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은 떨어지는데… '금쪽이' 키즈 패션은 호황

조승예 기자 2023. 11. 21. 06: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머니S리포트 - 유통가 성공 방정식 '프리미엄']①2년 새 출생아 8.5% 감소 vs 아동복 시장 30.8% 증가

[편집자주]한웃값 못지않은 가격대의 삼겹살을 프리미엄으로 포장한 음식점에 인파가 몰린 지 오래다. 아파트와 유모차 등에 프리미엄 이름을 단 마케팅과 문화는 일상 깊숙이 침투했다. 최근 소비에 가치를 투영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고가'보다 '고급'에 관심을 둔 '프리미엄 시장'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에도 활기를 더하는 프리미엄 시장을 조명해 봤다.

최근 소비에 가치를 투영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고가'보다 '고급'에 관심을 둔 '프리미엄 시장'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출산율은 떨어지는데… '금쪽이' 키즈 패션은 호황
②치솟은 부동산 가격·벌어진 임금 격차… "작은 사치는 위안"
③'0.1%의 그사세' 백화점 VVIP의 쇼핑법

#.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45·여)는 최근 프랑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아동용 몽클레르 키즈 패딩 조끼를 사왔다. 삼남매 중 유일하게 결혼해 자식을 낳은 남동생의 딸을 위한 선물이다. 미혼인 그의 언니도 생일,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이면 집안에서 유일한 아이인 조카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걸 소소한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합계 출산율 '0.7명 선'이 위태로울 정도로 저출산 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된 가운데 국내 아동복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저출산 추세에 아이 한 명을 위해 부모·조부모·고모·이모·삼촌 등 가족 8명이 지갑을 연다는 '에잇포켓'을 넘어 이제는 주변 지인도 합세한다는 뜻을 담은 '텐포켓'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비싸고 좋은' 키즈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요 백화점들은 명품 키즈라인을 강화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귀하니까 더 아낌없이"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200명으로 2020년 대비 8.5% 감소했다. 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아동복 시장 규모는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패션소비시장 빅데이터 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1조193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9120억원에서 2년새 30.8%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패션 시장 증감률 16.8%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 자녀에게 집중투자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아동 상품군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신세계·롯데·현대의 아동 상품군 매출 신장률은 5~30%를 기록했다.
특히 왕자·공주처럼 귀하게 자라는 '골드 키즈'(Gold Kids)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프리미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아동 전체 매출이 19.1% 증가하는 동안 아동 명품 매출은 30.2% 고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수입 아동 매출 신장률(16.7%)이 전체 아동 매출 신장률(6.2%)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이를 낳아서 잘 키울 여력이 없는 사람들은 애를 안 낳는다"며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 애를 낳기 때문에 프리미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아동용품 시장이 고급화된다는 것 자체가 출산율을 떨어트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교수는 "애를 낳아서 키우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인데 아이를 낳아서 좋은 것 입히고 꾸미고 비싼 것을 사주는 게 마치 아이를 잘 키우는 것으로 착각하는 부모들이 있다"며 "아이를 키우면서 한정판 등 비싼 옷을 구해서 입히는 걸 마케팅으로 조장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에 일반인들이 휩쓸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현대, 명품 키즈라인 강화… 롯데, 키즈 콘텐츠 확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0층 디올 베이비 매장. /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롯데·현대 등 주요 백화점에서는 꾸준히 명품 키즈라인을 강화하며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베이비디올, 몽클레르앙팡, 버버리 칠드런, 겐조키즈, 펜디키즈, 엠포리오 아르마니 주니어, 봉통 등 내로라하는 해외 패션 아동복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며 프리미엄 아동복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디올의 키즈 버전인 '베이비 디올' 매장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여 주목받았다. 디올의 대표 아이템으로 꼽히는 디올 오블리크 패턴의 유모차는 예약 대기 고객까지 있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는 닥스베이비, 에그, 아뜰리에슈(유아), 파타고니아키즈, 보보쇼즈(아동) 등 인기 브랜드를 새로 들여오거나 확장하고 있다.

자체 명품 편집숍 분더샵의 키즈 버전인 주니어 명품 전문 편집숍 '분주니어'도 인기를 얻고 있다. 분더샵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독창적인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겸비한 제품들을 판매한다. 대표 브랜드로 스텔라 맥카트니, MSGM, N.21, 스톤아일랜드, 닐바렛, 폴스미스, 에르노 등이 있다.
지난 9월 잠실 롯데월드몰 4층에 오픈한 돗투돗 매장 앞에 고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압구정본점 지하 2층에 '베이비 디올' 매장을 신규 오픈한 데 이어 판교점 5층에 '펜디 키즈' 매장을 냈다. 판교점, 무역센터점 등 주요 점포에서는 아동 의류·가방 등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아동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쁘띠따쁘띠'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어렸을 때부터 사용한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소비력을 갖춘 성인 이후에도 쭉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프리미엄 키즈 시장에서의 선점은 그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과 롯데월드몰에만 60여개 키즈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잠실점에 국내 최초로 오픈한 '나이키 키즈'를 비롯해 지속적으로 키즈 콘텐츠를 확대해오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잠실 롯데월드몰 4층에 SNS에서 젊은 육아맘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아 용품 전문 브랜드 '돗투돗'의 매장을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SNS에서 2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독투돗'은 오픈 첫날에만 수백명의 고객들이 오픈런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지난 10월 잠실점 8층에 세계 최초로 '파타고니아 키즈' 매장을 오픈했고 '뉴발란스키즈 메가샵'도 백화점 최초로 선보였다.

조승예 기자 csysy24@mt.co.kr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