을 사람들은 4명이 "친절했고 즐거운 경험을 좋아했다 "고 기억했다.

부조종사 안주 카티와다

안주 카티와다는 예티항공 691편의 부조종사였다. 선구자적 행보를 보인 안주는 예티항공에서 고용한 6명의 여성 조종사 중 한 명으로, 6400시간 가까이 비행했다.

예티항공의 수다르샨 바르톨라는 "안주는 예티항공의 전임기장으로 단독 비행을 진행하기도 했다"며 "용감한 여성이었다"고 말했다.

안주의 남편 디팍 포크렐 또한 예티항공의 2006년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부조종사를 맡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사고를 계기로 안주가 항공 업계에서 경력을 쌓게 된 것이다.

가수 니라 찬티알

가수 니라는 예티항공을 자주 이용했다. 산악 국가 네팔의 중산층은 국내 여행에서도 저렴하고 대중적인 저가항공을 자주 이용하게 됐다.

카트만두로 이사한 니라는 포카라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에서 공연을 하러 비행기에 올랐다.

니라의 친구 빔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니라는 재능 넘치는 예술가였고 민요를 자주 불렀다.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안타까움을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